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손혜정 기자]미래통합당이 2016년 10월 이후 처음으로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을 추월한 것으로 13일 집계됐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처음이자 창당 이래 최초 '지지율 역전'에 대해 한마디로 '관리의 결과'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민주당이 실수하고 통합당은 실수를 하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의 13일 발표에 따르면 통합당은 전주 대비 1.9%포인트 상승해 36.5%를 기록, 민주당 지지율(33.4%·1.7%p ↓)을 앞섰다. 양당 지지율 격차는 오차범위 내인 3.1%포인트다.
리얼미터를 기준으로 양당 지지율이 역전된 것은 통합당 전신인 새누리당 시절까지 거슬로 올라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 이후 4년 만이다.
특히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와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의 취임 100일을 각각 하루·이틀 앞둔 시점에서 '지지율 반전'이 일어나 양당의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리게 됐다.
민주당은 핵심 지지기반인 광주·전라에서 전주 대비 11.5%포인트 큰 하락폭을 보였으며 정치 성향으로는 진보층에서도 3.9%포인트 하락했다.
더군다나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율도 동반 하락하고 있어 민심 이반 현상에 민주당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민주당은 '총선 압승'으로 '문재인 정권 안정화'를 구축하려 했지만 도리어 민심 역풍을 맞아 "명백한 레임덕"(권성동 무소속 의원·12일·YTN 출발 새아침) 위기를 초래했다는 분석이다.
민주당이 총선 대승 이후 거대 의석수를 과시하며 '과도한 입법독주'로 일관한 것이 국민들에겐 '일하는 국회'보단 '의회독재'로 비춰졌을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특히 정부여당의 연이은 부동산 실책으로 민심이 크게 요동쳤으나 민주당이 이를 간과하고 대승에 취한 일종의 '오만함'을 내비쳐 화를 자초했다는 것이다.
진성준 민주당 의원은 이날 YTN과의 통화에서 지지율 역전과 관련,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의혹과 부동산 폭등, 집중호우 피해가 이어지면서 코로나19로 피로해진 국민 민심에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반면 통합당은 '김종인 체제' 이후 내부 '돌출 발언' 단속과 리스크 최소화 등 '당내 관리'의 효과가 실질적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통합당이 '잡음'을 줄이고 내부 관리에 신경쓰면서 반등의 기회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의미에서다.
장성철 공감과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미디어펜'과의 통화에서 "반사이익이긴 하지만 당의 위기 관리도 적절하고 안정적으로 해왔다"고 평가하며 "개혁 작업에 대한 국민적 평가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실수하고 통합당은 실수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신율 명지대 교수도 '미디어펜'에 "그동안 통합당은 야당으로서 받아 쓸 수 있는 기회를 활용하지도 못했다면 김종인 체제 이후 그나마 얻어걸릴 수라도 있게 된 점에 주목해야 한다"며 당 지도부의 내부 단속을 높게 평가했다.
다만 리얼미터 집계에 따르면 통합당은 오히려 보수층에서는 3.5%포인트 하락하고 이념성향별로 '잘모름'과 진보층에서 각각 10.3%포인트, 5.1%포인트 상승세를 보였다. 통합당이 '좌클릭' 또는 '중도정당' 행보를 보일수록 정통 보수 지지층이 이반 현상을 보이는 대신 중도 외연세는 두드러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신 교수는 "정당 지지율은 일단 상승 기세를 잡아야 한다"며 집권 의지가 있다면 타켓팅이 많은 쪽으로 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가 지난 11일 보좌진, 대구 수성구 지역 당원 등 100여명과 함께 전남 구례군 구성마을에서 수해 복구에 나섰다./사진=미래통합당
아울러 부동산 이슈에서 민주당이 계속 민심과 동떨어진 행보를 보인 데 반해 통합당은 오히려 들끓는 여론을 제대로 파악하고 "저는 임차인입니다"(윤희숙 의원)와 같은 '5분 발언'으로 핵심을 파고들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통합당은 내심 지지율 역전을 반기면서도 '표정 관리'에 나섰다. "일희일비할 건 없다"는 것이다.
김종인 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비대위 회의 직후 취재진과 만나 지지율 상승 원인에 대한 질문에 "국민들이 현명하기 때문에 무엇이 잘한 일이고 잘못하는 일인지 판단하시는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이런저런 현안 얘기보단 묵묵히 당이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성과 담는 것으로 (가면 된다)"고 말했다.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도 이날 전북 남원 봉사활동 현장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지지율' 관련 취재진 질문에 "노력한만큼 국민들이 알아주는구나 믿음을 갖게 돼서 결산국회, 정기국회 때 법안·예산·정책 등 국민이 필요한 것을 여당보다 더 정교하게 잘 만들어야겠다는 각오"라면서도 "여론조사라는 게 기관마다 다르고 저희 조사에서는 많이 뒤쳐지는 것도 있어서 더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배현진 통합당 원내대변인도 '미디어펜'에 "특정 여론조사 업체에서 나온 지지율 하나하나에 당에서 화색이 돌거나 하는 일은 없다"며 "지금 제일 중요한 이슈는 수해 현장에서 주민들께 하나라도 더 도움을 드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긍정적 수치가 보였다는 팩트에 대해선 감사한 마음"이라고 덧붙였다.
장 소장도 "이 시점에서 중요한 것은 당과 구성원이 실수를 하지 않는 것"이라며 "겸손하게 민심을 받들어야 한다"고 경고했다.
[미디어펜=손혜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