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한편으로 규제개혁을 외치면서 한편으로는 가격규제 정책을 시도하고 있다. 단말기유통개선법(단통법)의 쓰라린 실패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도서정가제와 같이 시장원리를 무시하고 도서정가제를 강행하고 있다. 도서정가제는 중소출판사나 서점들을 살릴 수 있다는 기대로 만들어진 정책이지만 시장을 위축시키고 소비자들의 부담을 늘리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많다. 이에 자유경제원에서는 정부의 가격규제 정책의 문제점을 짚어보는 '정부의 가격규제, 이게 규제혁신인가'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에 자유경제원에서는 정부의 가격규제 정책의 문제점을 짚어보는 <정부의 가격규제, 이게 규제혁신인가> 토론회를 개최했다. 아래 글은 박신호 법무법인 열림 대표(변호사)가 토론회에서 발표한 토론문 전문이다. |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의 문제점
- 법률 조항 자체의 위헌성을 중심으로 -
최근 실시된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이하 ‘단통법’이라고 한다)의 부작용에 관하여 많은 논의가 나오고 있습니다. 차 안타는 사람은 있어도 휴대전화 안쓰는 사람은 없고, 우리나라 가계 지출에서 통신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에 큰데다가, 사람들이 쓰는 가전제품 중에 사실상 가장 내구연한이 짧고 자주 바꾸는 품목이 휴대전화이다보니, 사람들 모두가 단통법에 관심이 많고 그 영향을 피부로 느끼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 자유경제원이 주최한 <정부의 가격규제, 이게 규제혁신인가> 토론회의 전경. |
또한 애당초 입법취지와는 달리 단통법 시행으로 실제 소비자들의 부담이 늘어나면서 전국민을 이른바 ’호갱님’으로 만드는 ‘단연코 통신사를 위한 법’이라고 조롱하는 언론 기사가 쏟아지고 있고, 한편으로는 단통법 실시로 휴대폰 구매가 줄어들자 생존권을 침해받는다며 전국 휴대전화 대리점·판매점 모임인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KMDA)가 나서서 단통법을 폐지하라는 집회에 나서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단통법의 조항들을 뜯어보면, 위와 같은 현실적인 문제점 외에도 법률적으로도 많은 문제가 있는바, 본 토론문에서는 주로 이와 같은 법률적인 문제점에 관해서 논하고자 합니다.
첫째, 단통법은 자본주의 시장경제에서 대표적으로 소비자 후생을 저해하는, 가장 경계해야 할 요소인 가격담합을 오히려 조장하고 있다는 점이 문제입니다.
단통법 제4조 제1항은 “방송통신위원회는 가입자 평균 예상 이익, 이동통신 단말장치 판매 현황, 통신시장의 경쟁 상황 등을 고려하여 이동통신단말장치 구매 지원 상한액에 대한 기준 및 한도를 정하여 고시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는바, 이것은 우리나라의 휴대전화 판매실태가 보조금을 특정 시점에 지나치게 많이 주고 다른 시점에는 보조금을 적게 주는 등으로 시기적인 편차가 커서 보조금이 적은 시기에 휴대폰을 산 소비자들이 피해를 보고, 같은 시기에 휴대전화를 사도 대리점ㆍ판매점 간 가격차이가 커서 비싸게 산 소비자가 피해를 본다는 지적에 따라서 도입한 조항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이 조항은 발상부터가 이상한 것이 보조금의 시기적ㆍ대리점별 편차가 커서 문제라면 보조금의 하한액을 제한하거나 시기별 편차를 제한해야 할 것인데 이 조항은 거꾸로 보조금의 상한액을 제한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아마도 정부는 이와 같이 보조금의 상한액을 제한하면 그 상한액의 범위에서 균등하게 소비자들에게 보조금이 돌아갈 것으로 생각한 것으로 보이는데, 이것은 전혀 타당하지 않은 발상입니다.
▲ 자유경제원이 주최한 <정부의 가격규제, 이게 규제혁신인가> 토론회에서 토론자로 발언하고 있는 박신호 법무법인 열림 대표(변호사). |
상한액이라는 것은 말그대로 ‘상한선의 한도’일 뿐이므로 통신사 입장에서는 상한액 전부를 보조금으로 지급해야 할 의무도 없을 뿐만 아니라 단통법은 제4조 제3항에서 “이동통신사업자는 이동통신단말장치별 출고가, 지원금액, 출고가에서 지원금액을 차감한 판매가 등 지원금 지급 내용 및 지급 요건에 대하여 이용자가 알기 쉬운 방식으로 공시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이동통신사업자는 이러한 공시 과정에서 다른 이동통신사업자의 보조금을 쉽게 알 수가 있어서 서로 간에 눈치를 보며 보조금 상한액을 조율을 할 수 있는 길을 정부가 대놓고 열어준 결과가 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단통법이 시행된 이후 보조금이 급감하여 소비자들의 부담만 증가한 결과가 발생하였는데, 이와 같이 보조금의 상한액을 제한한다는 의미는 결국 이동통신사들의 통신비 할인액을 제한하는 것과 같아서 종국적으로 이동통신사들의 통신비 담합을 법이 조장하는 결과가 되었습니다.
헌법은 제119조 제1항에서 “대한민국의 경제질서는 개인과 기업의 경제상의 자유와 창의를 존중함을 기본으로 한다”라고 선언하고 있고, 제124조에서는 “국가는 건전한 소비행위를 계도하고 생산품의 품질향상을 촉구하기 위한 소비자보호운동을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보장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헌법의 기본취지에 따라 제정된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이하 ‘공정거래법’이라 한다)은 제19조 제1항에서 “사업자는 계약·협정·결의 기타 어떠한 방법으로도 다른 사업자와 공동으로 부당하게 경쟁을 제한하는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할 것을 합의(이하 ‘부당한 공동행위’라 한다)하거나 다른 사업자로 하여금 이를 행하도록 하여서는 아니된다”라고 규정하고 있고 동조 제1호는 ‘가격을 결정·유지 또는 변경하는 행위’들을 열거하고 있습니다.
위 공정거래법의 조항은 이른바 가격 담합을 금지하는 조항인바, 단통법 제4조 제1항은 자유주의시장경제를 경제의 기본원리로 삼는 헌법의 위임을 받아 제정된 공정거래법에서 금지하는 가격 담합을 오히려 법률이 조장하고 있는 것입니다.
둘째, 단통법은 공정거래법에서 금지하는 재판매가격유지행위를 조장하고 있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공정거래법 제29조 제1항은 “사업자는 재판매가격유지행위를 하여서는 아니된다. 다만, 상품이나 용역을 일정한 가격 이상으로 거래하지 못하도록 하는 최고가격유지행위로서 정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라고 규정하여 재판매가격유지행위를 금지하고 있으며, 예외적으로 정당한 이유가 있는 최고가격유지행위(일정 가격 이상으로 거래하지 못하게 하는 행위)만을 예외적으로 허용하고 있습니다.
▲ 단통법은 보조금의 하한액이 아닌 상한액을 제한하고 있으므로 이는 최저가격유지행위(일정 가격 이하로 거래하지 못하게 하는 행위)에 해당하여 예외적으로 최고가격유지행위만을 허용하는 공정거래법의 취지를 정면으로 위반하고 있다. |
공정거래법이 이와 같이 재판매가격유지행위를 금지하는 이유는 이것을 허용하면 결국 소매상들의 가격경쟁이 사라지고 제품의 최종 판매가를 제조사가 통제할 수 있으므로 소비자들에게 불이익이 돌아가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단통법은 제4조 제3항에서 “이동통신사업자는 이동통신단말장치별 출고가, 지원금액, 출고가에서 지원금액을 차감한 판매가 등 지원금 지급 내용 및 지급 요건에 대하여 이용자가 알기 쉬운 방식으로 공시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같은 조 제4항에서 “이동통신사업자는 제3항에 따라 공시한 내용과 다르게 지원금을 지급하여서는 아니 된다”라고 규정하고 있는바, 이는 결국 소매상인 각 대리점 또는 판매점의 휴대폰 판매가를 (일종의 도매상인) 이동통신사업자가 미리 지정하여 공시하도록 유도하는 것과 다름이 없는 것입니다.
더 나아가 단통법은 보조금의 하한액이 아닌 상한액을 제한하고 있으므로 이는 최저가격유지행위(일정 가격 이하로 거래하지 못하게 하는 행위)에 해당하여 예외적으로 최고가격유지행위만을 허용하는 공정거래법의 취지를 정면으로 위반하고 있습니다.
물론, 단통법 제4조 제5항에는 “대리점 또는 판매점은 제3항에 따라 이동통신사업자가 공시한 지원금의 100분의 15의 범위에서 이용자에게 지원금을 추가로 지급할 수 있다”라는 조항이 있어서 일부 대리점 또는 판매점의 자율에 따라 보조금을 조정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으나, 이동통신사업자가 공시한 보조금의 15% 범위 내이므로 그 조정가능한 범위가 매우 작은 범위라는 것이 문제이고, 애당초 대리점 또는 판매점의 자율에 맡겨야 할 가격 조정 범위를 위와 같이 법으로 제한하는 것 자체가 재판매가격유지행위에 해당하는 것입니다.
위에서 본 바와 같이 단통법은 현실적인 부작용뿐만 아니라 법률적으로 볼 때에도 위헌성이 크고 공정거래법의 취지를 정면으로 거스르는 문제점이 많은 법률이라고 판단됩니다. 따라서 조속히 보완 또는 폐지하는 것만이 더 이상의 소비자 피해를 막는 방법이 될 것입니다. /박신호 변호사, 법무법인 열림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