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공무원연금 개혁안이 지난 17일 발표된데 이어 27일에는 새누리당의 개혁안도 공개됐다. ‘더 내고 덜 받는’ 기본 골격은 유지하되 소득재분배 장치를 도입하고 연금 납부기간과 연금 개시연령을 늦추는 방식이다. 새정치민주연합 역시 연금 상-하한제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공무원연금을 개혁해야 한다는 당위성에는 모두 공감하지만, 정작 시기와 방법을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이에 바른사회시민회의는 '공무원연금 개혁, 해결방안 모색'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아래 글은 양재진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의 주제 발표문이다. |
공무원연금개혁과 국민연금 보장성 강화를 위한 제언
I. 서론
▲ 양재진 연세대 교수 |
O 재정안정화 개혁은 불가피.
- 그러나 국가가 고용주로써 책임을 다하여 노후소득보장에 미칠 부정적 영향은 최소화하면서 재정안정화를 이루어야.
- 노후소득보장기능이 약한 국민연금으로의 하향평준화나 퇴직연금의 도입으로 사적연금만 키우는 우를 범해선 안됨.
O 이번 공무원연금개혁을 통해 재정적으로 안정되면서도 노후소득보장이 가능한 튼튼한 공무원연금을 만들고, 국민연금도 퇴직(연)금의 일부를 흡수해 재정안정화를 기하면서 소득대체율 50%를 회복하는 중향평준화의 계기가 되길 희망.
II. 새누리당 공무원연금개혁안의 분석 및 평가
1) 재정안정화 조치: 보험료 인상 + 연금액 삭감 + 지급개시연령 인상
O 공무원연금의 재정안정화를 위해서 보험료 인상, 연금액 삭감, 지급개시연령의 인상은 불가피.
O 단, 현행 [국민연금+퇴직(연)금]이 노후소득보장제도로서 국민들의 신뢰를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실패한 제도’를 모델로 삼아 공무원연금의 급여삭감의 규모를 크게 한 것은 문제.
- 공무원연금의 과도한 급여삭감을 보완하기 위해, 민간의 퇴직(연)금에 해당하는 퇴직수당연금을 도입한다고 함.
- 민간 퇴직(연)금 수준의 공무원연금퇴직수당연금 때문에 후세대 정부가 추가로 부담해야하는 비용을 감안하면, 재정안정화 효과가 반감됨. 이 경우, 굳이 공무원연금을 쪼갤 필요가 있을지 의문임(이 부분은 아래에서 다시 재론됨).
O 새누리당의 공무원연금은 재직자의 경우, [보험료 10% + 지급률은 연 1.25%]가 되는데, 이는 국민연금의 [보험료 4.5%, 지급율은 1.0%]에 비추어 볼 때 매우 불리. 왜냐하면 지급율은 공무원이 일반국민보다 25% 많지만, 비용부담은 2.2배에 달하기 때문. 역형평성 문제 발생 우려.
⇒ KDI(2014)가 제시한 5개의 대안 중 제 3안을 주목할 필요(제 3안은 공무원연금을 「지급률 1.65% / 부담률 20%」의 구조로 개선하고 퇴직수당은 현행 수준에서 유지하는 것임/ 새누리당안과 달리 퇴직수당연금은 없지만, 보다 규모가 큰 공무원연금을 유지하게 됨. 2016~2060년 정부보전금 47.2% 절감효과 예상).
▲ 26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1동 대강당에서 공무원들이 추경호 국무조정실장으로부터 연금제도 개혁안에 대한 설명을 들으며 안내 책자를 살펴보고 있다./뉴시스
2) 퇴직수당 인상/ 퇴직연금의 도입
O 민간근로자와 동일한 수준으로 고용주인 정부가 공무원의 퇴직(연)금을 부담하기로 한 것은, 정부가 고용주로서 책임을 다하겠다는 뜻에서는 ‘비정상의 정상화’로서 의미가 큼.
O 그런데, 보험료 [9%짜리 국민연금 + 8.33%짜리 퇴직연금]의 짝이 공무원연금의 모델이 될 만큼 바람직한 것인지는 깊이 고민해 봐야 함.
O 새누리당에서는 퇴직수당연금을 장부가방식에 입각해 만들겠다고 함. 그리고 20년 확정기간형 연금으로 분할 지급하겠다고 함. 이는 장수 리스크에 대비해 종신형으로 지급하는 공적연금제도와 비교해 볼 때, 열등한 제도임.
⇒ 민간의 퇴직(연)금에 상응하는 퇴직수당연금을 도입하는 대신, 그 비용으로 공무원연금의 보장성을 일부라도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
3) 재직자와 신규임용자 연금의 분리 운용
O 현행 재직자가 퇴직 후 모두 사망하게 되면, 현행 공무원연금제도는 2016년 이후 입직자가 가입하는 국민연금과 동일한 수준의 신공무원연금제도로 완전히 대체되게 됨. 덧붙여, 새누리당의 개정안에는 재직자의 선택에 의해 contracting out이 가능.
O 낮아진 연금급여도 문제지만, 동일 조직 내 두 가지 형태의 연금제도가 존재하게 되면, 공무원에게 요구하는 높은 윤리기준, 기본권 제한, 영리추구 제한, 재취업 제한 등의 인사정책을 모든 공무원에게 동일하게 요구하기가 어려워짐
⇒ 공무원연금을 매개로 한 인사정책의 무력화 우려.
- 예컨대, 국민연금과 동일한 수준의 신공무원연금 적용대상자에게 기존 공무원연금 적용대상자와 마찬가지로 재직 중 금고이상의 형을 받거나, 징계에 의해 파면되거나 혹은 금품 혹은 향응수수로 해임될 경우, 연금액을 1/2로 감액지급하는 것을 강제할 수 있을까? 새누리당이 추구하듯이, 공무원연금을 민간의 국민연금과 동일하게 만드는 원칙에 따르자면, 감액조치 불가함.
O 한편, 신규 임용자의 보험료율을 현행 14%(정부 7%. 공무원 7%)에서 9%(정부 4.5%, 공무원 4.5%)로 낮추면 그만큼 보험료 수입이 줄어들어 공무원연금의 재정안정성을 후퇴시킴.
⇒ 재직자와 신규자 구분없는 개혁안이 마련되야 함.
4) ‘하후상박’ 소득재분배 기능의 삽입
O 소득재분배 기능은 일견 사회정의를 높이는 것으로 여겨질 수 있으나, 이는 공무원연금 가입자간 분열을 야기하고, 고위직의 공무원연금에 대한 정치적 지지를 약화시킬 우려. 공적연금의 대체제인 사적연금의 선호를 키우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음.
O 평균소득이상의 중고위직 공무원 (고위직은 물론 재직기간이 긴 일반공무원, 판검사, 국립대 교수 등)은 소득분배로 공무원연금의 수익비가 낮아짐. 따라서 이들은 고용주 전액부담이면서 순수소득비례연금인 퇴직연금에 대한 선호가 커짐.
O 파워엘리트 그룹이 공적연금보다 사적연금을 선호하게 되면 공적연금의 규모는 장기적으로 작아지고 그 빈자리를 사적연금이 메우게 될 것. 그러나 사적연금은 공적연금에 비해 노후소득보장에 있어 열등한 제도임.
⇒ 공무원연금소득의 재분배는 퇴직연금 등 사적연금을 포함하여 (종합)소득세의 누진세 구조 하에서 실현토록 하는 게, 공적연금도 살고 조세제도도 사는 길. + 차선책으로 하위 10%와 상위 10%에게만 적용되는 연금급여 하한과 상한을 설정하는 것은 도입 가능.
5) 기타: 보험료 납부기간 연장, 2010년 전 임용자의 유족연금도 현행 70%에서 60%로 하향, 이혼 시 연금분할, 퇴직 수급자의 고통분담, 고액연금자 인상 동결 등은 불가피한 조치.
III. 결론: 국민연금 보장성 강화의 계기가 되길
O 공무원연금개혁이 국민연금 수준으로 하향평준화되면 국민연금 가입자의 상대적 박탈감이 해소될지는 모르나, 전체 국민의 안정된 노후소득보장은 요원해짐.
O 공무원연금이 공적연금체제에서 재정적으로 지속가능한 연금제도로 탈바꿈 되면, 국민연금이 이를 모델로 삼아 중향평준화 개혁을 이루기를 기대함.
O 노무현정부 국민연금개혁 원안(목표 소득대체율 50%)의 부활을 기대함.
* 김영삼정부에서 시행한 퇴직금전환제도의 부활: 당시국민연금보험료 3%에서 6%로 인상하면서, 사용자 2% + 근로자 2% + 퇴직금전환금 2%로 분담했었음
* 국민연금의 현행 목표소득대체율 40%를 50%로 올리면 연금액 25%인상 효과).
- 2008년 금융버블 붕괴 후, 퇴직연금을 포함한 사적연금의 수익률이 급락. 높은 수수료를 제하고 나면, 실제로는 물가상승률에도 미치지 못하거나 마이너스 수익률인 경우가 대부분임.
O 사실상 강제가입에다 엄청난 세제혜택을 부여하고 있는 퇴직연금으로 사적연금시장을 키우고 있으나, 정부는 동일 비용으로 노후소득보장효과가 훨씬 큰 공적연금을 제대로 만들어 내는 데에 노력해야함.
- 공적으로 운영되는 튼튼한 국민건강보험이 [얇은 국민건강보험 + 민간의료보험]체제보다 합리적인 것처럼, 튼튼한 공적연금이 버티고 있는 노후소득보장체제를 만들어 내야 할 것임.
O 공무원연금개혁이 전체 노후소득보장의 하향평준화가 아닌 중향평준화의 계기가 돼야 할 것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