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규빈 기자]금호아시아나그룹이 아시아나항공 매각 실패·공정거래위원회 시정명령 등으로 휘청거리는 가운데 검찰 고발이 임박한 박삼구 전 회장에 대한 사법처리 여부에 관심이 모아진다.
현재 박삼구 전 회장은 공정거래법상 총수일가 사익편취 및 계열사 부당지원 등 부당 내부거래 혐의를 받고 있는데다 아시아나항공 노딜 책임론까지 부상하면서 법조계에서는 실형을 피하기 힘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28일 법조계 전문가들의 분석을 종합한 결과, 공정위가 제기한 혐의에 대해 박 전 회장에게는 배임·횡령·사문서위조·사익편취·업무방해죄 등이 적용될 수 있으며, 재판에 넘겨지면 실형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공정위 기업집단국 내부거래감시과 관계자는 "(박삼구 전 회장과 금호아시아나그룹 계열사들의 법률 위반 혐의에 대해) 현재 정식 의결서를 작성하고 있으며 다소 시일이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공정위가 과징금 부과와 함께 관련자에 대한 검찰 고발 방침을 밝힌 것은 지난달 말이다. 따라서 이르면 다음달 초 정식 의결서를 통해 검찰 고발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공정위는 지난달 27일 금호산업·아시아나항공 등 금호아시아나그룹 10개 계열사들에 시정명령과 총합 32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박 전 회장에 대해서는 공정거래법상 총수일가 사익편취 및 계열사 부당지원 등 부당 내부거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우선 박 전 회장에게는 각 계열사들로 하여금 인수자금을 갹출케 한 행위로 배임·횡령죄가 적용될 수 있다. 배임죄는 불법행위를 통해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가 이를 취득케 해타인에게 손해를 가하는 범죄다.
공정위 조사 결과에 따르면 박 전 회장은 그룹 재건 차원에서 계열사 인수 자금 확보에 어려움을 겪던 금호고속에 힘을 실어주고자 했다. 이에 금호산업·아시아나항공·에어부산·에어서울·아시아나IDT 등 계열사·협력사·해외 기내식 업체를 동원해 2906억원을 조달해준 것으로 드러났다.
금호고속이 이득을 봤다는 것은 곧 타 계열사들에 손실이 생겼다는 의미다. 금호고속은 박 전 회장 총수 일가 지분이 27.8%로 지배력이 강한 기업임과 동시에 사실상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지주회사다. 따라서 이는 계열사에 대한 배임 행위가 인정될 가능성이 있다.
금호아시아나그룹 사옥 외벽 로고./사진=연합뉴스
오수진 법무법인 큐브 대표 변호사는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조직적으로 금호고속에 부당지원을 하는 일련의 과정에 있어 박삼구 전 회장이 개입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라며 "사실로 드러날 경우 교사·방조죄로도 처벌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공정거래법 제66조에 따르면 부당내부거래행위로는 3년 이하 징역 또는 2억원 이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오 변호사는 "검찰은 배임·횡령 등 근거가 명확한 혐의부터 수사를 진행을 하고 추가로 회장 지위를 이용해 업무방해 등을 행했다면 여죄를 물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공정위가 발표한 금호아시아나그룹 건은 하나의 행위"라며 "실체적·상상적 경합범으로 취급돼 관련 규정에 따라 죄명이 나오고 검사 구형량은 배임·횡령 액수에 따라 달라진다"고 전했다.
고윤기 법무법인 고우 대표 변호사는 "검찰은 회사를 살리기 위한 과정에서 우발적으로 행한 것인지를 판단하게 될 것"이라면서도 "박 전 회장과 법인이 사익편취를 위해 조직적으로 부당거래를 했을 것이기 때문에 이 경우 실형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했다.
고 변호사는 또 "공정거래 사건의 경우 공정위 판단이 존중되는 경우가 많다"며 "박홍석 금호아시아나 그룹 전략경영실장·윤병철 관리담당 임원 등 경영진 2인은 박 전 회장 보다는 다소 낮은 형량이 구형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배임·횡령죄를 다루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은 경우에 따라 3~5년 이상의 징역을 규정한다. 특경법상 이득액이 50억원 이상일 때는 무기 또는 5년 이상, 5억원 이상 50억원 미만일 때는 3년 이상의 징역형에 처하도록 돼 있다. 배임·횡령 액수가 5억원을 넘고 이것이 인정된다면 법원에 가서도 유죄 판결이 나 집행유예 아닌 법정 구속도 가능한 사안이 된다.
또한 박 전 회장에게는 사문서위변조·업무방해 혐의도 적용될 수 있다. 자금 사정이 급박해진 금호고속에 9개 계열사를 동원해 저리로 융자해주는 과정에서 금호산업·아시아나항공 등의 비계열 영세 협력업체들을 이용해 우회지원을 한 경우도 있었기 때문이다.
일부 협력업체들은 금호고속과 협의도 거치지 않고 금호산업·아시아나항공이 정한 조건에 따라 계약서에 직접 서명·날인한 사실조차도 없었다는 게 공정위 설명이다.
이와 같은 방식으로 금호고속이 자금 지원을 받은 만큼 금호아시아나그룹 총수로서 경영 전반에 깊숙이 개입해 온 박 전 회장과 계열사들이 형사상 책임을 질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게 법조계 중론이다.
오수진 변호사는 "금호산업·아시아나항공 협력사들이 관계자들 날인 없이 금호고속에 자금을 지원한 것이 각 회사 이사회 의결을 거치지 않고 이뤄졌다면 사문서위변조 및 동행사죄가 적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때 업무방해죄도 적용될 수 있고 경우에 따라 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해질 수 있다.
결과적으로 박 전 회장이 실형을 살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이야기다.
전삼현 숭실대학교 법학과 교수는 "특정 회사를 위해 회장 명의로 지원 명령을 내려 계열사로 하여금 손해를 입게 한 것은 명백한 배임행위"라며 "5년 이상 형이 선고될 경우 집행유예 가능성은 사라져 박 전 회장은 실형을 살게 된다"고 말했다.
고 변호사는 "파장이 큰 사건인 만큼 박 전 회장은 구속을 면키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배임·횡령·업무방해·공갈·사문서위변조 혐의가 공소장에 들어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종합해보면 기본적으로 박 전 회장이 총수의 그룹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해 계열사들을 사금고처럼 이용한 부분이 법적으로나 도덕적으로 비난 받을 여지가 크다는 지적이다. 주력 계열사 아시아나항공의 현 경영 상태가 악화됐기 때문에 금호아시아나그룹 전체의 부실화를 가져올 우려가 있는 행동이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박 전 회장이 금호고속을 설립해 사실상 지주회사 역할을 일임케 해 계열사들을 인수하는 행위는 소수의 지분으로 절대 다수의 계열사를 통제하는 행위다. 이는 공정거래법이 지주회사 설립을 예외적으로 허용해주는 것과 부합하지 않는다.
이와 관련, 지난해 4월 말 5억원 이상 횡령이나 배임죄를 저지른 기업 총수에 대해서는 최대 5년간 경영 복귀를 하지 못하도록 특경법 시행령 일부가 국무회의에서 통과됐다. 징역형 집행유예 판결이 나더라도 2년간 경영에 참여할 수 없도록 한 점도 눈에 띈다.
한편, 금호산업 관계자는 "정상적인 그룹 계열사 간 거래로 여겼는데 유감"이라며 "공정위로부터 검찰 고발 내용을 담은 의결서를 전달받게 되면 내용을 검토해 적극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