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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보증금 반환보험, 깡통전세 등장에도 '애물단지' 된 이유

2020-08-31 14:01 | 이다빈 기자 | dabin132@mediapen.com
[미디어펜=이다빈 기자]집주인에게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 할 가능성이 높은 '깡통전세'가 등장하고 있는 상황에도 임대보증금 보증보험에 대한 시선이 싸늘하다. 보증금을 떼일 걱정은 줄었지만 집주인과 세입자 모두 가입과 보험료가 의무화 되면서 세입자가 체감하는 부담이 늘었기 때문이다.

31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매매가 대비 전세가를 나타내는 전세가율이 올해 2월 79.49에서 6월 79.62로 지속적으로 늘어나며 임대차 시장의 불안이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세입자들의 보증금을 보호하고자 시행된 임대보증금 반환보험 의무가입 제도 역시 크게 환영 받는 상황은 아니다. 집주인과 더불어 세입자의 보험료 부담도 늘어나서다.

서울 종로구의 한 공인중개사사무소 모습으로 기사와 관계없음./사진=미디



계속된 전세난으로 전세 보증금이 증가하는 동시에 주택 매매가 상승세가 주춤하며 전세가가 매매가보다 높은 깡통전세가 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의 여파로 공실이 늘어나 매매가가 하락하는 몇몇 오피스텔에서 깡통전세 현상이 두드러졌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7‧10 부동산 대책 후속조치로 지난 18일부터 임대보증금 반환 보험 가입을 의무화하면서 임차인 권리 보호를 꾀하고 있지만 이와 같은 제도가 세입자들에게 실질적으로 혜택이 될지, 부담으로 작용할 지를 두고 시선이 엇갈리고 있다. 

임대보증금 반환보증보험은 집주인의 재정 상황 상 세입자의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경우 보험회사가 대신 반환해주는 상품이다. 의무화된 임대보증금 보험료는 집주인이 75%, 세입자가 25%를 각각 부담해야 한다. 의무가입 사항을 위반하면 집주인이 2000만원 이하 벌금 또는 2년 이하 징역에 처한다.

보험은 주택도시보증공사(HUG)와 SGI서울보증을 통해 가입할 수 있다. 보험료는 아파트 기준으로 HUG는 전‧월세 보증금의 0.099~0.438%로 책정했다. 보증금이 5억원이라고 가정하면 평균 계약기간인 2년간 총 보험료는 99만원~438만원이다. 이중 집주인이 부담해야하는 75%는 약 74만~328만원까지다. 나머지 약 24만~109만원은 세입자가 부담해야한다.

집주인들은 세입자 권리 보호를 위해 치러야 할 보험료를 탐탁지 않게 생각하고 있다.

한 부동산 업계 전문가는 "전세 계약을 할 때 전세 보증금에 대해서 세입자는 채권자, 집주인은 채무자 개념인데 채무자인 집주인들이 스스로 보증금을 못 돌려 줄 것을 대비해 보험을 의무적으로 들어야 한다는 것에 대해 의문을 갖고 있다"며 "보험에 가입하기 위해서는 감정평가도 받아야 하는데 보험료보다 감정평가 수수료가 더 비싼 상황도 지적받고 있다"고 말했다.

세입자 역시 달갑지 않은 시선이다. 기존 제도에서는 보증금 1억원 당 세입자 혼자 부담해야 할 금액이 연 12만8000원이었다. 제도가 바뀌며 집주인과 보증금을 나눠 부담하게 됐지만 애초에 보험 가입을 원하지 않았던 세입자들은 주거비용이 추가로 나가게 됐다. 기존 전세보증금 보증보험은 세입자들의 90%가 가입하지 않고 있었다. 

의무화된 보증금을 두고 집주인들과 세입자들의 갈등도 우려된다. 집주인들이 늘어난 보험료를 세입자에게 전가해 보증금을 늘릴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한 세입자는 "보증금 반환에 문제없는 주택에 살고 있는데 이번 제도는 집주인-세입자 간 싸움을 붙이려는 꼴"이라며 “추가 부담이 늘었다고 느낀 집주인이 전셋값을 올릴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보험 가입이 의무화 되면서 보증금을 반환 받지 못할까 하는 염려는 줄었지만 지금과 같은 집값 상승기에는 전세가율이 높은 전셋집이라도 훗날 전셋값을 돌려받지 못할 위험이 적어 굳이 필요하지 않은 제도라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기존에도 확정일자를 받으면 대부분 주택에서는 보증금 반환이 문가 없었기에 세입자들이 체감하는 제도의 효과는 적을 수 있다"라며 "세입자들도 없었던 보험료를 지불해야 하지만 있지만 처벌 규정이 집주인에게만 적용돼 '세입자 권리를 위해 독박을 쓴다'고 생각하는 집주인들도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이다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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