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태 한진그룹 회장·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사진=대한항공 커뮤니케이션실·연합뉴스
[미디어펜=박규빈 기자] 한진그룹과 금호아시아나그룹의 계열사 지원 방식과 목적이 달라 시장과 감시 당국의 대응이 다르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29일 재계에 따르면 한진그룹은 지주사 한진칼을 통해 계열사들을 지원하고 있다.
지난 5월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한진칼 이사회를 개최해 주력 계열사 대한항공 유상증자 참여를 전격 결정했다. 당시 이사회는 3000억원을 투입키로 하며 "대한항공 지분 가치 유지와 유동성 위기 극복 차원에서 대주주인 한진칼이 나섰다"고 밝혔고 시장은 조 회장에 대한 신뢰를 보냈다.
참여 재원은 보유 자산 매각과 담보부 차입을 통해 마련한다고도 했다.
또 한국산업은행과 한국수출입은행이 대한항공에 융자해주는 금융지원 1조2000억원에 대한 담보를 제공한다며 유상증자를 통해 취득한 신주를 내놓기도 했다.
서울 중구 소공동 소재 한진빌딩./사진=한진그룹
지난달 8일에도 이사회를 열어 ㈜한진과 진에어의 유상증자에도 참여한다며 각각 300억원·536억 등 총 836억원 투입을 의결했다. ㈜한진의 경우 사업상 필요한 물류센터 시설 자금 확충 차원에서, 진에어는 대한항공과 마찬가지로 경영난에 빠져 운영자금 확보를 위해 현금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이 외에도 조원태 회장은 한진그룹 컨트롤 타워인 한진칼 경영권 방어를 위해 400억원을 개인 대출하는 등 그룹 지키기에 여념이 없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는 평이다.
그룹 정상화에 대한 염원은 금호아시아나그룹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시장과 경쟁 당국이 이를 바라보는 시선은 곱지 않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에 따르면 박 전 회장은 재임 중 그룹을 재건하고자 계열사 인수 자금 확충에 어려움이 따르던 지주사 금호기업(금호고속)에 힘을 실어주고자 자금을 전방위적으로 조달해준 것으로 드러났다. 금호고속은 금호아시아나그룹 지배구조상 정점에 있는 기업으로 박 전 회장 등 총수 일가의 직접적인 영향권에 있었다.
계열사 간 지원 자체는 불법이 아니나 박 전 회장이 택했던 방식이 문제였다. 박 전 회장은 금호산업 지주사업부 소속 전략경영실 임원 2명으로 하여금 △금호산업 △아시아나항공 △아시아나에어포트 △아시아나IDT △아시아나개발 △에어부산 △에어서울 △아시아나세이버 △금호리조트 등 9개 계열사와 협력사로부터 금호고속 지원 자금을 갹출토록 했고 저리로 대여해줬다.
영세한 규모의 금호산업·아시아나항공 협력사들은 상대적으로 갑인 두 회사가 정한 조건에 따를 수 밖에 없었고, 계약서상에 직접 서명 또는 날인을 한 사실도 없다는 것이 공정위 조사에서 드러났다.
이와 같은 방식 외에도 박 전 회장은 외국계 기내식 업체인 게이트고메코리아와 금호고속 투자를 조건으로 아시아나항공 기내식 30년 독점거래-금호고속 신주인수권부사채(BW) 인수를 묶은 '일괄 거래'를 진행했다.
이 결과 금호고속은 1600억원 상당의 BW를 발행해 스위스 게이트 그룹에서 자금을 받게 됐다. 그러나 배임 등 법률상 위험을 이유로 들어 본계약 체결에서는 관련 내용이 빠진 것으로 확인됐다. 다시 말해 금호고속이 BW를 발행할 수 있도록 아시아나항공이 기존 거래 업체가 아닌 새 사업자에 기내식 사업권을 내준 셈이다.
계열사들과 협력사들에서 저리로 융자받은 금호고속은 7억2000만원 상당의 경제적 이익과 169억원에 상당하는 금리 차익을 봤다. 이런 방식으로 공정거래를 저해함으로써 고속버스 운송 시장에서 지위가 더욱 탄탄해졌다. 또 특수관계인 지분율에 해당하는 77억원 상당의 이익과 결산 배당금 2억5000만원 등이 박삼구 전 회장 일가에 직접 귀속됐다.
아울러 총수 일가→금호고속→금호산업→아시아나항공→기타 계열사로 이어지는 지배구조 상 금호고속이 차입금을 차질 없이 상환해 박 전 회장 등 총수 일가의 경영권 상실 가능성을 차단하는 결과를 불러왔다.
공정위는 의결서를 통해 박 전 회장·박홍석 전략경영실장·윤병철 전략경영실 관리임원·금호산업·아시아나항공을 검찰에 고발하기로 결정했다. 이처럼 박 전 회장이 경영 윤리를 등한시 한 채 사익 편취를 노린 탓에 법인(法人) 아시아나항공 등 계열사들은 협력사들에 대한 가해자이자 배임 피해자가 됐다는 평가다.
결정적으로 조원태 회장과 박삼구 전 회장은 경영에 임하는 자세와 목적이 달라 시장과 당국의 반응도 달랐다는 분석이다. 이익 추구는 기업인의 지상 목표이되 경영자로서는 주주와 계열사 등 관계자들을 우선시하고 넓은 시각으로 사업을 바라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미디어펜=박규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