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홍샛별 기자]정부가 부동산 시장 감시와 교란행위를 조사·처벌하기 위한 감독 기구 설립을 본격화했다. 그러나 여전히 개인의 기본권과 재산권 침해 논란에선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해당 기구의 효율성에도 의문을 제기하는 상황이다.
지난 2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5차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는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사진=연합뉴스
3일 정부부처 등에 따르면,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일 서울정부청사에서 ‘제5차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부동산거래분석원’(가칭)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홍 부총리는 “현재의 불법행위 대응반 인력으로는 전국적으로 발생하는 수많은 불법행위 등에 대응하는데 현실적 한계가 있다”면서 “부동산 불법행위 근절과 국민의 재산권 보호를 위해 부동산 시장 교란행위 차단 조직을 강화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즉 부동산 시장 교란 행위를 차단하기 위해 현재 국토부 내 임시조직인 부동산시장불법행위대응반(이하 대응반)을 부동산거래분석원으로 확대 개편해 금융 정보 등 이상거래 분석을 강화하겠다는 이야기다.
지난 2월 출범한 대응반은 현재 국토부 산하 임시 조직으로 국토부와 검찰, 경찰, 국세청,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한국감정원 등 7개 기관에서 파견된 직원 13명이 일하고 있다.
이들은 주택 실거래 조사를 점검해 편법 증여나 허위 계약신고, 집값 담합 등 다양한 부동산 시장 불법 행위를 단속한다.
하지만 인력 부족과 개인 금융거래 내역이나 과세정보 등을 자체적으로 조회할 권한이 없어 신속한 조사가 어려웠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에 정부는 이달 중 법률제정안을 만들어 부동산거래분석원이 개인의 금융·과세정보를 조회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홍 부총리는 또 “부동산거래분석원은 시장을 ‘감독’ 하는 것이 아닌 ‘단속, 처벌’하는 기구”라며 “금융정보분석원(FIU)과 자본시장조사단의 사례를 적극 참고했다”고 밝혔다.
FIU와 자본시장조사단은 금융위원회 산하 조직으로 검찰·경찰 등 수사기관이나 국세청, 금융감독원 등 인력을 파견 형식으로 받아 운영한다.
FIU는 자금세탁, 외환거래를 통한 탈세를 잡아내는 역할을 하는 기구로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법원의 영장 없이도 금융거래나 계좌 조회를 할 수 있다.
이를 두고 시장에서는 말이 단속, 처벌이지 결국 시장을 감시, 통제하는 ‘빅브라더’와 마찬가지 기구가 될 것이라며 우려하고 있다.
정부가 부동산거래분석원에 FIU와 같은 권한을 부여하면 부동산 시장 교란행위가 의심될 때 영장없이도 개인의 계좌를 조회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특히 불법 행위의 기준이 명확하지 않을 경우에는 재산권 침해 논란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
권대중 명지대학교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부동산거래분석원의 권한이 어디까지 주어질지는 모르지만 금융거래나 계좌를 조회할 수 있다면 이건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라며 “1년에 100만건 정도 거래되는 부동산 시장에서 모든 은행 계좌를 감시한다는 이야기”라고 지적했다.
권 교수는 이어 “이건 시장을 단순히 안정시키려는 의도 그 이상이다”라며 “개인의 재산권 행사 등이 모두 국가의 관리 아래 놓이게 되는 셈”이라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부동산거래분석원의 효율성에도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여러 부서에 분산돼 있던 감독기능을 하나로 통합하면 효율이 극대화될 것이라는 것은 이상론”이라며 “실무에서는 이전에는 커버하던 단발적인 사안을 통합조직에서는 놓치는 경우도 발생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연구원은 이어 “공공기관 평가에서 해외사업 실적이 반영되는 것을 보더라도 통합보다 분산이 효율적일 수 있다”면서 “여러 부서에서 파견받은 인력들의 효용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고 설명했다.
한편, 부동산거래분석원의 인력 규모는 아직 확정되진 않았지만 약 100명 이내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FIU와 자본시장조사단 역시 직원은 각각 80여명, 30여명 수준이다.
[미디어펜=홍샛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