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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리스크에 기업규제 3법…갈 길 바쁜 삼성, 깊은 수렁 빠지나

2020-09-23 11:38 | 조한진 기자 | hjc@mediapen.com
[미디어펜=조한진 기자]상법·공정거래법·금융그룹감독법 등 이른바 기업규제 3법이 9월 국회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가운데 삼성의 긴장 강도가 높아지고 있다. 개정안 통과 여부에 따라 미래사업 추진과 지배구조에 큰 영향이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재계에서는 시장논리에 입각한 합리적인 법안 마련이 어느 때 보다 중요하다는 목소리가 확산하고 있다.

23일 재계에 따르면 기업규제 3법 중 3% 의결권 제한규정 개편과 보험업법에 삼성에게 악역향을 미칠수 법안으로 지목된다.

삼성 서초사옥 전경 /사진=연합뉴스


최근 삼성은 사법 리스크로 몸살을 앓고 있다. 여기에 입법 리스크까지 가중되면 성장 동력 자체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이 때문에 재계에서는 시장 원칙에 따는 법안 마련이 중요하다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3% 의결권 제한규정 정부안에 따르면 감사위원 선임시 최대주주는 특수관계인과 합해 3%까지만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 법이 개정되면 최대주주의 의결권 제한을 무기로 해외 투기자본과 헤지펀드들이 감사위원을 자신들이 원하는 대로 선임하는 등 경영권을 흔들 수 있다.

과거에도 헤지펀드는 수차례 제도의 허점을 파고들어 자신들의 요구를 삼성에 주장한 바 있다. 엘리엇이 대표적이다.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반대했던 엘리엇은 이듬해 삼성전자 분할과 지주주사 전환을 요구했다. 헤지펀드들은 회사의 장기 비전 보다 단기 차익을 추구하는 성향이 강하다.

3% 의결권 제한규정의 적용되면 다수의 해외 자본이 삼성을 공격할 가능이 크다는 것이 재계의 시각이다. 자신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인사를 이사회에 심어 미래전략 강화보다 배당 확대 등 수익 추구에만 집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기업의 핵심기밀이 외부에 유출될 우려도 끊이지 않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해외자본은) 대규모 투자와 인수합병(M&A) 등 성장 전략에는 큰 관심이 없다. 당장 수익이 나지 않는 이 같은 사업 계획에는 반기를 들 가능성이 크다”며 “배당확대 등을 요구해 단기 차익만 남기고 발을 뺄 수도 있다. 회사 입장에서는 경영 부담만 커질 수 있다. 시장 원칙에 따른 법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보험업법은 삼성의 지배구조에 영향을 미칠 이슈로 주목받고 있다. 보험업법 개정안은 보험사의 계열사 지분 보유액 평가를 취득 원가에서 시가로 바꾸는 것이 핵심이다.

현재 보험사는 계열사 주식를 취득원가 기준으로 기준자산의 3% 이하 한도로 보유할 수 있다.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지분 8.51%(5억815만7148주)를 보유 중이다. 취득원가는 5444억1800만원이다. 그러나 이를 시가총액으로 환산하면 30조원을 넘는다.

총자산의 3%를 초과할 수 없는 현재 법안에 따라 취득가액으로 하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시가총액으로 전환하면 상황이 달라진다. 보험업법이 국회를 통과하면 삼성생명은 20조원 넘는 삼성전자 주식을 처분해야 한다. 이 경우 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지는 구도에 균열이 불가피하다.

시장에서는 삼성물산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지분을 활용해 삼성생명의 매도 물량을 흡수할 수 있다는 시나리오가 나오지만, 이 경우 지주사가 될 수 있다는 부담이 생긴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 교수는 “(공정경제 3법은) 우리 경제 해체법이다. 공정이란 말이 어울리지 않는다. 한국경제가 심정지 상태에 들어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그는 “의결권 제한은 말이 되지 않는다. 주주 평등권에도 어긋난다. 외국인을 감사원장으로 임명하는 꼴”이라며 “보험업법도 이제와서 소급적용하는 것은 불합리하다. 기업을 옥죄는 것 밖에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미디어펜=조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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