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하늘 기자] 일명 '킥라니'로 불리는 전동킥보드 관련 사고가 늘어나며 금융당국에서 피해자 구제 방안을 내놨다. 그러나 전동킥보드 이용자가 미성년자일 경우 오히려 사고를 당한 피해자의 구상권 청구가 더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되며 보험사와 시민들 사이에선 금융당국의 보다 근본적인 해결방안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12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엔 '만 13세 이상 중학생들까지 전동킥보드를 운전할 수 있도록 완화해주는 도로교통법 및 자전거 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률이 12월 10일부터 시행되는 것을 막아 주십시오'라는 글이 게시됐다.
본인을 자동차를 운행하고 있는 서울시민이라고 소개한 게시자는 "시내에서 운전을 하다 보면 골목길에서 갑자기 튀어나오거나 도로를 역주행하고 신호도 무시하는 등의 전동킥보드와 마주쳐 놀랄 때가 많다"며 "정식적인 절차를 밟아 운전면허증을 소지하고 일반 승용차를 운행하는 운전자들은 모두 잠재적인 범죄자들이냐"며 반문했다.
이어 "수많은 운전자들이 억울함을 감수하고, 또 내가 저런 억울한 가해자가 될 수 있다는 불안감 속에 운전을 하고 있다"며 "규정속도를 지키면서 운행하는 경우에도 골목에서 앞만 보고 그냥 뛰어나오는 청소년들을 피하기가 어렵다"고 강조했다.
그는 "운전자들도 운전면허증을 발급받고 국가에 세금을 내며 살아가는 국민이고, 우리들의 권리도 보장해달라"며 "아직 가치관도 제대로 형성되지 않은 중학생 청소년들에게까지 위험한 전동킥보드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이 법안만큼은 아무리 주의를 다해도 제대로 주의 의무를 지킬 수 있으리라는 확신이 서지 않아 반드시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도로교통법 개정에 따라 킥보드의 인도(자전거도로) 주행이 정식으로 허용되고 13세 이상이면 운전면허 없이도 합법적으로 킥보드를 이용할 수 있게돼 글쓴이와 같은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같은 시민들의 불안을 종식시키고자 금융당국에선 자동차보험 표준약관의 '무보험자동차' 정의에 '개인형이동장치', 즉 전동킥보드를 추가하는 내용의 '보험업감독업무시행세칙'을 해결책으로 내놨으나 이 마저도 시장의 반응은 차갑다.
새 약관에 따르면, 킥보드에 치여 다친 보행자가 자동차보험 계약자일 경우 무보험차 상해 특약으로 치료비(보험금)를 받을 수 있다.
또 피해 보행자가 자동차보험 계약자가 아니어도 부모나 자녀의 자동차보험 무보험차 상해 특약으로 치료받을 수 있다.
보험사는 우선 치료비를 지급한 후 가해자, 즉 킥보드 운전자에게 보험금에 대해 구상을 청구하게 된다.
업계에선 구상을 청구하는 것 자체가 이슈화 될 가능성이 있고, 청소년들을 이용한 보험 사기가 더욱 늘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미성년자가 대상이 되는 사고가 발생했을 때, 책임 소재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며 "적절하지 못한 구상 사례로 보험사들이 구설에 오를 부담이 더욱 커졌다"고 말했다.
이어 "미성년자들을 악용한 모럴헤저드 논란도 불거질 수 있다"며 "성인보다 미성년자가 법적 테두리에 벗어나 있고, 성인에 비해 스스로 판단이 어려운 시기다 보니 유혹에 넘어갈 가능성이 높아 모럴헤저드에 대한 우려도 크다"고 덧붙였다.
금감원은 일단 시행한 후 킥보드 사고 보상 보험금 지출이 과도하게 발생, 보험료 인상 압박으로 작용한다면 이를 무보험차 특약에서 제외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보험업계에선 "전동킥보드 전용 보험 도입과 이에 대한 의무 가입이 근본적인 해결방법으로 떠오르고 있다"며 "다만 전동킥보드에 대한 기준이 불분명하고, 이를 시행할 수 있는 관련 법안과 대책도 미비해 보다 당국 차원에서의 근본적인 해결방법이 강구돼야 한다"고 말했다.
[미디어펜=김하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