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재확산에 따라 일회용품 사용이 늘고 폐기물 배출도 급증하고 있어 건설사들이 새로운 먹거리로 폐기물처리업체에 관심을 두고 있다./사진=환경부
[미디어펜=유진의 기자]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에 따라 건설경기가 침체된 가운데 건설사들이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 나서고 있다. 특히 사회적 거리두기가 2.5단계로 격상하면서 일회용품 사용이 늘고 폐기물 배출도 급증하고 있어 건설사들이 새로운 먹거리로 폐기물처리업체에 주목하고 있다.
2일 건설·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SK건설은 국내 최대 폐기물업체인 EMC홀딩스(환경관리주식회사)를 인수할 전망이다. SK건설은 사모펀드(PEF) 어펄마캐피탈이 보유 중인 EMC 지분 100%를 사들일 것으로 보인다. 거래 금액은 1조원 이상이다. EMC홀딩스는 전국 2000여 하수·폐수 처리시설과 폐기물 소각장 4곳을 운영하고 있다.
주택브랜드 '에일린의 뜰'을 보유한 아이에스동서(IS동서)도 지난 6월 영남권 산업폐기물 처리기업 코엔텍을 인수했다. 아이에스동서는 E&F 프라이빗에쿼티(PE)와 컨소시엄을 꾸려, 코엔텍 지분 59.29%와 새한환경 지분 100%를 약 5000억원에 인수했다.
앞서 아이에스동서는 지난해 6월 건설 폐기물 기업 인선이엔티 지분 877만1669주(23.83%)를 1000억원에 사들이기도 했다. 인수가격은 5000억원으로 추정된다. 1993년 설립된 코엔텍은 영남지역 최대 폐기물처리업체로, 소각시설과 매립시설을 모두 보유하고 있다. 1990년대 후반 일반·지정폐기물 중간처분업(소각) 및 최종처분업(매립) 허가를 취득해 관련 영업을 시작했다.
특히 코엔텍 인수전 당시에는 태영건설, 동부건설 등 여러 건설사들도 참여해 그 배경에 시선이 쏠리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경기를 잘 타지않고 폐기물처리업으로 사업을 다각화해 변동성이 높은 건설업의 한계를 극복하려는 시도라는 분석된다.
코엔텍은 울산을 중심으로 일반폐기물과 지정폐기물의 매립, 소각, 열 판매 등을 하는 국내 상위권 폐기물처리업체다. 2019년 개별기준으로 매출 711억원, 영업이익 284억원을 거뒀다. 영업이익률은 40%에 달한다.
이 회사의 폐기물매립 단가는 2018년 톤 당 12만1000원에서 2019년 톤 당 18만6000원으로 54%가량 상승했는데 수급 불균형이 주요 원인으로 파악된다. 특히 스팀사업은 코엔텍 사업 가운데 이익률이 가장 높은 부문으로 알려졌다. 이는 폐기물 소각 과정에서 나오는 열을 화학 관련 업체 등에 판매하는 것으로 코엔텍은 울산공단의 SKC, SK에너지 등을 고객사로 확보하고 있다.
아파트 브랜드 '데시앙'을 보유한 태영건설도 이미 수처리와 폐기물처리 사업 등을 영위하는 TSK코퍼레이션을 자회사로 두고 있다.
태영건설은 지분 62.61%를 보유한 환경 자회사 TSK코퍼레이션을 통해 이번 코엔텍 인수전에 참여하고 있다. 태영건설은 환경부문을 미래 먹거리로 육성하고 있는데 지주사체제 전환 등과 맞물려 TSK코퍼레이션의 기업가치가 더욱 올라갈 것으로 시장에서는 보고 있다.
TSK코퍼레이션은 2019년 연결기준으로 매출 6540억원, 영업이익 1100억원을 거뒀다. 2018년보다 매출은 30%, 영업이익은 31%가량 늘었다.
TSK코퍼레이션은 2019년 340억 원을 들여 폐기물처리업체 디에스프리텍을 인수한 데 이어 베트남 진출도 추진하고 있다. 수처리부문도 꾸준히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건설사들이 폐기물 처리 업체에 이토록 관심을 두는 이유는 코로나19로 인한 폐기물 시장의 성장세와 희소성이 첫 번째 이유로 꼽힌다. 환경부에 따르면 2019년 국내 폐기물 일평균 처리량은 26만톤으로, 2001년부터 연평균 3.2%씩 증가했다.
반면 소각 시설은 2013년 503개에서 2019년 400개로, 같은 기간 매립 시설은 292개에서 270개로 감소했다. 처리량은 지속해서 늘었지만 시설은 인근 주민 반대와 정부 규제 등으로 인해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폐기물처리업은 폐기물 관리법에 따라 시·도지사 허가가 있어야 한다. 특히 수도권에선 신규 매립장 허가가 거의 불가능해 발생 폐기물 대부분이 중부권이나 남부권으로 이동돼 처리되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폐기물 처리업은 수주를 기반으로 하는 건설업계와 궁합이 잘 맞는다는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건설업은 수주산업이어서 주택 경기에 민감하고 매출 공백이 발생하지만 폐기물은 경기와 무관하게 꾸준히 발생하는 만큼 안정적인 매출을 기대할 수 있어서다.
아울러 코로나19 확산과 배달 산업 성장으로 일회용 마스크, 의료 폐기물, 택배 포장 등 각종 생활 폐기물이 급증하자 폐기물 처리업이 알짜 사업으로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폐기물 처리 사업은 진입장벽이 높은 데다 현금 흐름도 좋다. 사모펀드(PEF)뿐 아니라 국내 건설사들까지 미래 먹거리를 챙기기 위해 폐기물 사업에 달려들면서 굵직한 인수합병(M&A)이 잇따라 흥행에 성공하고 있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중견건설사들의 먹거리로 대두되던 폐기물처리업체가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대형건설사들도 노리고 있는 상황"이라며 "향후 폐기물처리업체가 매물로 나온다면 앞서 건설사들이 인수전에 참여했 듯 눈독들이는 대형건설사들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다른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코로나19 이전과 이후로 건설사들의 관심도가 달라졌다"며 "현재 코로나 확산이 지속되고 있는 만큼 폐기물처리업체 매물이 나온다면 적극적으로 검토할 건설사들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유진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