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사업을 추진 중인 서울의 한 아파트 단지 전경.기사와 사진은 무관함./사진=미디어펜
[미디어펜=유진의 기자]정부가 치솟는 집값을 잡겠다며 공급대책인 '공공재건축' 카드를 꺼냈지만 시장의 반응이 냉랭하다. 수도권 주택 추가 공급을 위해 추진중인 공공재건축 사업에 관심을 표명한 재건축 조합이 아직까지 없기 때문이다.
특히 강남 주요 조합원들 사이에서는 "정부의 공공재건축은 사실상 공급이 없다고 선언한 꼴"이라며 "용적률 상향과 함께 조합원들이 피해가 늘어날 텐데 이를 고스란히 짊어질 이유가 없기 때문"이라고 입장을 내놓고 있다.
7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와 서울시가 공공재건축과 공공재개발 추진을 위해 지난달 20일 공공정비사업 통합지원센터를 열었지만 아직 공공재건축 참여의사를 밝힌 사업장은 없다.
공공재건축은 아파트 최고 층수를 35층에서 50층으로 올리고 용적률을 300∼500%까지 높여 재건축단지의 주택을 늘리는 내용으로 8·4대책의 핵심이다.
하지만 늘어나는 용적률의 50∼70%를 공공주택으로 기부채납하도록 하면서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나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와 같은 규제는 완화하지 않아 재건축 단지들의 구미를 당기지 못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 공공재건축 방침에 부정적 입장을 보이는 것은 기부채납 비중이 높고 사업성이 떨어진다는 이유에서다. 한 조합 관계자는 “용적률 상향이 주택공급수를 늘릴 수는 있겠지만 층수 상향으로 건축비 나오는 부담은 오로지 조합원들의 몫으로 돌아갈 것"이라며 "당초 공급대책으로 공공재건축 카드를 꺼낸 것이 사실상 공급하지 않겠다는 선언과 다를 바가 없다"고 말했다.
이에 업계에서는 정부가 내놓은 유인책인 공급대책이 실효성 부족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정비사업을 추진되려면 사업성이 있어야 하는데, 조합입장에서는 수익 기대효과를 체감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가장 큰 문제가 되는 기부채납비율을 조정하는 인센티브가 추가 되지 않으면 현 상황처럼 조합원들의 참여를 유도하지 못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정부가 지세한 8·4공급대책은 차질을 빚게 될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8·4 공급대책은 수도권에 13만2000가구의 주택을 추가로 공급하겠다는 것인데 ,이 중 5만가구가 공공재건축을 통해 확보하는 것으로 계획돼 있기 때문이다.
또 다른 강남 조합 관계자는 "10여년 간 기다렸는데, 앞으로 몇년은 더 기다릴 수 있을 것"이라며 "층수가 두배 가까이 늘어나 건축비 부담이 커질 것이 분명하고, 사업성이 떨어지기 떄문에 참여할 의지가 없는게 당연하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건축비도 모자라 임대를 넣으니 조합원들 입장에서는 손을 들 이유가 없다"고 덧붙였다.
반면 공공재개발 사업에는 흑석2구역과 성북1구역, 양평14구역 등이 참여 의향서를 제출했다. 또 성북 1·5구역, 강북 5구역, 미아 11구역, 청량리 6구역, 답십리 17구역, 장위 8·9·11·12구역. 흑석 1구역, 한남1구역, 신정1-5구역, 천호동 241-19일대, 동소문 2구역을 포함해 20여곳이 참여했다.
공공재개발에 관심을 보인 단지들은 용적률 상향과 분양가상한제 미적용이 사업에 이득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공공재개발 사업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나 서울주택도시공사(SH) 등의 공공기관이 시행에 참여하는 재개발 사업이다. 정부는 공공재개발 사업지에는 법적 상한보다 용적률을 20% 더 주고서 더 받는 용적률의 20∼50%를 국민주택 규모 주택을 지어 기부채납하도록 하는 등의 의무를 부과할 방침이다. 현재 더불어민주당 천준호 의원이 도시주거환경정비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이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민간에서 충분히 사업이 원활히 진행되고 있는데, 개발이익을 환수하려고 하는데 참여의지가 없는 게 당연하다"라며 "10여년 가까이 기다려왔던 집이고, 그 집 마당을 조건없이 정부에게 내놓으라고 하면 누가 할 것인지 의문이 든다"라고 말했다.
[미디어펜=유진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