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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家 박삼구·박찬구 형제...리더십이 희비 갈랐다

2020-09-11 13:29 | 박규빈 기자 | pkb2162@mediapen.com

박찬구 금호석유화학그룹 회장·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사진=금호석유화학그룹·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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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펜=박규빈 기자]재계에는 같은 이름을 공유하지만 경영 분리를 통해 별도의 기업들이 된 경우가 많다. 금호그룹은 5남 3녀를 둔 초대 박인천 회장이 세운 기업이다. 이 금호그룹은 형제의 난을 거치며 금호아시아나그룹과 금호석유화학그룹으로 분화됐다.

현재 범 금호가 경영에 영향을 미치는 인물은 3남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과 4남 박찬구 금호석유화학그룹 회장이다. 하지만 두 CEO들의 경영 리더십의 차이로 서로가 맡은 기업집단은 경영 실적상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11일 공정거래위원회 기업집단포털에 따르면 금호석유화학그룹은 올해 5월 기준 재계 59위로 기록됐다. '형제의 난' 이후 2015년 대법원으로부터 금호아시아나그룹 계열 분리 판결을 받고 박찬구 금호석유화학그룹 회장이 고군분투한 결과라는 게 재계 평가다.

실제 금호석유화학그룹은 계열 분리와 관련 통계 작성 직후 재계 서열 64위로 기록됐으나 꾸준히 성장세를 보여왔다. 그 배경에는 박찬구 회장의 '뚝심 경영'이 자리했다는 전언이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20위에 올랐다. 하지만 조만간 60위 밖으로 밀려나 중견기업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그룹 주력 계열사 아시아나항공이 떨어져 나갈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금호석유화학 울산 공장/사진=금호석유화학



박삼구 회장의 동생 박찬구 회장은 잘 할 수 있는 분야에 그룹 역량을 집중한다는 경영 철학에 따라 NB라텍스 생산 라인에 투자해 왔다. NB라텍스는 의료용 고무장갑의 주 원료로 쓰이는 합성 고무 제품이다. 코로나19 덕에 수요가 대폭 늘어난 것에 힘입어 올해 2분기 매출 1조262억원·영업이익 1201억원 등 견조한 실적을 기록해 시장의 긍정적 반응을 이끌어냈다.

이 여세를 몰아 박 회장은 '규모의 경제' 실현을 위해 하반기 중 NB라텍스 6만톤 생산 설비에 추가로 투자해 연간 64만톤을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관련 사업분야에서는 전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어 타의 추종을 불허하겠다는 뜻으로 읽히는 부분이다.

규모의 경제 이론은 형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도 공유했던 경영 철학이다. 하지만 적용 방식이 달랐다.

1997년 외환위기를 겪으며 당시 금호그룹은 아시아나항공과 금호산업 산하 타이어 사업부로 명맥을 이어나갔다. 2002년 제4대 금호그룹 사령탑에 올랐던 박 전 회장은 금호타이어 법인을 세워 중국 톈진 공장을 일본 브릿지스톤에 매각하며 지분 50%를 군인공제회에 넘겼다. 아시아나항공의 공항서비스 부문도 매각하며 유동성을 확보했다.

그러나 이것이 도리어 부메랑이 돼 그룹 쇠퇴의 길을 불러왔다는 지적이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위기는 2005·2008년 대우건설·대한통운을 연달아 인수한데서 기인한다. 당시 재계에서는 금호아시아나가 건설과 물류 양 날개를 달았다는 이야기나 돌았다. 당시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부회장은 대우건설 인수를 극구 반대했다.

박삼구 전 회장은 동생의 간언에도 계열사 자금과 투자금융자본까지 총 6조4255억원을 끌어들여 대우건설 인수를 강행했다. 또 3년 내 대우건설 평균 주가가 기준가를 상회하지 못하면 투자자들에게 차액을 보존해준다는 '풋백 옵션'까지 내걸었다.

하지만 2008년 미국 서브프라임모기지론에 따른 세계 경제위기가 불어닥쳐 대우건설을 시장에 내놓게 됐고, 금호생명 마저 팔게 되는 결과를 맞이했다.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는 법정관리에 돌입하게 되는 등 비 전문분야 투자가 불러온 대참사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한편 금호석유화학그룹은 글로벌 석화시장에서 품질과 기술력을 바탕으로 경쟁우위를 확보하는 차원에서 지속적인 R&D가 필수라는 판단을 내렸다. 이에 장갑 경량화와 화학 안정성을 제고할 수 있는 생산공정을 개발 중이다. 이 외에도 주력제품인 자동차 타이어용 합성고무 또한 강도·연비 향상 연구와 대세로 자리 잡은 전기차 시대와 관련한 미래 시장 대비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대신 박찬구 회장은 경쟁력 없는 사업부는 과감히 정리하고 있다는 평가다. 스티렌부타디엔고무(SBR) 생산 라인은 NB라텍스 라인에서 병행 생산토록 했다. 이 외에도 올해 2월 전자소재·탄소나노튜브(CNT) 부문 내 포토레지스트(감광액) 사업부문을 SK머티리얼즈에 매각했다.

금호아시아나그룹 사옥./사진=연합뉴스



반면 탄탄한 계열사들을 바탕으로 해 상대적으로 비옥한 영토에서 커온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점점 빛을 잃어가는 분위기다. 이미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무리한 M&A의 영향으로 금호타이어를 시장에 내놓은 바 있다. 개인 자격으로 금호타이어를 인수해야 했던 박삼구 전 회장은 자금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고, 채권단 한국산업은행과 갈등을 빚기도 했다.

주주들은 박 전 회장의 경영 능력에 의문점을 표했고 박 전 회장은 2017년 9월 금호타이어 대표이사직 퇴진과 동시에 우선 매수권 포기를 선언하기도 했다.

이후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은 그룹 재건 차원에서 전사적 기량을 금호고속 1개사에 모았다. 박 전 회장은 금호산업·아시아나항공 등 9개 계열사와 외국계 기내식 협력사로부터 자금 2906억원을 갹출받아 금호고속에 시중 대비 저리로 대여해줬거나 계열사를 통해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발행하는 것을 진두지휘했다.

그러나 공정거래위원회는 박 전 회장과 계열사들이 부당 내부거래와 배임 행위를 저질러 결국 총수 일가의 사익 편취로 이어졌다고 판단했다. 당국은 금호아시아나그룹에 총 32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며 박 전 회장과 임원 2명, 금호산업·아시아나항공 법인을 검찰에 고발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 때문에 재계에서는 박 전 회장의 말로가 꼬이게 됐으며 형제 간 처지가 뒤바뀔 것으로 보고 있다.

[미디어펜=박규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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