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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연금 개혁, 채용제도까지 확 뜯어 고쳐라

2014-11-20 10:41 | 편집국 기자 | media@mediapen.com

공무원 연금 적자를 메우기 위한 국민의 부담이 임계치를 넘어서고 있다. 국민연금 가입자는 자신이 낸 돈의 1.7배를 연금으로 받지만 공무원은 자신이 낸 돈의 2.4배를 받는다. 당장 공무원연금의 누적 적자는 9조 8000억 원에 달하고, 올 한해만 공무원연금 적자보전금 2조 5000억 원이 투입될 전망이다. 현재의 공무원연금 체계를 유지하려면 향후 5년 동안 18조 4000억 원을 국민 세금에서 지원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에 자유경제원은 19일 '공무원 연금, 이번에야말로 바로 잡아야' 정책토론회를 가졌다. 아래 글은 박경귀 한국정책평가연구원 원장이 발표한 토론문 전문이다.

공무원 연금 개혁, 공공부문 혁신의 큰 틀에서 보아야 한다.

   
▲ 박경귀 한국정책평가연구원 원장
공무원 연금 개혁에 대한 다양한 시각

공무원노조는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공무원 연금 개선이 개악이 다음과 같이 주장하고 있다(한겨레신문 2014.9.23일자, 1면).

“국민연금은 2007년 재정 건전성을 이유로 연금 급여 수준을 소득대체율 60%에서 40%로 낮춰졌습니다. 이러한 정책을 옹호한 새누리당과 친 대기업 성향의 한국연금학회가 이제는 공무원연금 소득대체율이 국민연금보다 높다는 이유를 들어 공무원연금 제도를 더 내고 덜 받도록 개악하고 있습니다. 이는 공적연금의 하향평준화를 위한 악의적인 꼼수입니다.

공무원연금 개악은 향후 군인연금, 사학연금 개악을 위한 신호탄이며, 다시 국민연금 개악으로 이어져 공적연금 전체의 노후소득 보장성을 떨어뜨릴 것입니다. 결국, 노후 걱정을 해야 하는 국민들이 대기업 금융·보험 회사의 연금 상품에 의존하는 경향이 강해질 것이고, 기업들은 확대 된 연금시장에서 더 많은 수익을 낼 것입니다.”

반면, 정부 여당의 공무원 연금법 개정안 발의(2014.10.27)에서 다음과 같이 연금개혁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1990년대 중반 이후 공무원연금제도의 재정적자가 가시화되면서, 국민 부담 경감을 목표로 한 ’95년· ’00년· ’09년 개혁이 추진되었다. 그러나 과거 세 차례의 개혁은 기여율과 지급율 등의 미세조정에 그쳐 공무원연금 충당부채는 ‘13년 기준 484조원에 이르고 있다.

’01~’13년 동안 정부는 공무원연금 재정적자를 보전하기 위해 약 12.2조원을 부담하였고, 향후 10년간 추가로 약 53조원의 보전금을 부담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공무원연금 적자는 주로 ‘적게 내고 많이 받는’ 불균형한 수급구조와 급속한 고령화 등 인구 환경적 변화에 기인한 것이므로, 공무원연금의 수급구조를 개선하고 공무원연금이 재정적으로 지속가능하도록 하는「공무원연금법」개정안을 발의하게 되었다.”

※ 평균수명 : ’60년 52세 → ’81년 66세 → ’05년 77세 → ’12년 81세
※ 연금수급자수(부양률) : ’90년 2.5만 명(3.1%) → ’13년 36.3만 명(33.8%)

이 외에도 공무원 연금 개혁에 대해 정치권, 학계 및 언론에서 다양한 개혁 방안들이 제안되고 있다. 극단적인 개혁 주장에서부터 본래의 개혁 방안에 대한 구체적 언급 없이 공무원과 정부의 대타협이나 민주적 절차만을 강조하는 주장도 난무하고 있다.

유의해야 할 대목은 각각의 주장의 관점이 상충되거나 강도가 조금씩 다르다는 점이다. 따라서 각각의 주장의 세부적인 적실성 여부를 따지기보다 거시적 관점에서 공무원 연금개혁의 쟁점을 살펴보는 게 중요한 시점이다.

공무원 연금 개혁과 시대적 함의

공무원 연금 개혁이 현안으로 부상한 핵심 요인은 연금 기금의 고갈로 정부의 보전금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속 가능한 공무원 연금 체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재직공무원의 부담률을 인상하고, 정부 보전금을 최대한 경감시켜 연금재정을 안정시켜야 한다는 당위성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공무원 연금 개혁을 통해 절감되는 정부의 보전금 전망을 살펴보면 문제의 심각성과 연금 개혁의 시급성을 쉽게 파악할 수 있다.

   
 

한편 공무원 연금 개혁은 부담과 급여 면에서 국민연금과의 불형평성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추진되고 있다. 공무원 연금 가입자들의 기여율과 지급율을 조정하고자 하는 것이다. 공무원 연금이 국민연금에 비해 ‘적게 내고 많이 받는’ 구조라는 비판이 제기되어 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민연금과 공무원 연금 수급 현황을 액면 그대로 비교하여 비판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특히 국민연금은 평균 84만원을 받는데 공무원연금은 그보다 2.6배나 많은 평균 219만원을 받는다는 식의 언론보도는 국민들 간의 위화감만 조성하고 공무원 연금 개혁에 합리적 논의의 기회를 제약한다.

두 연금 제도의 수급 특성이 다르다. 수급자의 평균 가입기간이 국민연금은 20년인데 비해, 공무원 연금은 약 31년으로 다르다는 사실이 무시된 단순 비교이기 때문이다.

공무원 연금의 탄생 배경과 후생복지 기능으로서의 보완적 기능도 감안해야 한다. 공무원 연금은 ’60~70년대의 경제 개발 시대를 주도하던 공무원들의 박봉과 열악한 근무환경에 대한 보상적 성격과 공무원 입직 유인을 위한 인사 정책적 측면이 있었다는 점이 간과되어서는 안 된다. 공무원 연금이 ‘재직 시 받지 못한 후불 임금’적 성격이 있다는 공무원들의 주장을 완전히 무시할 수도 없는 이유다.

하지만 퇴직자가 급증하고 기대수명이 늘어나면서 상황은 급변하고 있다. 공무원연금 수급자가 늘어나면서 연금 재정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 2001년부터 2013년까지 세금으로 보전해준 금액만 12조원에 이른다. 더 큰 문제는 현 연금 제도가 그대로 운영될 경우 2080년까지 무려 1278조원의 정부 보전금이 지급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이런 상황에서 공무원 연금 개혁은 선택이 아닌 필수불가결한 과제가 되었다. 국민들의 공무원 연금 개혁 요구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정부의 재정적 측면 이외에 국민 정서적 측면의 함의도 있다. 과거 경제개발시대에 공무원들의 노고와 기여에 대한 배려와 보상 심리는 희미해졌다.

이제 공직과 민간부분 종사자의 퇴직 후의 복지에서 형평성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고위 공직자 출신이 퇴직 후 공공기관 장이나 선출직 공무원이 된 이후에도 새로운 직책에 따른 보수와 공무원 연금을 50%이상 이중으로 수령하는 것에 대한 비판도 가세하고 있다.

아무튼 국민들 사이에 공직과 민간부문의 역할과 기능에 대한 차별성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고, 민간부분과 공직 사이의 연금 수금의 불형평성을 개선해 달라는 주문이 강해지고 있다. 그렇다면 이런 국민들의 시선은 무엇을 의미할까? 상대적 박탈감 때문일까? 이를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공무원 연금 개혁뿐만 아니라 국가적 차원의 복지정책의 개혁 방향이 정해 질 수 있다.

정부와 정치권의 이율배반적 정책

공무원 연금 개혁의 문제를 오로지 연금 재정 안정화와 국민연금과의 형평성 제고에 초점을 맞춘다면 이는 근시안적 접근이다. 국민연금이든 공무원 연금이든 국민들의 퇴직 후 복지 정책적 측면이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그렇다면 연금 부문에서의 정부의 보전금 증가로 인한 재정 적자 개선을 위한 방안 마련에 그쳐서는 소탐대실(小貪大失)이 될 수 있다. 그동안 여러 정권에서 연금 제도 개혁을 혁신적으로 추진하지 못한 결과, 지금의 심각한 상황에 이르렀다는 점을 확실하게 인지해야 한다. 현 세대의 문제를 계속 미래 세대에 전가할 수는 없다.

정부 재정 건전화를 위한 연금 개혁을 추진하는 이 상황에서도, 한편에선 ‘신혼 부부 집 한 채씩 주기’라는 달콤한 유혹이나, 무상복지 정책의 확대를 주장하는 무책임하고 이율배반적인 행태가 계속되고 있다. 전형적인 포퓰리즘이다. 공무원 연금 개혁 추진은 미래 세대에게 빚을 안겨주지 말아야 한다는 절박한 상황 인식에서 나온 것이다. 여기서 우리가 얻는 교훈을 복지 정책에 전방위적으로 접목해야 한다.

한국 관료제, 어떻게 변할 것인가?

공무원 연금 제도가 정부와 여당의 방안대로 개혁될 경우 공무원들은 어떻게 대응하게 될까? 우리 사회에 불고 있는 공직 지망의 열풍은 식을까? 연금 제도는 공무원의 입직 의욕을 북돋우고 사기를 진작시키는 중요한 요인 중의 하나임에 틀림없다. 따라서 연금의 메리트가 줄어들 때 공직사회와 공무원이 어떤 모습으로 변모할 지 예측하고 전망할 수 있어야 한다.

연금의 수혜 폭이 줄어들 때 발생하는 부정적 영향도 예상할 수 있다. 우수 인재의 입직 기피나 부정부패의 증가, 무사안일한 행태의 확산 등이 우려된다. 퇴직 후의 개인의 재무적 안정을 위해 공직 수행 과정에서 이재(理財)에 대한 관심이 더 높아질 경우 업무 집중도가 떨어질 수도 있을 것이다.

당장 민간부문에 비해 낮은 보수의 인상을 요구할 것이다. 특히 새롭게 입직하는 공무원의 연금지급률이 낮아짐에 따라 재직 중의 보수 현실화를 요구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일 것이다. 현재 공무원의 총 보수 수준은 대략 민간부문의 80% 수준에 머물고 있다. 따라서 연금을 낮추고 국민연금 수급자와의 격차를 줄인다면, 국민연금 수급자들과 공무원의 보수 격차도 낮추어야 한다.

공무원 보수는 김대중 정부 시기에서부터 높아지기 시작하여 노무현 정부시기에 민간부문 대비 90%이상이 되는 고점에 이르렀다가, 이명박 정부 시기부터 민간부문과 격차가 벌어져 일부 직종과의 비교에서는 70% 포인트 수준까지 떨어졌다. 특히 6급 이하 하위직 공무원의 경우 민간부문에 비해 보수 격차가 더 크게 나타나고 있다.

   
 
   
▲ 자료: 공무원 보수(임금)체계에 관한 연구(한국공무원노동조합, 2014), p.383
   
▲ 자료: 2012 민관보수수준 실태조사(안전행정부, 한국갤럽조사연구소), p.184

복지정책과 고용정책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하다.

공무원 연금 개혁은 국가 전반의 정책적 변화와 긴밀하게 연계된 상태에서 검토되고 추진되어야 한다. 단순히 연금 재정적 측면에서만 접근하면 안 된다. 연금 제도의 변화는 국민들의 퇴직 후의 라이프스타일에 많은 영향을 준다. 따라서 다른 복지정책과의 연계를 고려해야만 한다. 연금 제도는 노령 연금, 보육정책, 교육 지원 정책과 무관하지 않다.

공무원 연금 개혁은 국가 재정 적자를 기하급수적으로 확대시키는 새로운 복지정책의 남발을 억제하고, 기존의 복지정책의 재설계를 추동할 수 있을 때 진정한 의미가 있다. 복지의 여러 영역에서 각개 전투식으로 전개되는 자기 이익 극대화 경향은 우려할 만하다. 이는 국가 복지정책의 종합적 컨트롤 타워 기능 부재에서 비롯된다.

   
▲ 지난 18일 경기 수원 새누리당 경기도당사 앞에서 경기지역 공무원단체 등이 '공적연금 파괴! 졸속적 연금개악!' 새누리당 규탄 결의대회를 가진 뒤 농성천막을 설치하려 하자 경찰이 저지하며 몸싸움을 빚고 있다. /뉴시스

이제 과거처럼 공직이 더 이상 민간부문을 압도하고 선도하는 시대는 지났다. 공무원 연금 제도는 공직의 장기 근무를 유도하는 기능이 강했다. 하지만 민간 영역과 공공 영역의 연금 제도의 차별성이 줄어드는 것에 발맞춰 공직의 개방성과 유연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채용제도의 근본적 혁신을 검토할 때다.

공무원 연금제도 개혁은 공직을 ‘평생직장’으로 여기던 생각의 변화를 초래할 것이다. 공무원의 직업 안정성은 근대 관료제의 근간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직업의 공고화는 무사안일을 불러오는 역기능도 낳는다.

공직 재직자의 퇴직금 제도를 민간부문과 동일한 수준으로 개선한다면, 이에 부응하여 공직과 민간 영역의 인재의 자유로운 흐름이 이루어지도록 공직의 충원과 퇴출의 유연성을 높이는 제도를 구상할 필요가 있다.

공무원의 보수를 민간부문과 동일한 수준으로 현실화하고, 공무원의 평생근무 제도에 혁파했으면 한다. 공직과 민간기업의 고용시장에서의 교류를 활성화하면 공공부문 혁신에 활력을 줄 수 있다. 이를 보다 확실하게 추동하기 위해 공무원의 10년 주기 재임용 제도를 제안한다.

이는 시대 변화에 맞는 역량을 갖춘 공무원은 장기 근무를 통해 연금의 수혜를 누릴 수 있도록 하고, 실적과 역량이 부족한 공무원은 중도에 탈락시켜 신진 인재가 입직할 수 있는 기회를 확대하는 방안이다.

현재 경찰직 공무원과 직업 군인의 경우 계급 정년제를 통해 연령에 맞는 적정 인재의 주기적 교체가 일부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반면에 일반직 공무원의 경우 한번 공직에 임용되면 범죄 등 특별한 결격사유가 없는 한 정년까지 근무할 수 있다.

이로 인해 입직 초기에 뛰어난 역량을 가진 인재라 하더라도 장기 근무할 경우 민간부문의 인재에 비교하여 경쟁력이 점점 떨어지는 현상이 빚어진다. 평생직장이 되는 순간 ‘영재로 입직해서 둔재가 되어 가는’ 현실을 피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공무원을 10년 단위로 재임용할 경우 공직의 혁신적 분위기 조성은 물론 민간부문과의 활발한 교류를 촉진할 수 있다. 또한 부적정한 인력의 공직 장기 독점을 막을 수 있다. 또한 공직 내의 경쟁은 공무원의 자기 계발과 역량 향상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다.

물론 공무원 재임용 제도를 도입하기 위한 전제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보수의 현실화와 직무의 전문성을 높이는 직위분류제도를 확대하는 것이다. 현재의 계급제와 순환근무제 중심의 직무 운영은 제너럴리스트만 양산할 뿐, 스페셜리스트로 키우기 어렵다.

직무별 전문성이 확보되지 않으면 민간 부문의 동일 직종과의 인적 교류가 어렵게 되고 직업의 유연성도 확보하기 어렵다. 공직의 각 직무에서 전문성을 높일 수 있는 직무 제도의 혁신을 한 이후에 공무원 재임용 제도를 도입한다면, 공무원의 자기 계발 노력을 촉진함은 물론 민간 영역의 전문 인력을 공직에 주기적으로 충원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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