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윤광원 기자]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아시아나항공 기내식 사업권 등, 계열사를 이용해 총수 지분율이 높은 금호고속(금호홀딩스)에 부당지원을 한 것이 드러나, 공정거래위원회가 강도 높은 제재에 나섰다.
공정위는 27일 금호아시아나그룹의 부당 내부거래 혐의에 대해, 시정명령과 32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고 밝혔다.
또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 박삼구 전 회장, 당시 그룹 전략경영실 임원 2명을 검찰에 고발키로 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은 스위스 업체에 기내식 독점 사업권을 넘기는 대신 금호고속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해당 업체가 인수하도록 했고, 금호산업 등 9개 계열사는 금호고속에 낮은 이자로 자금을 빌려준 것으로 나타났다.
금호아시아나그룹 전략경영실은 지난 2015년부터 해외 투자자문 업체를 통해, 금호고속에 투자하는 것을 조건으로 아시아나항공 기내식 독점사업권을 넘기는 방식의 '일괄 거래'를 제안했다.
스위스 게이트그룹이 이를 수락, 아시아나항공은 2016년 12월 30년 기내식 독점 사업권을 게이트그룹에 넘겼고, 그 대가로 게이트그룹은 2017년 3∼4월 만기 1·2·20년의 금호고속 BW 1600억원어치를 무이자로 인수했다.
금호아시아나와 게이트그룹은 기내식 사업권과 BW 인수의 일괄거래를 협상하면서, 배임 등 법적 문제가 생길 것을 우려해 본계약에서는 이를 제외하고 부속계약 형태로 끼워넣었다.
정진욱 공정위 기업집단국장은 "BW는 신주인수권을 행사해 이익을 볼 수 있는 경우에는 무이자로 발행할 가능성도 있으나, 이번 건에서는 신주인수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사실상 없으므로 이례적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정상금리(연 3.77∼3.82%)가 아닌 무이자 BW 인수로 금호고속은 162억원 상당의 이익을 봤다.
지난 2018년 아시아나항공의 기내식 대란도 금호아시아나그룹이 기내식 업체를 무리하게 바꾸는 과정에서 일어났다는 지적이 있었다.
기존에 아시아나항공에 기내식을 공급하던 LSG스카이셰프코리아는 '아시아나항공으로부터 금호고속 BW 인수 요구를 받았고, 이를 거절하자 게이트그룹에 사업권이 넘어갔다'며 공정위에 이를 신고했었다.
또 아시아나항공 기내식 사업권과 BW 인수를 맞바꾸는 거래가 지연돼 금호고속의 자금 사정이 어려워지자, 금호아시아나그룹은 9개 계열사가 금호고속에 싼 이자로 자금을 빌려주게 했다.
전략경영실의 지시로 금호산업, 아시아나항공, 아시아나IDT, 아시아나개발, 에어부산, 아시아나항공, 아시아나세이버, 금호리조트, 에어서울 등 9개 계열사는 45회에 걸쳐 총 1306억원을 담보 없이 연 1.5∼4.5%의 저금리로 금호고속에 빌려줬다.
특히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은 계열사도 아닌 협력업체를 이용, 8차례 총 280억원의 자금을 우회적으로 금호고속에 대여했는데, 자금 여력이 없는 영세 협력업체에 선급금 명목으로 돈을 준 뒤, 협력업체가 이를 고스란히 금호고속에 빌려주는 방식이었다.
이처럼 계열사와 영세 협력업체를 동원한 저리 대여에 금호고속은 정상금리(3.49∼5.75%)보다 낮은 금리로, 총 7억 2000만원 상당의 이익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전방위적인 '꼼수 지원'으로 금호고속은 약 169억원 상당의 금리 차익을 얻었고, 박 전 회장을 비롯한 총수일가는 특수관계인 지분율에 해당하는 이익 최소 77억원과 결산 배당금 2억 5000만원을 챙겼다.
재무 사정이 어려웠던 금호고속이 계열사 지원으로 자금을 마련해 금호산업, 금호터미널, 구 금호고속 등을 인수하면서 총수일가 지배력이 커졌고, 경영권 승계의 토대도 마련됐다.
정 국장은 "특수관계인 지분율이 높다고 자금 조달 여력이 부족한 회사를 지원하면 그룹 전체의 동반 부실화 우려가 있는데도, 금호아시아나그룹은 기내식 사업권 등 가용할 수 있는 자원을 모두 동원해 지원에 나섰다"고 지적했다.
총 320억원의 과징금 중 '교사자'로 지목된 금호산업에 부과된 금액이 148억 9100만원이고, 금호고속은 85억 900만원, 아시아나항공은 81억 8100만원, 금호산업은 3억 16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미디어펜=윤광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