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손혜정 기자]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올해 정계 복귀 후 처음으로 국민의힘 행사에 참석한다. 안 대표는 그간 국민의힘 '연대론 러브콜'에 선을 긋는 입장을 견지해왔으나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흡수론' 거론 직후 행사 참여 소식이 알려져 정치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안 대표는 오는 15일 국민의힘과 국민의당 의원들의 공동연구모임 '미래혁신포럼'에 특별 강연자로 나서 '대한민국의 미래와 야권의 혁신과제'에 대해 논할 예정이다.
미래혁신포럼은 양당 의원들이 '혁신'이라는 담론을 다루는 포럼으로, 해당 주제를 논하기 위해 혁신의 '키맨' 차기 대선 후보군을 초청, 대한민국 청사진에 대한 의중을 공유하는 장이다. 지난 6월과 7월에는 야권 잠룡으로 꼽히는 원희룡 제주도지사와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특별 강연자로 나선 바 있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왼쪽)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사진=국민의힘·안 대표 SNS
그러나 이번 포럼은 전날(3일) 김종인 위원장이 안 대표에 대해 "관심을 가질 필요가 없다"며 당 내외에서 거론되는 '연대론'을 일축한 다음날 전해진 소식이라 세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심지어 안 대표는 그간 국민의힘 원내지도부의 거듭되는 '연대론 러브콜'에도 "생각해본 적 없다"며 선을 긋는 태도를 유지해왔다. 이에 일각에선 국민의힘이 '아쉬울 것 없다'는 제스처를 취하자 안 대표가 다급해진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도 일부 제기되고 있다.
또한 아직 뚜렷하게 두드러지지 않는 범야권의 대선 구도에 양당의 이른바 '밀당(밀고 당기기)' 관계가 여론 환기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는 모양이다.
다만 안 대표가 '다급해졌다'는 시각에는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이 '억측'이라며 제동을 걸었다. 장 의원은 '미디어펜'과의 통화에서 "안 대표를 포럼에 초청하고 (안 대표가) 수락한 것은 7월 중순께"라며 "김종인 위원장의 '흡수론' 발언 후에 일이 진행된 것은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장 의원은 "김 위원장이 흡수론을 언급한 것은 굉장히 잘못됐다고 생각한다"며 "우리가 지금 범야권에서 정권교체를 논할 때 안 대표를 제외하고 논할 수 있나? 그렇지 않다"고 강조했다.
또 그는 "여론조사에서 범여권 단일 후보는 41%, 범야권 단일후보는 42% 결과가 나타났는데 이는 진영 복구의 신호탄이다. 우리가 연대해야 할 가장 중요한 '키맨' 안 대표 그룹에 '흡수론'을 운운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고 상대에 대해선 존중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여론조사업체 리서치뷰는 '2022년 대선에서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야권 단일 후보가 맞대결할 경우 지지할 후보'에 대해 조사를 실시했으며, '야권 단일후보' 42%, '여권 단일후보' 41% 결과가 나타났다고 발표한 바 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오는 15일 국민의힘과 국민의당 의원들의 공동 연구모임 '미래혁신포럼'에 특별 강연자로 나선다./사진=장제원 국민의힘 의원 페이스북
앞서 장 의원은 이날 오전 페이스북에도 "안 대표는 누가 뭐래도 대한민국의 유력 대권 후보"라면서 "'외연확장'과 '중도확장'을 외치고 있는 국민의힘 의원들이 다수 참여하고 있는 미래혁신포럼에서 중도층에 확고한 영향력을 갖고 있는 안 대표가 강연하는 것은 정치적으로 큰 의미가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김 위원장의 '흡수론' 발언에 대해선 일종의 '기싸움'으로 봐야 하다며 양당 관계는 때가 되면 "어떻게든 정리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따르고 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 교수는 '미디어펜'과의 통화에서 "김 위원장이 '흡수론'을 얘기한 것은 기싸움 같은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라며 "3명의 정당으로는 뭔가를 도모하긴 힘들고 결국 안 대표와 국민의당 입장에서도 국민의힘이 필요하기 때문에 김 위원장 입장에선 '우리가 왜 매달려야 하나'라는 제스처를 취한 거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다만 신 교수는 "김 위원장 입장에선 여러 사람이 판을 왁자지껄하게 만드는 편이 유리하다"면서 "안 대표가 '무릎 꿇고 들어오는 모양새'는 되지 않겠지만 양쪽이 서로를 필요로 한 이상은 상대방의 체면을 세워주면서 향후 수순을 밟지 않겠나 생각한다"고 전망했다.
나아가 신 교수는 "양당 사이에서 오가는 일종의 밀고 당기기는 여론 환기 효과와 주목도를 높이고 뚜렷한 대선주자가 보이지 않는 범야권에선 대선 경선 흥행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당이 유력한 대선 후보를 먼저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제기된다. 안 대표와의 연대론은 그 뒤에 논해도 늦지 않다는 의미에서다. 국민의힘의 한 핵심 관계자는 '미디어펜'에 "우리당이 보궐선거 또는 대선을 너무 낙관적으로 보고 있는 것 같다"라며 "절박함이 없어 보이는 면은 역풍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리서치뷰 조사는 미디어오늘 의뢰로 지난 7월 27일부터 31일까지 만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표본오차는 95%에 신뢰수준 ±3.1%이며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미디어펜=손혜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