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아시아나 그룹 재건의 꿈이 무너졌다.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통해 건설기업으로의 도약을 기대했지만 매각 무산과 동시에 물거품이 됐다. 유일한 희망인 금호건설의 어깨가 무겁다. 하지만 잇따른 정부 규제와 코로나19 여파로 부동산시장에는 먹구름이 꼈다. 1967년 제일토목건축을 시작으로 50년 역사를 자랑하는 금호건설이 위태롭다.<편집자주>
[금호건설 2020 시나리오①]아시아나 매각 무산 건설에 불똥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사진=연합뉴스
[미디어펜=유진의 기자]아시아나항공 매각이 불발되며 금호아시아나그룹 재건의 꿈이 무너졌다. 금호건설을 앞세운 건설기업으로의 도약도 어려운 상황이다.
금호건설이 강세를 보여온 공항 건설 공사 발주는 지연되고, 정부의 잇따른 규제와 코로나19 여파로 주력인 주택사업의 전망도 불투명하다.
건설사의 공사 실적과 경영 상태, 기술력, 신인도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시공능력평가 순위도 하락세를 벗어나지 못할 전망이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당초 아시아나항공은 금호아시아나 그룹의 캐시카우 역할을 했다. 박삼구 전 회장은 2018년 당시 '매출 9조8000억원'을 목표로 삼았다. 이 기간 아시아나항공의 목표매출은 6조1500억원을 달성했다. 그룹 총 매출의 63%를 책임진 셈이다.
박 전 회장은 인수합병을 통해 그룹 재건의 계획을 세웠다. 박 전 회장은 대우건설, 아시아나항공, 금호건설 등을 매각해 사업 영역 확장에 힘을 아끼지 않았다.
하지만 무리한 확장경영은 그룹의 부채를 증가시켰고, 금융비용 부담만 커지며 손실경영으로 이어졌다. 자금여력이 없는 상황에서 무리한 그룹 재건을 추진하다보니 결국 금호타이어와 아시아나항공을 매각하는 결말을 맞게 됐다는 분석이다.
아시아나항공은 창립 31년 만에 금호를 떠나 범현대가(家)에 매각되는 듯 했지만 이마저도 실패했다.
매각 무산의 불똥은 금호건설로 튀었다. 금호건설은 본업인 건설사업에서 안정적으로 호실적을 기록했음에도 당기순손실이 꾸준히 발생했고, 2018년 4분기 291억원의 순손실을, 지난해 1분기에는 285억원의 적자가 발생했다.
금호건설은 아시아나항공을 처분하고 매각대금으로 차입금 상환과 신사업 투자자금으로 활용하는 등 건설기업으로의 성장을 구상했지만, 매각은 무산됐고 벼랑 끝으로 내몰리게 됐다.
그룹 재건을 위해서는 금호건설이 현금 확보를 해야하는 상황이지만 이마저도 녹록치 않다. 정부의 부동산 규제와 코로나19로 인한 건설경기 침체까지 맞물려 건설업 전망도 어둡기 때문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금호건설이 경쟁력을 갖췄다고 평가 받는 공항 공사의 발주도 지연되고 있다. 실제 제주 제2공항 건설공사(사업비 4조8700억원 규모)와 김해신공항 건설공사(5조9600억원 규모)가 올해 발주가 예상됐지만 모두 지연되고 있다.
금호건설 관계자는 "발주처가 의사결정권을 갖고 있기 때문에 지연되고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발주처만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금호아시아나그룹 사옥 /사진=금호그룹
◆그룹 재건의 꿈…'앓던 이' 아시아나항공 빼려다 '성한 이' 금호건설까지 흔들
건설사의 재무건전성 악화는 시공능력평가 순위 하락으로 이어진다. 이미 금호건설은 최근 10년 중 가장 낮은 시공능력평가 순위로 내려 앉은 상황이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2020년 시공능력평가에서 금호건설은 전체 건설사 중 23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20위보다 세 계단 떨어졌다.
금호건설은 국내 주택시장에 훈풍이 불었던 2005년 시공능력평가순위는 9위를 기록했다. 전년보다 8계단 급등한 것으로, 2006년과 2007년에는 10위에 자리매김하면서 대형건설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호남지역을 텃밭으로 하는 건설사 중에서도 압도적인 1위였다.
하지만 금호그룹의 무리한 인수합병(M&A) 후폭풍으로 금호산업 역시 경영 위기를 겪으며 시평 순위는 하락했고 2014년 20위까지 떨어졌다.
2015년과 2016년에는 각각 17위, 15위를 기록하면서 소폭 상승했지만 2018년 23위로 크게 하락했다. 당기순이익 악화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아시아나항공 실적이 연결재무제표에 그대로 반영돼 금호건설에 영향을 끼친 셈이다. 금호산업의 별도 기준 2016년 당기순이익은 1193억원이었지만 2017년 81억원으로 감소했다.
금호건설은 2018년 시평액 1조4246억원을 기록하며 23위를 기록한 이후 올해도 23위에 위치하면서 순위 하락 고배를 또 한번 마셨다.
금호건설은 올해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통해 자금확보 후 분양사업과 신사업 확장 등을 통해 실적 증가를 기대했다. 하지만 아시아나항공 매각 실패에 정부 규제, 코로나19 장기화 등으로 주력인 주택사업의 실적 개선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평가다. 금호건설 전체 매출에서 주택사업의 비중은 약 30%를 차지한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규제와 코로나19 여파로 건설경기도 침체돼 있어 금호건설 역시 버티기 쉽지 않을 전망"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유진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