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손혜정 기자]더불어민주당이 부동산 관련 '입법 독주'에 이어 이번엔 '공수처' 설치 강행을 예고하고 있다. 일각에선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여야 협치가 긴요해진 시국에 '정쟁'을 초래한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민주당에선 지난 24일 야당의 동의 없이도 공수처장 후보자를 선임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이 발의됐다. 김용민 의원이 대표발의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은 공수처장 후보추천위원회 규정 정비와 신속한 공수처 출범을 가능케 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즉 현행법에 명시된 '야당 교섭단체' 추천위 권한 조항을 삭제해 미래통합당을 추천위 구성에서 배제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개정안은 '여야 교섭단체 각각 2명'을 '국회 4명'으로 변경했다.
나아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민주당 소속 의원들은 이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 선임 건을 두고 통합당을 연이어 압박했다.
공수처장 후보추천위원 선정을 놓고 민주당과 통합다이 힘겨루기를 하는 가운데, 힘에서 눌리는 통합당은 민주당의 '입법' 압ㅈ력에 헌재의 결과만을 바라보는 형국이다. / 사진=민주당과 통합당
이들은 통합당이 추천위원을 내지 않을 경우엔 "법률 개정밖에 없다"며 사실상의 최후통첩과 '공수처 독주'를 시사했다. 그러면서 "이미 시행된 법을 실효성 있게 진행하는 것이기에 정치적 쟁점이 될 수 없다"며 공수처 출범에 대해 여야 간 '정치적 줄다리기'로 봐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박병석 국회의장도 지난 23일 정기국회 개회식(다음달 1일) 전까지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을 선임하라고 통합당 측에 공문을 보냈다.
그러나 일각에선 부동산 '입법 독주'에 이어 공수처 문제로 민주당의 '독무대'가 또 다시 재현될 것이라는 비판도 적지 않다. 1주일 만에 지지율 회복세를 보였지만 민주당은 최근 약 4년 만에 통합당에 정당 지지도 1위 자리를 추월당했던 만큼 일부 '자성론'마저 일었던 터였다.
또한 코로나 재확산으로 여야 간 책임론 공방이 가열되는 와중에 또 다른 정쟁을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공수처법은 입법·사법·행정 3권분립에 반하는 위헌요소와 국민의 기본권 및 평등권 침해, 입법권 남용과 공직자의 정치중립의무 위배 등의 문제가 지적되면서 헌법소원심판과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이 진행 중이다.
이와 관련해 통합당 측은 헌법재판소의 결과를 확인한 뒤 공수처장 후보추천위를 구성해도 늦지 않다는 입장이다.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는 25일 원내대책회의에서 민주당을 향해 "공수처를 일방 강행해온, 이 법의 부실함과 위헌성과 절차 과정을 먼저 돌아보라"며 오히려 문재인 대통령 취임 후 공석인 특별감찰관 추천이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통합당의 한 핵심 관계자는 '미디어펜'에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 후보군을 일단은 선정해야 한다는 일부 소수 의견이 당내에 있었지만 이 프로세스 자체는 일단 멈춰있는 상태"라면서 "일단 헌재 판결 자체를 기다리겠다는 것이 지도부와 당의 명확한 입장"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관계자는 "청와대 지시에 의해 움직이는 듯한 모양새를 보여주는 여당의 태도에 독립적인 입법 기관인 국회의 기능이 무엇인가 근본적인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코로나 재확산 와중에 민생에 불요불급한 공수처 문제로 여야 간 정쟁을 초래할 필요는 없다고 전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출신 권경애 변호사도 지난 24일 밤 민주당발 공수처법 개정 움직임에 대해 "'공수처 중립성 보장이 가능하다'는 자신들의 유일한 논거조차 없애는 법안을 초선의원 발의로 내놓고, 당론은 아니라며 커튼 뒤에서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며, 여론을 살핀다"고 맹비판했다.
이어 권 변호사는 "공수처가 '대통령의 친위 사정기관'이 될 것이라는 야당의 주장에, 여당의 유일한 방어 논거는 공수처장 후보 추천 방식이었다"고 꼬집었다.
[미디어펜=손혜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