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태우 기자]현대·기아차를 글로벌 완성차 5위의 위치로 키워낸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정의선 수석부회장에게 그룹 수장 자리를 넘기고 물러났다.
지난 1999년 현대차 이사회 의장에 오른 지 21년 만이고 현대차그룹으로 홀로서기에 나선 지 20년 만이다.
14일 현대자동차그룹은 정의선 수석부회장을 신임회장으로 임명하고 대한민국의 자동차역사를 이끌어 현 위치에 올려놓은 정몽구 회장은 명예 회장으로 추대됐다고 밝혔다.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명예회장/ 사진=미디어펜
현대자동차그룹 정의선 회장은 지난 2018년 9월부터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으로서 그룹 경영을 총괄해 왔다. 지난 2년여간 그룹의 미래 혁신 비전을 제시하고 핵심 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어서 정의선 회장 취임은 예견됐었다.
최근 코로나19 글로벌 확산으로 인한 사회와 일상의 급격한 변화에서 글로벌 경제와 자동차 업계가 직면한 위기감은 상당하다. 특히 '언택트'로의 이동이 가속화되면서 모빌리티 전반에 걸쳐 기존의 미래 예측을 점검하고 정밀한 전략을 모색해야 할 중요한 시점이다.
이 같은 격변기에 정몽구 명예회장은 정의선 회장 체제가 시급하다는 생각을 굳힌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몇 년간 정몽구 회장은 꾸준히 미래 패러다임 변화에 조응하는 그룹의 변화를 주문해 왔으며, 전략적 결단과 개방적 협력 등을 통해 그룹의 미래 기반을 단단하게 구축하고 있는 정의선 수석부회장에게 큰 신뢰를 보여왔다. 정몽구 회장은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회장으로 취임해 그룹의 새로운 도약을 실현해야 한다는 의견을 주변에 피력해 왔다.
정몽구 회장은 최근 정의선 수석부회장에게 회장직을 맡아 경제위기를 극복하고 미래 혁신을 주도해 줄 것을 당부했으며, 가족들도 뜻을 같이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는 이날 오전 이사회를 열어 정의선 수석부회장을 각각 현대차 대표이사 회장, 기아차 회장, 현대모비스 대표이사 회장으로 선임하는 안건을 보고했고, 각 사 이사회는 정의선 회장의 경영성과와 미래 혁신 의지 및 방향성에 전적인 동의와 지지 의사를 표명했다.
그리고 이사회는 정몽구 회장을 그룹 명예회장으로 추대했다.
국내 자동차 산업을 단기간에 글로벌 5위로 올려놓은 정몽구 명예회장은 대한민국 재계를 대표하는 경영인으로서, 대한민국 경제와 자동차 산업의 발전을 이끌어 왔다.
품질과 현장을 바탕으로 한 강력한 리더십으로 국내 최초이자 유일한 자동차 전문그룹을 출범시키고 자동차를 중심으로 자동차 부품산업과 소재산업을 비약적으로 성장시켰다.
부도 이후 국민의 혈세로 운영돼 국가 경제에 큰 부담이던 기아자동차, 한보철강은 물론 현대건설을 인수해 새로운 일자리는 물론 지방 도시의 모습을 바꾸고, 세계적 기업으로 일궈냈다.
지난 2000년 9월 현대차를 비롯 10개 계열사, 자산 34조400억원에 불과했던 현대자동차그룹은 2019년말 현재 54개의 계열사와 총 234조7060억원의 자산을 보유한 그룹으로 변모했으며, 핵심 기업인 현대차와 기아차는 세계 자동차산업에서 전례가 없는 최단 기간 내에 전 세계 10개국에 완성차 생산시설을 갖추고 매년 700만대 이상을 판매하는 글로벌 5위권의 자동차 메이커로 자리잡았다.
정몽구 명예회장의 저력은 시장을 쫓아 해외로 영역을 넓혀가며 진가를 나타냈다. 글로벌 주요 지역에 현지 공장을 건설하며 전 세계 자동차 업체 중 유례가 없는 빠른 성장을 기록했다. 해외공장 건설에 대한 반대 의견이 무성했지만 정몽구 명예회장의 명운을 건 도전은 현재 글로벌 자동차산업과 대한민국 경제의 지형을 바꾼 전환점으로 평가받는다.
'품질경영'으로 대표되는 경영철학이 대변하듯, 정몽구 명예회장은 최고의 품질을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최선의 가치라고 강조해 왔다. 전 세계 균일한 고품질의 생산공장을 적기에 건설할 수 있는 표준공장 건설 시스템을 확립했으며, 전 세계를 발로 뛰며 생산현장에서 문제를 찾고 해결하는 현장경영을 펼쳤다.
세계 최대 규모의 연구개발센터를 구축해 기업 본연의 경쟁력을 확충하기도 했다. 높은 품질을 바탕으로 미국시장에서 실시한 '10년 10만 마일' 보증 카드는 현대·기아차가 글로벌 강자로 성장하는 토대가 됐다.
서플라이 체인 혁신을 매개로 협력업체의 글로벌 성장도 촉진했다. 현대·기아차의 해외공장 건설 시 국내 부품업체 공동 진출은 정몽구 명예회장의 동반성장 의지의 결과물이었다. 부품업체들의 경쟁력 확대를 통해 대한민국 자동차 산업의 선순환형 생태계를 구축했다.
산업의 '쌀'로 불리는 철강을 생산하는 일관제철소를 건설, 국내 소재산업 도약도 이끌었다. 일관제철소는 그룹 내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는 동시에 세계 최초로 자원순환형 사업구조를 갖춰 기업의 환경에 대한 책임과 지속가능 경영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
정몽구 명예회장은 이 같은 혁신 리더십과 경영철학을 인정받아 △2004년 '비즈니스 위크(Business Week)' 최고 경영자상 △2005년 '오토모티브뉴스(Automotive News)' 자동차 부문 아시아 최고 CEO △2009년 미국 '코리아 소사이어티(Korea Society)' 밴 플리트상 △2012년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Havard Business Review)' 세계 100대 최고 경영자상 등을 수상했다..
특히 올해 정몽구 명예회장은 세계 자동차산업 최고의 권위에 빛나는 '자동차 명예의 전당(Automotive Hall of Fame)' 헌액 대상자로 선정됐다.
1939년 설립된 미국 '자동차 명예의 전당'은 세계 자동차 역사에 길이 남을 뛰어난 성과와 업적을 바탕으로 자동차산업과 모빌리티 발전에 중대한 역할과 기여를 한 인물을 '명예의 전당'에 헌액한다.
'자동차 명예의 전당' 측은 "정몽구 회장은 현대자동차그룹을 성공의 반열에 올린 업계의 리더"라며 "기아차의 성공적 회생, 글로벌 생산기지 확대, 고효율 사업구조 구축 등 정몽구 회장의 수 많은 성과는 자동차산업의 전설적 인물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 고 헌액 이유를 밝혔다.
정몽구 명예회장은 2001년 '자동차 명예의 전당'으로부터 '자동차산업 공헌상'을 수상한 데 이어 2020년 '자동차 명예의 전당' 헌액으로 다시 한번 세계 자동차 산업에서의 공로를 인정받게 됐다.
[미디어펜=김태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