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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간 1500억 손실"…세관 직무유기에 신음하는 관이음쇠 업계

2020-10-01 08:45 | 박규빈 기자 | pkb2162@mediapen.com

KS 인증 관이음쇠./사진=미디어펜



[미디어펜=박규빈 기자] 원산지 표기법을 위반한 가품 KS 나사식 관이음쇠가 10여년째 밀려들고 있음에도 세관 등 관련 기관이 사실상 손을 놓고 있어 관련 업계 피해 규모가 커지고 있다.

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4월과 8월, 평택세관·광양세관은 원산지 표기법을 어긴 업체의 중국산 나사식 관이음쇠를 적발했다. 이 관이음쇠는 수도·유류·증기·가스 등 탄소강을 소재로 한 일반 배관에 쓰인다. 일반적으로 아파트 세대에 적용되는데 스프링쿨러·LNG·LPG 관에 쓰인다.

환경 규제와 구인난, 높은 인건비탓에 국내에는 나사식 관이음쇠 소재를 만드는 주물업체가 없고 중국에서 원자재를 수입해 나사산을 가공한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이와 같이 국내 관이음쇠 제조업체가 관련 KS인증을 따내기 위해서는 이런 방식을 활용할 수 밖에 없다.

현행 원산지 표기법에 입각하면 '소재: 중국, 가공: 한국'과 같이 표기하며 국산으로 분류된다. 나사선까지 중국 현지에서 가공해 완제품으로 들여오면 중국산이라는 얘기다.

그러나 양 세관에 적발된 업체는 중국 현지에서 나사산까지 가공을 끝내 들여왔음에도 '소재: 중국, 가공: 한국'이라고 표기했다. 이런 방식으로 국내에 유입된 가짜 관이음쇠는 국내 가공한 KS 제품을 담는 포대에 담겨 시장에 나간다는 전언이다. 이른바 '포대갈이'다.

일부 관이음쇠 제작 업체들이 위법행위를 저지르는 이유는 전국 건설사들에 납품하고 부당한 방법으로 쉽게 큰이익을 얻기 위함이다. 부식에 의한 배관누수의 피해와 가스 누설 등의 대형 사고 위험이 있어 책임 소재를 가릴 일이 생길 수도 있는 만큼 도급 순위가 높은 건설사들은 KS인증이 없는 제품을 사용하지 않고 국내산을 선호한다.

이에 일부 건설사들은 위조품의 품질 문제를 인식해 정품을 쓰도록 하청 업체들에게 지시한다. 하지만 실제 공사를 하청 업체들이 맡고 있는 만큼 원청 건설사가 시방서에 조달처를 명시함에도 불구하고 해당 제품 물량이 부족하다는 등의 이유로 위조품을 역제안 한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일부 소방공사 하청 기업들이 국산 정품을 구매한 것으로 영수증을 꾸미고 원산지 표기법을 어긴 중국산으로 시공하며 남는 비용을 편취한다"며 "국산 정품 구입 비용을 지출한 건설사는 비용 손해에 하자 처리 문제까지 떠안게 되는 것"이라고 귀띔했다.

그는 "국내 관이음새 시장은 연간 400억~500억원에 달하고 10년이면 10배"라며 "그 기간동안 우리 회사는 1500억원 가량 매출 손실을 봤다"고 토로했다. 

그렇다면 관계 당국은 업체들이 이와 같은 손실을 보고 있음에도 왜 가만히 있었을까. 관이음새 제작사 대표 A씨는 "세관 당국이 철저히 조사하면 좋겠지만 컨테이너 박스 단위로 들어오는 물량이 워낙 많아 표본 검사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라고 언급했다.

세관원이 한 번에 20여가지에 달하는 항목을 검사하고 평가함에 있어 2~3년 걸리며, 검찰로 사건이 넘어가도 위법성 판단이 어려워 처벌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외에도 형량 자체가 가벼워 처벌이 실제 이뤄져도 솜방망이라는 지적이다. 관련 통계에 따르면 산업표준화법에 따르면 3000만원 이하 벌금이 매겨지거나 KS인증 취소 등의 행정처분을 받은 업체는 단 한 곳도 없다.

업계 관계자는 "세관과 국가기술표준원이 자기들 업무임에도 수수방관하고 있는 탓에 관이음새 시장에서 불법이 판을 친다"며 당국의 관심을 촉구했다.

[미디어펜=박규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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