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국가인권위원회가 주 뉴질랜드대사관에서 발생한 한국외교관 성추행 사건과 관련해 피해자의 진정은 인용하면서 성희롱으로 판단하고, 일정 금액을 지급하라고 권고했다.
3일 인권위와 외교부에 따르면, 인권위는 전날 이 사건 피해자의 진정에 대해 인용 결정을 내리고 두가지 권고 사항을 낸 결정문을 송부했다. 먼저, 한국외교관 A씨의 행위를 성희롱을 인정하고 피해자에게 일정 금액을 지급할 것과 다음, 외교부의 관련 사건 처리 제도를 개선하라는 권고이다.
인권위는 외교관 A씨가 뉴질랜드 공관 피해자에게 ‘피해에 대해 일정 금액을 지급하라’고 결정하면서도 보상이나 배상 등 위법성이 수반되는 용어는 사용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관련 사건에 대한 재조사 여부도 결정하지 않았다. 20여장에 달한 인권위의 결정서에는 이 사건을 성추행이 아니라 성희롱으로 판단한 근거도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부의 제도 개선과 관련해서는 구체적으로 피해자와 가해자 간 분리조치가 불충분했으며, 재외공관 인사위 구성 및 성희롱 조사 절차 규정 매뉴얼이 부재하다는 점이 문제가 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면서 재외공관에서 성희롱 발생시 조사 및 구제에 공정성을 담보할 수 있는 매뉴얼을 마련하도록 권고했다.
이에 따라 인권위의 권고를 받은 외교부는 권고를 받은 날부터 90일 이내에 이행 계획을 인권위에 통지해야 한다. 외교부는 “국가인권위원회 권고를 접수했으며, 관련 내용을 면밀히 검토해 필요한 조치를 취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외교관 A씨는 지난 2017년 말 주뉴질랜드대사관에서 근무하며 세 차례에 걸쳐 직원을 성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접촉이 있었다는 사실은 인정했으나, 성추행 의도가 없었다며 자신의 혐의를 부인했다. 외교부는 이에 대해 지난 2018년 초 감사를 진행한 뒤 A씨에게 감봉 1개월의 경징계를 내린 바 있다.
지난 2018년 11월 A씨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한 피해자는 이에 대한 외교부의 대처가 부적절했다는 취지의 진정을 한국 인권위에 제기했다. 뉴질랜드 경찰도 지난해 피해자의 신고를 받고 관련 수사를 시작했으며, 지난 2월에는 뉴질랜드 법원이 A씨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이후 뉴질랜드 매체들은 한국 대사관이 현장 검증이나 CCTV 영상 제출, 직원 인터뷰 등을 거부하는 등 수사에 협조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하는 보도를 냈다. 특히 이 사건은 문재인 대통령과 뉴질랜드 정상간 통화에서도 언급되면서 외교 문제로 비화됐다.
외교부는 지난달 3일 A씨에 대해 “여러가지 물의를 야기했다”며 귀임발령을 냈다. A씨는 보직없이 본부 근무 발령을 받은 상태로 지난달 17일 귀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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