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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징용기업 자산 매각에 ‘몽니’, 스가 방한 무산되나

2020-10-16 16:08 | 김소정 부장 | sojung510@gmail.com
[미디어펜=김소정 기자]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가 올 연말 한국에서 열리는 한중일 정상회담에 불참할 뜻을 피력했다는 일본언론 보도가 나오면서 강제징용 배상소송의 피고인인 일본전범기업의 한국 내 자산 매각 문제와 관련해 일본정부가 몽니를 부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교도통신 등에 따르면, 일본정부는 징용 배상 기업인 일본제철 등의 압류 자산 현금화 문제에 한국측이 적절한 대응을 하지 않을 경우 스가 총리의 방한은 있을 수 없다는 견해를 지난달 하순 한국정부에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이런 방침은 스가 총리의 의향이 반영된 결과라고 했다.

구체적으로 한국 법원이 압류한 일본기업의 한국 내 자산이 현금화되지 않는다고 보증하라는 요구가 일본에서 나온 것이다. 교도통신은 일본 정부소식통을 인용해 “현금화의 우려가 있는 한 총리는 한국에 가지 않는다. 연내 한중일 회담 개최 환경은 갖춰지지 않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앞서 일본 외무성 간부도 지난달 말 기자단에 한국정부가 피고인 일본 기업 자산을 매각하지 않는다고 약속해야 총리가 한국을 방문할 수 있다고 말한 것으로 일본언론이 전한 바 있다.

마이니치신문은 이번 결정에 일본 보수층을 중심으로 거세지고 있는 한국에 대한 반발이 영향을 끼쳤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이번 결정은 강력한 대응으로 한국정부의 양보를 끌어내겠다는 일본정부의 의도가 섞여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우리정부는 사법부의 판단에 행정부가 개입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스가 총리의 불참으로 한중일 정상회담이 무산될 경우 한일 갈등은 당분간 더 이어질 전망이다. 여기에 아베 전 총리처럼 추가 무역보복 조치 등을 연계시킬 경우 갈등이 고조될 가능성도 커졌다. 전문가들은 이미 스가 총리의 12월 서울 방문 여부에 따라 향후 한일관계의 개선 여부가 판가름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은 바 있다.

하지만 스가 총리가 정례화된 정상회담 참석을 외교 카드로 쓴 것에 대해선 일본 내에서도 지적이 나온다. 일본정부는 그동안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한국정부에 과거사 문제를 현재 외교 카드로 쓰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주장해왔다.

지난 2015년 박근혜 전 대통령이 “위안부 문제 해결없인 정상회담을 하지 않겠다”고 얘기한 뒤 당시 스가 관방장관이 “위안부 문제를 정치‧외교적인 문제로 삼아서는 안된다는게 일본 정부의 기본적인 입장”이라고 말했다. 

불과 5년 전 스가 본인이 일본정부의 입장이라며 ‘정상회담에 전제 조건이 있으면 안 된다’는 원칙을 말한 바 있으면서 이번에 전제 조건을 달아 9번째 열리는 3국 정상회담 자체를 무산시킨다면 스가 정권에서도 경색된 한일관계에 더 이상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게 된다.

문재인 대통령과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오른쪽), 장현경 제작 일러스트./연합뉴스


이에 대해 정부는 올 연말까지 아직 시간이 남은 만큼 스가 총리의 회담 참여를 이끌어낸다는 입장이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지난 14일 “만난다, 만나지 않는다가 양국간 현안 해결에 전제 조건이 되어선 안된다는 것이 우리정부의 입장이다. 문제를 풀기 위해서 만나는 것이다. 문제가 있으면 오히려 만나서 풀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강 대변인은 또 “일부 내‧외신에 보도된 대로 만남을 선결 조건으로 삼으면 아무 것도 풀리지 않는다”면서 “정부는 3국 정상회의 성사를 위해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단 우리정부는 한중일 정상회담을 연내, 대면으로 개최하는 것을 기본 방침으로 삼고 계속 노력해나간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끝내 스가 총리가 방한을 거부할 경우 정상회의 자체가 순연될 수도 있다. 과거에도 몇 해동안 한중일 정상회담이 열리지 못했던 적을 감안한 전망이다. 만약 회담이 순연되더라도 다음 개최국은 한국이 될 것이므로 우리정부는 지속적으로 정상회담 개최에 노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그런 한편, 지난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개회식에 아베 전 총리가 예상을 깨고 참석한 것처럼 스가 총리의 한중일 정상회담 참여 가능성은 아직 남아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호사카 유지 세종대 교수는 “지난 평창올림픽 개회식에 미국의 펜스 부통령이 참석하자 아베 총리도 보조를 맞추기 위해 방한했고, 앞으로도 이런 식의 미국측의 압박이 있을 수 있다”며 “그동안 한중일 정상회담에서 일본은 미국측의 입장을 대변해온 측면도 있기 때문에 아직까지 스가 총리의 한국 방문이 무산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스가 총리가 끝내 대면 참여를 거부하고, 중국은 참여를 원할 경우 한중 대면 회담에 일본 화상 참여도 방법이 된다”며 “한국정부는 이런 여러가지 대안을 올려놓고 이번 한중일 정상회담을 성사시키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호사카 교수는 “스가 총리가 일본학술회의 위원 임명 거부로 국내에서 큰 파장을 일으키더니 외교 문제에서도 상식 밖의 결례를 범했다. 취임 한달도 안돼 지지율이 7%p나 급락하는 이유를 알 수 있다”고 지적하면서 “국내 문제에선 책임 분산 대신 권력을 휘둘러 자격 미달을 드러내더니 일본 외무상이 직접 독일정부에 소녀상 철거를 요구하는 실수를 범하고, 다양한 외교 문제를 다룰 정상회담을 징용 문제 하나로 덮어버리는 약점을 드러냈다”고 평가했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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