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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각한 내부 분열…순항 못하는 이스타항공

2020-10-03 10:47 | 박규빈 기자 | pkb2162@mediapen.com

지난 6월 29일 서울 강서구 방화동 소재 이스타항공 경영진 기자회견에 참석한 이스타항공 조종사 노동조합원들./사진=미디어펜



[미디어펜=박규빈 기자] 출범 13년만에 존폐 기로에 놓인 저비용항공사(LCC) 이스타항공이 여전히 곡예비행을 하고 있다. 제주항공과의 인수 계약이 엎어진 이후 이스타항공 내 노사·노노 갈등은 심화됐고 창업주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둘러싼 논란의 불씨는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3일 이스타항공 조종사 노동조합에 따르면 이스타항공은 이달 14일을 기해 직원 605명을 정리해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때 1680명이었던 직원들이 400여명으로 줄어드는 것이다.

이상직 민주당 의원이 2007년 10월 전북 군산을 본점으로 설립한 LCC 이스타항공은 심각한 경영난으로 M&A가 추진됐다. 하지만 제주항공과의 인수·합병(M&A)이 무산되며 구조조정이 급작스레 단행됐다. 

제 갈 길 가는 이스타항공과 제주항공 여객기./사진=연합뉴스



제주항공은 지난해 12월 이스타항공 인수 발표를 했다. 그러나 올해 7월 "불확실성이 너무 크다"며 인수 계약 해지를 선언했다. 이스타항공은 재매각을 위한 고육지책으로 정리해고·희망퇴직을 통한 인력조정을 추진했다. 그러자 조종사 노조는 "직원 정리해고를 즉각 철회하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법정관리를 두고 노조는 직접 신청하겠다는 의지까지 내보이고 있다. 이에 사측은 "신규 투자자 확보 이후 신청할 일"이라며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조종사 노조는 "직원 해고는 최후의 수단이어야 한다"며 "무급휴직·희망퇴직·법정관리·채무조정을 한 뒤 인력 구조조정이 따라야 한다"고 주장한다. 노조는 사측이 직접 법정관리를 신청한다면 경영진의 배임·횡령이 제대로 드러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법정관리 신청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노조는 체불된 임금으로 임금 채권을 보유하고 있어 채권자 자격으로 법정관리 신청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반면 사측은 현 상태에서 법정관리를 신청하게 될 경우 법원이 회생 가능성을 낮게 보고 기업 청산 절차로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반박한다. 인력 감축을 통해 회사 재정 상태를 개선하고 인수 희망자를 찾은 다음 법정관리를 신청해야 파산을 막을 수 있다는 논리다.

근로자 대표단 역시 "법정관리는 자칫 청산으로 이어질 우려가 크다"며 사측을 두둔하고 있다.

근로자 대표단이 조종사 노조를 공개적으로 비판하며 노노 갈등도 수면 위로 드러났다는 평가다. 근로자 대표단은 최근 입장문을 통해 "불필요한 분란을 만들어 회사 재매각 추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조종사) 노조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밝힌 바 있다.

창업주 이상직 의원은 "이스타항공과 직원 일자리를 되살려놓겠다"며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했다. 그럼에도 그를 둘러싼 논란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이 의원 탈당에 야당은 여당의 '꼬리 자르기'라고 비판했고 민주노총 등 노동계는 '무책임한 태도'라는 반응이다.

조종사 노조는 "8개월 임금 체불, 4대 보험료 미납·횡령 등은 이 의원·경영진이 이스타항공 매각을 추진하며 벌인 일"이라며 "운항 재개·고용유지 차원의 구체적 계획 없이 말로만 책임을 다하겠다면서 탈당을 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 의원은 탈당 아닌 사재 출연으로 회사를 살려야 한다"며 조세범 처벌법 위반·사회보험료 횡령 혐의로 그를 검찰에 고발했다.

국민의힘도 이 의원을 횡령·배임·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고 이스타항공 경영진이 회사 구성원들을 상대로 이 의원 후원금 납부를 사실상 강요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러한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이스타항공은 경영 정상화를 위한 유일한 방안인 재매각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스타항공은 M&A 무산 이후 딜로이트안진 회계법인과 법무법인 율촌·흥국증권을 매각 주관사로 선정했다.

업계에 따르면 매각 주관사는 인수 의사가 있는 기업 10여곳 중 인수 가능성과 적극성을 가진 기업 8곳을 선정한 것으로 전해진다. 매각 주관사는 이달 말까지 인수 기업을 선정해 회생 절차에 들어갈 계획이다.

한편 코로나19로 어려운 항공업계 상황을 감안하면 매각 주관사의 계획이 일정대로 실현될지는 미지수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미디어펜=박규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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