[미디어펜=나광호 기자]정부가 고용창출·내수촉진 등 국내 산업경쟁력 강화를 위해 유턴기업 유치를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으나, 여전히 한국은 '유턴기업 지옥'이라는 오명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
지원대상 업종 확대, 해외사업장 축소 요건 완화, 세제감면, 지원체계 간소화, 3차 추경안 내 보조금 200억원 책정 등의 혜택을 제공하겠다고 했음에도 대한상공회의소 조사에서 국내 복귀를 고려하는 기업이 7.8%에 머문 것이다.
가장 먼저 언급되는 것은 최저임금의 꾸준한 상승이다. 코로나19 장기화를 비롯한 요인으로 수출 부진이 이어지는 등 기업들이 경영난을 호소하는 상황에서 주휴수당을 포함한 최저임금을 월 182만2480원까지 올린 것은 임금부담으로 국내를 떠난 업체·사업장의 복귀를 가로막는 걸림돌이기 때문이다.
보조금 지급 역시 도마에 오르고 있다. 상한액에 100억원에 달하지만 2014년부터 지난 6월까지 71개 유턴기업 중 토지매입·설비투자 보조금을 지원받은 곳이 10곳에 그치는 등 돌아와도 지원을 받기 힘들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실제로 현대모비스는 지난해 중국 차부품공장 2곳을 접고 5개 협력사와 함께 울산 북구로 돌아오면서 '대기업 유턴 1호'로 이름을 올렸다. 총 3600억원을 투자해 800여개 일자리를 만들고, 연간 10만대 규모의 전기차 배터리시스템을 생산하겠다는 계획도 수립했다.
그러나 이 공장 기공식에 문재인 대통령·울산시장·국회의원 등이 기공식에 참석했음에도 지자체로부터 전기요금 2억원을 감면 받은게 전부인 것으로 전해졌다. 고용 400명, 연간 협력사 1000명 전원 전문 생산업체 위탁, 상시직접고용인원 20명 이상 유지라는 조건을 채우지 못했다는 것이다.
공장총량제 등 균형발전을 명목으로 도입된 수도권 규제도 기업들의 유턴을 저해하고 있다는 평가다. 중소·중견기업만해도 수도권 중 과밀억제권역 내에서는 입지·설비 보조금 및 법인세·소득세·관세 혜택을 받기 힘들고, 기타 수도권 지역으로 간다해도 입지지원 등은 기대할 수 없다.
대기업은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전국 어디에서나 금융지원 및 해외사업장 구조조정 컨설팅이 제공되지 않으며, 스마트팩토리도 스스로 구축해야 한다. 과밀억제권역 내에서는 보증·보험우대 및 R&D 지원 등이 더해지고, 기타 수도권 지역에서도 법인세·관세 지원이 추가될 뿐이다.
노사관계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세계경제포럼(WEF) 최하위권을 전전하는 등 경직된 노사관계도 국내에서 사업하기 쉽지 않는 요소 중 하나다. 일부 제조업에서는 2~3년간 이어지는 임단협을 자주 볼 수 있으며, 몇개월 동안 수주가 이뤄지지 않아도 파업을 지속하는 경우도 있다. 최근 한 철강업체도 어려운 업황을 뚫고 겨우 흑자전환에 성공했으나, 노조가 경제성장률을 뛰어넘는 임금 상승률을 언급하는 등 난항에 직면할 위기에 처했다.
이같은 현상을 타파하기 위해 경제학자·경제단체·연구소 등이 △파업시 대체근로 허용 △사업장 점거 금지 △임단협 유효기간 연장 등을 촉구하고 있으나, 공장간 물량 조정도 노조와의 협의를 필요로 하는 등 노동시장 유연화는 요원한 것으로 보인다.
외국인직접투자(FDI) 추이도 주목할 만하다. 2015년부터 2018년까지 꾸준히 늘어왔던 투자액(신고기준)이 지난해부터 35억달러 넘게 급감했으며, 올 상반기는 지난해보다 더욱 감소했다. 제조업으로 한정해도 유사한 결과가 나타났다. 문재인 대통령이 규제체계를 포지티브에서 네거티브로 전향하겠다고 여러차례 밝혔으나, 기업가들은 한국의 환경이 좋지 않다고 판단한 셈이다.
여기에 해고자와 실업자의 노조가입까지 허용하는 등 불난 집에 기름을 끼얹는 행동을 하면서 해외에 정착해 사업을 펼치고 있는 기업들에게 돌아오라는 것은 '귀향'이 아니라 '낙향'이라는 점을 정부는 숙고해야 한다.
[미디어펜=나광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