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아시아나그룹 사옥 외벽 로고./사진=연합뉴스
[미디어펜=박규빈 기자] 아시아나항공 매각이 무산됨에 따라 그룹 정상화를 꾀했던 금호아시아나그룹에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로 다가왔다.
금호산업은 11일 HDC현대산업개발에 최종 계약 해제를 통보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현대산업개발과 지난달 CEO 면담을 하며 매각 협상을 이어갔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과 정몽규 현산그룹 회장이 마지막 담판을 벌였으나 결국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M&A) 딜은 엎어졌다.
현산은 코로나19 사태로 인수 환경이 달라졌다며 12주간의 재실사를 요구를 고수했다. 금호산업과 채권단은 이에 "상식을 넘는 과도한 수준이며 수용할 수 없다"고 밝혀 간극을 좁히는데 실패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아시아나항공 매각으로 자금을 확보해 그룹 재건에 나서고자 했으나 매각이 무산돼 창사 이래 최대 위기에 봉착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박삼구 전 회장의 무리한 사업 확장이 글로벌 금융위기와 겹치면서 유동성 위기에 빠졌다. 그룹은 2009년 12월 채권단과 자율협약 절차를 거쳐 2014년 자율협약을 종료했다.
하지만 여전히 아시아나항공 재무 안정성은 낮은 상황이었다. 지난해 감사보고서 '한정'의견을 받으며 다시금 위기를 맞게 됐다. 채권단은 아시아나항공 정상화 차원에서 지난해 1조7000억원이 넘는 자금을 투입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아시아나항공 매각 절차에 들어가 지난해 12월 27일 현산과 아시아나항공 매각 계약을 체결하기에 이르렀다.
현산은 당초 인수 금액 2조5000억원 중 유상증자를 통해 확보할 약 2조원을 아시아나항공에 쏟아부어 부채비율을 300%까지 낮추고자 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금호산업이 보유하고 있는 아시아나항공 주식 30.77%를 팔아 그룹 재건 현금을 확보하고자 했으나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채권단은 대주주인 금호산업에 아시아나항공 부실에 대해 문책해 금호산업 지분에 대한 완전 무상감자나 100대 1 감자를 통한 자본 확충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이 경우 금호산업은 지분 매각을 통한 3000억원가량의 자금 유입 기회를 날리게 된다. 동시에 아시아나항공 지배권도 잃게 되면서 장부가 기준 3035억원의 아시아나항공 지분을 손실 처리하게 된다는 설명이다.
금호산업은 건설경기 회복에 올해 2분기 182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이에 따라 아직은 견조한 모습을 보이나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지주사 역할을 하는 금호고속의 유동성은 나빠지고 있다. 박 전 회장과 특수관계인이 72.17%의 지분을 갖고 있는 금호고속은 금호산업 지분을 약 44.56% 보유하고 있는 대주주다. 채권단은 금호산업 지분을 담보로 1300억원을 지난해 빌려줬고 내년 1월까지 만기 상환이 불투명해져 현금 확보가 필수적인 상황이다.
금호고속의 현금·현금성 자산은 지난해 말 219억원이었다. 이는 2018년 말 318억원에서 100억원가량 감소한 수준이다. 단기차입금은 약 2850억원에 달한다. 금호고속은 만성적인 자금 부족 현상에 시달리고 있다. 이와 관련, 아시아나항공 기내식 사업부를 활용한 금호고속 지원·계열사를 통한 금호고속 저금리 대출 등으로 공정위의 과징금 제재를 받기도 했다.
시장에서는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산은 등 채권단이 금호산업 지분 담보 대출 만기 연장 등을 통해 추가 지원을 해줄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그러나 금호고속이 자구안으로 현금을 확보하지 못하고 재무 구조가 악화될 경우 금호고속의 금호산업 지분이 넘어가게 돼 금호산업마저 채권단 관리 체제에 돌입하게 될 수도 있다.
광주종합버스터미널 '유스퀘어'./사진=유스퀘어
이에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매각 무산과 관련해 별도 태스크포스(TF)를 차려 자금 운용 계획 수정·자금 조달 방안을 검토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금호고속 보유 광주 유스퀘어(광주종합터미널) 매각을 포함, 목포·여수·순천 등 10여개 터미널 매각·버스 담보 자금 조달 등을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유스퀘어 장부금액은 4623억원으로 이미 금호고속이 SC제일은행으로부터 유스퀘어를 담보로 1541억원을 차입했다. 광주신세계는 보증금 5270억원을 지급하고 장기 임차 중이다. 따라서 개발 후 매각이 이뤄져야 실질적으로 현금을 쥐게 될 것으로 보인다.
기자회견장에 나온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사진=연합뉴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아시아나항공 매각 무산 전 공정위로부터 부당 내부 거래 혐의로 과징금 부과·검찰 고발 등 이중 철퇴를 맞아 이중고를 겪게 됐다는 평가다.
공정위는 지난달 금호아시아나그룹이 그룹 재건 과정에서 주력 계열사 아시아나항공의 기내식 사업권을 매개로 금호고속을 부당 지원했다고 판단했다. 이에 공정위는 금호산업 152억원·금호고속 85억원·아시아나항공 82억원 등 총 32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바 있다. 아울러 박 전 회장·그룹 전략경영실 임원 2명·금호산업·아시아나항공 법인을 검찰에 고발키로 의결했다.
그룹 전체의 동반 부실화 우려가 있음에도 그룹 재건·경영권 회복을 목적으로 특수관계인의 지분율이 높고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금호고속을 통해 계열사 가용자원을 이용하고 무리하게 지배력을 확장했다는 혐의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아시아나항공 기내식 업체 변경이 전략적 제휴를 통한 정상적 경영판단이었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대규모 과징금·경영진 검찰 조사가 현실화 되는 시점에는 그룹 정상화에 또 다른 악재가 될 것이라는 게 재계 중론이다.
[미디어펜=박규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