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동응 경총 전무 |
지난해 말 대법원은 전원합의체 판결로 통상임금의 요건을 밝힘과 동시에 노사합의로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서 제외하였고, 그 추가 지급이 예상외의 과도한 재정 부담과 이로 인해 중대한 경영상 어려움을 초래할 경우라면 근로자의 지급 청구가 인정될 수 없다는 신의칙 적용 요건을 설시하였다.
산업현장에서의 잘못된 노사관행에 대해 법원이 제동을 걸면서도, 기업에 예상치 못한 부담을 주지 않도록 기존 노사합의를 존중하겠다는 뜻을 대법원이 명확하게 한 것이다.
그러나 최근 하급심 판결들은 이러한 대법원의 취지를 명확하게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민간 기업에게는 부담이 되니까 신의칙을 적용하고, 공기업은 물 쓰듯 쓸 수 있는 세금이 있으니 신의칙과 상관없이 무조건 더 주어야 한다는 논리는 아무리 생각해도 온당치 못하다.
공기업이나 공공부문의 경우 국가가 재정능력이 있다고 전제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 이들의 경우 근로자들이 요구하는 추가 임금을 지급해도 국가에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을 초래하거나 존립을 위태롭게 할 만한 재정적 부담이 야기되기 어렵다는 근거를 내세우고 있다.
세금으로 때우면 된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국가가 최종 책임자라는 이유로 끊임없는 적자가 발생되고 있는 공기업‧공공부문에 막대한 임금을 국민 세금에서 부담하라고 하는 것은 부당하다.
이런 논리를 그대로 적용하면, 국가 도산위기에 이르지 않는 한 모든 공기업‧공공부문 근로자들의 추가 임금 청구가 그대로 인정될 수밖에 없다. 일부 하급심 법원이 국가의 예산을 마르지 않는 샘물로 여기는 것은 아닌지 고민해봐야 한다. 결국 그 감당은 세금을 내는 국민의 몫이기 때문이다.
▲ 지난 5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열린 현대차 통상임금 소송 기자회견./뉴시스 |
감액된 최저임금 수준을 그대로 받고 있는 근로자의 경우, 최저임금 전액적용과 2015년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해 임금이 19%가량 상승하기 때문이다. 해당 근로자들은 임금을 올려 고용이 불안해지는 것을 원치 않는다.
하지만, 이러한 논란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감시·단속근로자에 최저임금을 적용하기로 결정한 2005년부터 꾸준히 제기되어 왔으며, 이로 인해 도입된 ‘최저임금 감액규정’이 단계적 축소를 거쳐 2014년 말에 효력을 상실하기 때문에 또다시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것이다.
사실 이번 해고 논란의 근본적 원인은 감액규정 만료가 아닌 최저임금 적용 자체에 있다. 감시·단속근로자는 그 특성상 최저임금 적용에 논란이 있고, 임금수준이 높아지면 일자리가 줄어들 가능성이 매우 높음에도 불구하고 최저임금을 적용함으로써 지금의 상황을 발생시킨 것이다. 따라서 최저임금 감액 규정 연장이나 정부의 ‘60세 이상 고령자 고용지원금’ 등 각종 지원제도는 해고논란에 대한 일시적인 미봉책이지 근본적인 해결방안이 아니다.
기본적으로 감시·단속근로자의 임금 등 근로조건은 근로자와 협의를 거쳐 결정하고 이에 따른 재원은 입주자의 관리비로 충당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감시·단속근로자는 노동공급이 넘치고, 자동화 설비로 일정부분 대체가 가능한 측면이 있어 임금상승에 한계가 있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해당 입주민들이 감시·단속근로자의 근로의 가치를 높게 평가한다면 인건비 상승으로 인한 부담을 기꺼이 감수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저임금 전액 적용이 감시·단속근로자의 고용을 크게 감소시킨다면, 단순히 지원제도만 손볼게 아니라 최저임금 전액 적용 여부 자체를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여기에 이상한 논리가 끼어들고 있다. 정치권, 특히 야당을 중심으로 이들의 고용안정을 위해 세금을 써야 한다고 한다. 아파트 경비원이 치안과 환경미화의 공익적 역할도 담당하고 있으므로 정부가 도와줘야 한다고 한다.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대치동 은마아파트를 떠올리면 더욱 이상한 논리다. 기본적으로 아파트 경비원의 임금은 입주자들이 부담해야 할 몫이다. 이를 왜 세금으로 지원해 주어야 하는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일단 최저임금을 높이 책정하고 줄 수 없으면 세금으로 때운다는 논리는 수용하기 어렵다. /이동응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