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에 이어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의 이달 한국 방문도 연기됐다.
폼페이오 장관의 방한에 맞춰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한국을 찾기로 한 것은 지난 8월 21일 양제츠 중국 중앙정치국 위원의 부산 방문 이후 불과 한달 반여만의 일이어서 주목받았다.
하지만 폼페이오 장관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코로나19 확진 여파로 방한을 연기한 상황에서 왕이 부장도 방한 시기를 늦출 것으로 전해지면서 그의 방한 목적이 미국의 ‘반 중국 전선’ 확대 견제용이었다는게 확인된 셈이다.
당초 폼페이오 장관은 7~8일, 왕이 부장은 12~13일 각각 방한할 계획이었다. 특히 폼페이오 장관의 방한 일정은 일본 도쿄에서 6일 열리는 미국·일본·인도·호주 4개국 안보대화(Quad·쿼드) 외교장관 회의직후로 잡혔다.
앞서 미국은 쿼드를 한국과 뉴질랜드, 베트남, 필리핀으로까지 확대한 ‘쿼드 플러스’를 언급하고, 인도·태평양판 나토 구상도 밝힌 바 있어 폼페이오 장관이 이번에 강경화 외교부 장관을 만나 한국의 쿼드 동참을 압박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왼쪽)과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외교부
아울러 폼페이오 장관의 방한 일정이 오는 10월 10일 북한 노동당 창건 75주년 기념일에 맞춰지면서 11월 3일 미국 대선을 40여일 앞둔 상황에서 예견되던 북미 간 깜짝 이벤트를 연출할 수 있다는 이른바 ‘10월 서프라이즈’ 가능성도 제기됐다.
하지만 폼페이오 장관은 돌연 방한 일정 연기를 통보했고, 일각에선 강 장관이 최근 국회 외통위에서 “쿼드 동참에 대해 정부 차원의 결정이 필요한 시점이 아니다”라고 하고, 지난달 ‘아시아 소사이어티’ 화상 대담에서 “구조화된 동맹이 우리 안보 이익에 도움이 될지 심각하게 검토하겠다”고 하는 등 쿼드 동참에 선을 그은 것이 배경이 된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왔다.
강경화 장관은 5일 폼페이오 장관의 요청으로 전화통화를 갖고 앞으로 대면으로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조율해나가기로 했으나 일단 연기된 폼페이오 장관의 방한은 현재로선 불투명해진 것이 사실이다.
와이 부장의 한국 및 일본 순방 연기는 방한 연기는 표면적으로 이달 26∼29일 중국공산당 19기 중앙위원회 5차 전체회의(19기 5중전회) 등 내부 정치 일정이 이유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폼페이오 장관의 방한 일정이 취소되면서 쿼드 참여 압박 등 긴급한 동기가 사라지면서 왕이 부장의 순방 일정이 조정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왕이 부장의 방한 일정은 10월 중순 이후로 조정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왼쪽)과 왕이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외교부
이로써 외교가에서 조심스럽게 제기됐던 10월 서프라이즈 성사 가능성도 더 낮아졌다. 남북 정상간 친서 교환 이후 문재인 대통령이 UN총회 연설에서 종전선언을 제안했고, 한미 외교당국 간 접촉이 빈번해지자 북미 간 물밑접촉 결과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졌던 것이 사실이다.
6일 일본 도쿄에 도착한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일본·인도·호주 등과 4자 안보대화(쿼드)를 갖는다. 이 자리에선 인도태평양 지역 안보 협력과 중국을 견제할 경제 협력 방안 등이 폭넓게 논의될 전망이다.
폼페이오 장관이 아시아 순방 일정을 조정하면서 일본 일정은 그대로 두고 한국 일정만 취소하자 ‘코리아 패싱’ 우려 목소리도 나왔다. 일본에서 전용기로 1시간이면 올 수 있어서 반나절 일정 소화도 가능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한국이 당장 미중 갈등 속에서 선택을 강요받는 상황은 모면했지만 우리 외교 입지가 좁아질 수 있다는 지적이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6일 폼페이오 장관의 방한 재추진 가능성에 대해 “외교 일정에 대해 확정적으로 말하기는 어렵다”면서 “미측에서 폼페이오 장관의 아시아 방문을 10월 중에 다시 추진해보겠다고 했으니 계속 협의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이 당국자는 “왕이 부장의 방한 여부에 대해서는 그동안 정해진 바가 없다고 알려드렸다”며 “한중 간에는 대면이든 화상이든 긴밀히 소통하고 있다. 우리로서는 중요한 두개 국가인데 긴밀하고 원활하게 소통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