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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범죄' 우려까지…설자리 더 좁아지는 재계

2020-10-14 11:33 | 조한진 기자 | hjc@mediapen.com
[미디어펜=조한진 기자] 기업과 기업인에 대한 과도한 처벌이 가능한 법안이 잇달아 발의되면서 재계의 어깨가 더욱 움츠러들고 있다. 코로나19 등으로 위기감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기업들의 경영활동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14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21대 국회 6대 상임위(법사위·정무위·기재위·산업위·환노위·국토위)에서 발의된 법안을 전수 조사한 결에 따르면 54개 법률에서 117개의 기업(인) 처벌이 신설·강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쌀쌀한 날씨를 보인 13일 오전 서울 송파구 잠실역 사거리에서 출근길 시민들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1대 국회 6대 상임위에서 발의된 기업(인) 처벌법안 중 신설은 38개 법률 78개 조항, 강화는 26개 법률 39개 조항으로 조사됐다. 상임위원회별로 보면 정무위 소관법률 관련 조항이 41개로 가장 많았고, 법사위(22개), 환노위(19개)가 뒤를 이었다.

징역과 관련된 조항들을 강화와 신설로 나누어 조사한 결과, 강화된 징역은 현행 17년에서 33년으로 약 1.9배 늘었다. 신설된 징역은 69년이다. 강화·신설 법안이 전부 통과된다고 가정하는 경우 징역은 최대 102년으로 집계됐다. 이는 현행 대비 6배 증가한 수치다.

강화되는 벌금의 경우 현행 5억7000만원에서 11억8000만원으로 약 2.1배 증가했고, 신설된 벌금은 약 2054억4000만원에 달했다. 법안이 모두 통과된다면 벌금은 약 2066억2000만원으로 현행 대비 362배에 증가한다. 소관 위원회별로는 기업범죄 처벌법안, 중대재해 처벌법안, 공익법인 활성화 법안 등 제정안이 많은 법사위 소관 법률에서 징역 26년, 벌금 2036억3000만원이 증가해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과징금의 경우 6대 상임위에 발의된 법안이 모두 통과되면 과징금 상한의 합산은 기업 매출액을 기준으로 현행 최대 35%에서 87%로 약 2.5배 증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과징금은 정무위에서 15건으로 가장 많이 신설·강화됐으며 특히 ‘공정거래법 전부개정안’의 경우 과징금을 일괄적으로 2배 상향한 것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21대 국회에서 발의된 ‘중대재해에 대한 기업 및 책임자 처벌 등에 관한 법률안’을 살펴보면 기업에서의 인명사고에 대해 경영책임자와 기업의 형사책임을 물어 사망 시 3년 이상의 유기징역 또는 5000만원 이상 10억 원 이하의 벌금, 상해 시 7년 이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여기서 ‘중대재해는 산업재해 중 사망 등 재해정도가 심하거나 다수의 재해자가 발생한 경우’로 규정하고 있다. 정의가 모호해 기업(인)에 대한 과잉처벌 우려가 나오고 있다.

‘기업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안’에서는 의사결정자가 기업범죄를 저지른 경우에 그 의사결정자를 벌하는 외에 해당 기업에게도 연간 매출액의 100분의 10의 범위 또는 2000억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이 경우 기업범죄의 범위에는 외환, 금융, 재정, 증권, 부정경쟁범죄 등 대부분의 내용이 포함된다. 범위가 과도하게 넓고 기준이 모호해 기업들에게 큰 부담이 될 가능성이 크다. 또 연 매출액의 10% 이내 또는 2000억원 이하의 벌금의 막대한 액수는 기업의 존폐를 결정할 정도로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환익 전경련 기업정책실장은 “코로나19로 인해 세계경제가 침체되고 있는 상황에서 그 어느 때보다 기업을 살리는 것이 중요하다”며 “기업(인)에 대한 불합리하고 과도한 처벌은 시류에 역행하는 일이다”라고 말했다.


[미디어펜=조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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