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사업을 추진 중인 서울의 한 아파트 단지 전경./사진=미디어펜
[미디어펜=이다빈 기자]정부가 8‧4 부동산대책으로 언급한 주택공급 13만호 달성에 먹구름이 끼었다. 주택 부지가 부족한 서울 도심 공급에 필수적인 재건축 사업지들이 정부가 야심차게 내놓은 '공공재건축' 제안에 떨떠름한 반응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10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서울 재건축의 숙원으로 꼽혀오던 용적률 상향을 다루며 꺼내든 '공공재건축' 히든카드가 빛 좋은 개살구가 될 우려가 나오고 있다. 공공재건축으로 늘어나는 물량을 정부가 공공임대로 환수해가면 수익성이 나지 않는다며 재건축 단지들이 등을 돌리고 있어서다.
국토부가 지난 4일 내놓은 '공공참여향 고밀재건축'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서울도시주택공사(SH) 등 공공이 참여해 도시 규제 완화를 통해 주택을 기존 세대수 보다 2배 이상 공급하며 개발 이익은 기부채납으로 환수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공공참여 유형은 공공이 자금을 조달해 설계 등을 지원하는 공공관리 방식, 조합과 지분을 공유하는 지분참여 방식 등에서 조합이 선택 할 수 있다.
이때 완화되는 규제로는 용적률이 300~500% 수준으로 늘어나며 도시정비법을 개정해 층수가 최대 50층까지 허용된다. 주거공간을 최대로 확보하기 위해 준주거지역의 주거비율을 상한하고 공원 설치 의무도 완화된다. 국토부는 서울시‧자치구‧조합 등이 참여하는 '공공참여형 고밀재건축 사업 지원 TF'를 운영할 계획이다.
이와 같은 방식으로 정부가 기대하는 새로운 공급 수는 5만 가구에 달한다. 8‧4 부동산 대책으로 예정된 가구 수는 총 13만2000호다. 주택 부지가 부족한 서울 도심에서 정비사업을 통한 공급은 필수적이다.
업계에서는 기존 250%에 달했던 용적률이 대폭 확대되는 것을 두고 '50층 아파트 시대'가 도래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서울시는 단지가 일반주거지역에 해당하더라도 준주거지역으로 종상향해 고층 아파트를 지을 수 있는 길까지 확보를 해두었다. 대표적으로 서울 강남구 은마아파트의 경우 종상향을 통해 용적률 완화의 적용을 받을 수 있다.
또 재건축 사업에 공공성이 개입되면 사업 추진 속도에 빨라져 정부는 추진이 지체된 서울 강남의 재건축 사업지에서 관심을 가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 단지들의 반응은 차갑다. 용적률이 2배 가까이 상승되고 층수 규제가 완화되더라도 해당 물량분이 공공 임대주택으로 환수돼 일반 분양이 불가능하면 메리트가 될 수 없다는 설명이다.
공공재건축으로 증가된 용적률의 50~70%는 기부채납으로 환수된다. 기부채납을 받은 주택은 장기공공임대 및 무주택‧신혼부부‧청년 등을 위한 공공분양을 활용될 예정이다.
정부는 공공임대‧공공분양의 구체적인 공급방식은 지역별 수요나 여건에 따라 지자체가 결정할 수 있도록 자율권을 부여하고 기부채납으로 환수하게 되는 가구 수 역시 서울시가 주택 순증, 분담금 등을 고려해 세부기준을 마련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서울 송파구의 한 재건축 단지 조합 관계자는 "고밀 개발이라는 것 자체가 현 시대가 추구하는 주거 형태와 맞지 않는다"며 "주민들은 저밀도의 쾌적하고 안전한 주택을 원하는데 괜히 공공재건축을 언급해서 주민들을 분열시킬 필요가 없으니 여론조사조차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마찬가지로 사업성 역시 분양가 상한제와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까지 적용되는 상황에서 공공재건축으로 가구 수를 늘려봤자 정부에 그만큼 다 빼앗기는 꼴이라 크게 도움이 안된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구의 한 재건축 단지 관계자 역시 "1도 관심 없고 전혀 고려대상이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공공재건축을 통해 단지의 임대주택 물량이 늘어나는 것을 반대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일반분양 물량을 최소화한 일대일 재건축도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한 재건축 업계 관계자는 "임대 수요가 높은 강북권도 꺼려하는 마당에 단지가 노후돼 고급화를 꿈꾸는 강남 단지들이 임대 물량을 포함한 공공재개발을 고려할 리 없다"며 "고급화 대안으로 일대일 재건축이나 리모델링도 고려된다"고 설명했다.
[미디어펜=이다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