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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협회 "기안84 연재 중단 요구는 파시즘…창작의 자유 탄압"

2020-08-24 16:10 | 이동건 기자 | ldg@mediapen.com
[미디어펜=이동건 기자] 웹툰협회가 최근 온라인상에서 갑론을박을 일으킨 기안84의 작품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사단법인 웹툰협회는 24일 "작가와 작품에 대한 비판은 얼마든지 가능하나 작가 퇴출, 연재 중단 요구는 파시즘"이라며 "비판과 견해의 도를 넘는 위력에 단호히 반대한다"고 전했다.

이어 "만화계에 대한 대표성이 없는 소위 '만화계성폭력대책위'란 단체의 '성평등한 작품을 위한 주의점' 지침 발표 등 일련의 처신도 유감"이라며 "우리 사회의 성평등 지수를 높이는 실천 기제로 전혀 무가치하다고 무시할 수 없고 실천해야 할 당위에도 동의하나 이를 명분으로 작가들의 자유로운 발상과 상상을 제약하고 탄압의 근거로 기능하는 것과 관련해 강한 우려를 표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웹툰협회는 "웹툰을 포함한 대중예술 전 영역에서 창작과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고 훼손하려는 일체의 부조리한 시도와 위력은 반드시 퇴출돼야 한다는 당위 앞에 웹툰협회와 웹툰 관련 단체, 여타 대중예술 단체와 작가, 종사자들 모두가 함께 해달라"고 부탁했다.


사진=MBC '나혼자산다'



지난 11일 공개된 기안84의 네이버웹툰 '복학왕'의 '광어인간 2화'에서는 봉지은이 기안그룹 인턴에 최종 합격해 일하는 과정이 그려졌다. 문제가 된 장면은 봉지은이 배 위에 조개를 얹어 돌로 깨부수고, 이를 본 40대 노총각 팀장이 그의 정식 입사를 결정하는 내용이다. 이어진 장면에서는 팀장이 우기명에게 봉지은과 교제 사실을 털어놓고, 우기명이 "잤어요?"라며 두 사람의 성관계 여부를 묻는 모습이 담겼다.

이를 본 구독자들은 업무 능력 부족으로 퇴사 위기에 처했던 봉지은이 상사와 부적절한 성관계를 가진 뒤 입사한 것을 암시한다며 이는 여성 혐오라고 지적했다. 한편 창작자로서 표현의 자유라는 반론도 이어졌다.

이후 기안84는 "작품에서의 부적절한 묘사로 다시금 심려를 끼쳐드려 정말 죄송하다"고 사과하며 "지난 회차에서 일자리를 구하기 힘든 봉지은이 귀여움으로 승부를 본다는 설정을 추가하면서, 이런 사회를 개그스럽게 풍자할 수 있는 장면을 고민하다가 귀여운 수달로 그려보게 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기안84의 사과에도 논란은 사그라들지 않았다. 기본소득당 젠더정치특별위원회·만화계성폭력대책위원회·유니브페미 등 몇몇 단체들이 지난 19일 기자회견을 열고 기안84의 작품 연재 중단을 요구한 것.

반면 창작의 자유를 억압하는 행태에 비판의 목소리도 나왔다. 특히 KBS2 드라마 '풀하우스'의 원수연 작가는 "작가들이 같은 작가의 작품을 검열하고 연재 중단 시위를 벌이는 초유의 사태가 만화계 일각에서 벌어지고 있다"며 "검열 중에서도 가장 잔인하고 나쁜 검열은 문화든 이념이든 바로 그 안에서 벌어지는 내부 총질"이라고 일갈했다.

[미디어펜=이동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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