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 LG화학이 배터리 사업부문을 물적분할하기로 전격 결정하면서 해당 사업의 미래 가능성을 보고 투자에 나섰던 개인투자자(개미)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이후 LG화학 주가가 요동치는 것은 물론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 ‘물적분할을 막아달라’는 내용의 청원이 올라왔다. 증권사들은 LG화학의 주가전망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지만 실제 투자자들의 인식과는 괴리돼 있다는 지적이다.
1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LG화학은 지난 17일 개최된 긴급 이사회에서 전지사업부를 분할하는 안을 전격 의결했다. 이날 결정에 따라 향후 임시주주총회 승인을 거친 뒤 오는 12월 1일부터 배터리 사업을 전담하는 신설법인 'LG에너지솔루션(가칭)'을 공식 출범시키기로 했다.
이번 분할은 ‘물적분할’ 방식으로 진행된다. 즉, LG화학이 분할되는 배터리 신설법인의 발행주식 총수를 소유하게 된다. 또한 LG화학은 비상장 신설법인 지분 100%를 갖는다. LG화학은 이번 결정에 대해 '주주가치 제고'라는 의미를 부여했다.
정작 개인 투자자들의 반응은 크게 동요하고 있는 모습이다. 지난 17일과 오늘인 18일까지 LG화학의 ‘종목토론’ 게시판, 각 주식 카페의 게시판은 이 종목에 대한 성토의 메시지로 뒤덮이다시피 한 모습이다. 상당수의 글 내용은 ‘LG화학이 주주를 배신했다’는 골자로 작성된 모습이다.
심지어 어떤 투자자는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 ‘물적분할을 막아달라’는 내용의 청원을 올리기도 했다. 이 청원 내용을 보면 개인 투자자들이 왜 이번 결정에 분노하고 있는지를 잘 알 수 있다. 이 글의 작성자는 “저희(주주)들의 의견이 전혀 반영되지 않은 채 회사(LG화학)의 이익을 위해 물적분할을 결정했다”면서 “저희가 투자한 이유와는 전혀 다른 화학 관련주에 투자한 것이 되고 이로 인해 저희의 손해는 어디서도 보상받을 수 없게 되었다”고 썼다.
즉, 주주들의 ‘민심’을 잃은 결정적인 이유는 물적분할이라는 형식에서부터 비롯됐다. 신설 법인의 소유권(지분)을 기존 회사가 100% 갖는다는 데서 주주들은 배신감마저 표출하고 있다. 이에 반해 LG화학 측은 신설 회사의 지분을 100% 보유한다는 점에서 당장 기업가치나 주주가치가 훼손되지는 않는다는 입장이다.
이번 결정에 대한 각 증권사들의 분석 역시 긍정적인 평가가 대부분이다. 한상원 대신증권 연구원은 이번 결정 이후 내놓은 보고서에서 "주가에 대한 영향은 이사회 이후 구체적 일정이 확인돼야 판단할 수 있겠지만 현시점에서는 악재보다는 호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며 "전지 사업의 가치가 재평가받는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백영찬 KB증권 연구원 또한 "전지 사업부가 경쟁기업 대비 적정 가치평가를 받을 수 있고, 물적 분할 이후 정지사업부 상장 등 유동화를 통한 투자 재원 마련이 가능해 주가에는 긍정적으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의 설명과는 달리 이번 결정이 일반 주주들의 투자심리를 크게 요동치게 만든 것만큼은 분명해 보인다. 배터리 부문 분사 소식이 전해진 지난 16일 LG화학 주가는 장중 급락해 5.37% 하락 마감했다. 지난 17일에도 6.11% 추가 하락했으며, 이날에 와서야 약 2% 정도의 반등 흐름을 나타내고 있다.
[미디어펜=이원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