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나광호 기자]국내 관용헬기의 절반 가량이 노후화되면서 국민 안전에 대한 우려가 깊어지는 가운데 일부 기관 및 지역을 중심으로 국산헬기를 꺼리는 것이 드러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경찰청·해양경찰청·소방청·산림청·국립공원공단 등 5대 기관에서 운용하는 관용헬기 121대 중 기령 21년 이상의 노후헬기가 56대(46%)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기령이 16년 이상 20년 이하인 헬기도 17대(14%)로, 노후헬기의 경우 유지비용이 많이 든다는 문제도 있어 교체의 필요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같은 상황에서 일부 소방본부가 국민안전처가 제정한 기본규격을 과도하게 넘는 기준을 책정, 사실상 국산헬기 입찰을 차단하는 등 외산헬기를 도입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안전처의 규격에는 소방헬기 엔진은 한쪽 엔진 정지시 수평비행이 가능하거나 그 이상의 성능을 낼 수 있어야 하며, 최대항속거리 500km과 최대이륙중량 4300kg을 충족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국산헬기 수리온(KUH-1)는 최대 항속거리 680km(외부 연료탱크 포함시)·최대이륙중량 8709kg로 이같은 기준을 상회하며, 동해·제주지방해경청과 제주·전남·경기북부지방경찰청 등에 납품되고 있다.
경남 소방본부 특수구조단도 올해 진행한 입찰에서 수리온을 선정했으나, 전남·전북·광주지방 소방본부는 수리온이 명함을 내밀 수 없다는게 업계 중론이다. 700km의 최대 항속거리를 요구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내자/국제입찰이라는 조달청의 권고도 무시한 채 외자/국제입찰을 고수하고 있으며, 특정업체(이탈리아 L모사)가 독자개발한 장비를 주요 임무장비로 채택한다는 방침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전남 소방본부는 지난해 AW-139 기종을 구매했으며, 전북·광주본부 역시 동일 기종이 유력한 것으로 보인다.
기본임무·안전장비 및 후속지원 비교/자료=나라장터
이는 물품 조달을 중앙에서 관찰하는 경찰청·해경청과는 달리 지자체별로 구매를 진행하는 소방청의 특성에 기인한 것으로, 구매 후 유지비용이 늘어나는 외산헬기의 특성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제작사 또는 부품공급업체가 일방적으로 주요 소모성 부품 가격을 높여도 대응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결빙 방지장치, 기상탐지레이더, 응급의료장비 등 주요 요구장비를 선택할 수 있다는 것도 문제로 꼽힌다. 같은 가격으로 도입한 헬기의 임무수행력이 상이한 것을 넘어 정부 입찰·계약 집행기준(제5조 제4항 5목)을 위반할 여지도 있는 셈이다.
충청/강원권에서 운항하던 EC-225LP가 자동비행조종장치 결함에 대한 계약상 해석차이로 가동이 멈추는 등 항공기 가동률을 확보하기 힘들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반면, 국산헬기는 13개 운영기지에 상주하는 계통별 기술전담 요원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같은 국산헬기 외면은 주요 선진국이 자국 전략산업 육성을 위해 정부 주도로 자국 제품을 우선 구매하는 트렌드 뿐만 아니라 정부가 '제조업 르네상스 비전 및 전략'을 통해 발표한 항공산업 육성계획과도 맞지 않는 행태"라고 꼬집었다.
[미디어펜=나광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