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규태 기자] "정부가 사랑제일교회 신자들을 희생양으로 삼고 있다. 광화문 집회에 참석한 사람들이 진단 검사를 받으면 음성이어도 무조건 양성 판정을 낸다. 한 부부가 보건소에서 확진 판정을 받고 다른 병원에서 재검사를 했는데 음성 판정이 나왔다. 정부가 의도적으로 코로나 확진자를 늘리고 있다."
페이스북·밴드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카카오톡과 같은 실시간 온라인 대화 앱을 중심으로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우한폐렴) 진단검사의 신뢰도를 불신하는 '음모론'이 횡행하고 있다.
이에 방역당국은 양성률(진단검사에서 양성 판정이 나올 확률) 통계를 구체적으로 밝히며 반박하고 나섰다.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은 전날 '확진자 비율을 공개하라'는 일각의 비판에 "검사 건수와 양성률은 상관관계가 없다"며 5월 이후 일일 평균 양성률을 자세히 공개하며 의혹을 일축했다.
사진은 코로나 최전선에서 싸우고 있는 중앙방역대책본부의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사진=연합뉴스
방대본이 20일 공개한 통계에 따르면, 5월 이후 일일 평균 9948건 검사가 이뤄졌고 양성률은 0.55%를 기록했다가 최근 1주일(14~20일)간 일일 평균 1만 1312건 검사가 이루어지면서 양성률도 2.27%로 상승했다.
검사량은 13.7% 늘었지만 양성률은 4.1배 폭증하면서 최근 수도권 집단감염이 양성률 상승에 큰 영향을 끼쳤음을 드러냈다.
특히 일별로 따지면 그때 그때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는데, 방대본은 지난 16일의 경우 진단검사 6491건 중 4.3%가 양성이었고 17일의 경우 진단검사 6683건 중 2.95%로 낮아졌다고 밝혔다.
권준욱 방대본 부본부장은 이와 관련해 "특정 집단 또는 시설에 대한 편견 없이 있는 그대로 역학조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양성 판정후 다른 병원에서 음성 판정을 받은 사례에 대해 "시간이 지나면서 배출되는 바이러스양이 줄어들어 나타난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21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정부가 검사결과를 조작한다는 유언비어가 유포되고 있는데, 정부는 허위정보 유포자를 추적해 상응하는 법적 책임을 반드시 묻겠다"며 "이런 악의적 허위조작정보 유포행위는 방역요원 명예를 훼손할 뿐 아니라 국민 불안을 가중시켜 사회를 혼란에 빠뜨리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방역당국 및 서울시 한 구청의 선별진료소를 취재한 결과, 진단 검사에 대한 인위적인 조작이 불가능하고 의사의 판단에 당국이 개입하는 것은 가능하지 않은 구조였다.
먼저 검사를 전담하는 선별진료소가 전국 600여 곳에 달하는데, 이 중 각 시군구에 있는 보건소를 제외하면 대다수가 민간 의료기관이다. 민간 의료종사자에게 방역당국이 건별로 조작을 지시하는 건 확률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설명이다.
둘째로, 각 선별진료소 별로 방문자를 만나 응대하고 진단검사를 접수하는 의료진과 검체를 직접 채취하는 의료진이 분리되어 있다는 점이다. 특히 검체 채취 도구는 무균-밀봉 처리되어 사전 조작이 불가능하다는게 의료계 진단이다.
셋째로 검사의 전 과정이 PCR 기기를 통해 실시간으로 기록되어 누군가 임의로 조작할 수 없는 실정이다.
서울시 한 구청의 선별진료소 관계자는 이날 본지 취재에 "검사 건수 대비 양성률은 그때그때 다르다. 그것을 누가 미리 알고 숫자를 만들겠느냐"며 "방역당국이 임의로 이를 조작하라고 지시하거나 고의적인 프로그래밍 또는 진단검사 조작으로 갈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이어 그는 "음모론 얘기는 나도 들었다. 그런 얘기에 명확한 근거가 있느냐"며 "구청 담당자나 보건소 직원과 통화했다는 내용에서 민원인이 주장하는 것 외에 대체 무슨 증거나 신뢰할만한 자료가 있는지 궁금하다"고 덧붙였다.
21일 기준 수도권의 집단감염 사태는 일촉즉발이다.
21일 0시를 기준으로 어제 하루동안 신규 확진자가 324명 확인됐고 이중 해외유입을 제외한 지역발생이 315명으로 집계됐다.
서울시의 경우 확진자 치료용 병상 총 1118개 중 857개를 이미 사용 중이라 병상 가동률이 하루 만에 11% 급등했다.
이번 주말이 전국적인 2차 대유행(팬데믹-Pandemic)의 고비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큰 가운데, 밀접접촉자 등 관련자들이 적극 진단검사에 임하고 전국민적인 우려를 불식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