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한진 기자]글로벌 반도체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미국의 중국 화웨이 제재와 엔비디아의 ARM 인수 등 시장의 판도를 뒤흔들 수 있는 이슈가 잇달아 발생하면서다. 주요 거래선의 변화에 따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미국의 추가 제재가 15일 발효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이날부터 화웨이와 거래를 중단한다.
시장에서는 화웨이 영향으로 일단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매출이 감소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반도체의 수출 비중이 큰 상황에서 핵심 거래선과의 비즈니스가 중단됐기 때문이다.
한국무역협회 통계에 따르면 올해 1~7월 한국의 반도체 수출액 중 대중국 비중은 전체 41.1%다. 수출 금지가 1년간 이어질 경우 약 10조원의 매출 감소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그러나 화웨이발 악재가 메모리 반도체 산업에 미치는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화웨이의 시장 점유율 감소를 다른 업체들이 흡수하고, 화웨이가 스마트폰 시장에서 철수해도 5G 전환이라는 호재 속에 약 14억대 규모의 시장 수요가 유지될 것이라는 이유다.
최영산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화웨이 스마트폰이 시장에서 대체 불가능한 수요인가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다른 경쟁자들이 충분히 대체할 수 있다고 본다” 며 “글로벌 D램 시장의 점유율 구도가 바뀌지 않는 이상, 스마트폰 시장 전체 수요는 유지되면서 중장기적으로 타격이 제한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여기에 엔비디아가 ARM의 인수 계획을 발표하면서 향후 반도체 시장에 미칠 영향도 주목된다. 이번 딜은 엔비디아가 자사 주식으로 지불하는 것을 포함해 최대 400억달러(약 47조원)다.
업계에서는 그래픽처리장치(CPU)에 강점을 갖고 있는 엔비디아가 중앙처리장치(CPU) 산업으로 진입을 알리는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삼성전자 AP 미칠 영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향후 엔비디아가 ARM의 기술을 활용해 AP 시장에 뛰어들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다. ARM은 애플, 퀄컴, 삼성전자 등에 반도체 설계 기술을 제공하고 있다. 모바일 디바이스의 95%가 ARM의 기술을 채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엔비디아가 ARM의 기존 사업모델을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ARM 인수 후 ARM 을 사용하고 있는 주요 고객사에 제한을 적용할 경우 당장에는 문제가 없더라도 향후 경쟁사에게 기술을 의존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는 것이다. ARM은 현재와 같은 중립성을 그대로 유지할 것으로 확인하고 있다.
주요 당사국들의 결합 심사 등 넘어야 할 과제가 산적하지만, 엔비디아가 ARM을 품어도 삼성전자에 부정적 영향은 크지 않다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오히려 파운드리 사업에서 추가 추수 가능성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황민성 삼성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파운드리 규모와 응용처를 확대하고, 새로운 시스템 최적화에 기여할 수 있는 기회”라며 “리스크는 ARM의 중립성 훼손이지만 엔비디아는 중립성 유지를 확인하고 있다” 분석했다.
[미디어펜=조한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