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홈 경제 정치 연예 스포츠

"이미 벌어진 은행권 채용비리 피해자 구제는 힘들어"

2020-10-19 11:55 | 백지현 기자 | bevanila@mediapen.com
[미디어펜=백지현 기자] 우리은행이 은행권에서는 처음으로 채용비리 부정입사자에 대한 채용취소를 검토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정치권에서도 부정채용자 취소를 강제할 법적장치를 마련하겠다는 목소리가 나오면서 은행권 채용비리 논란이 제대로 매듭지어질지 관심이 모아진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사진=금융감독원



19일 국회 및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2017년 국정감사에서 드러난 시중은행 채용비리 사건의 후속 조치가 3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여전히 이뤄지지 않은 것이 확인되면서 국회 차원에서 은행권 채용비리 근절을 위한 법안이 추진되고 있다.

류호정 정의당 의원은 채용비리를 청탁하는 사람을 비롯해 관련자들을 처벌하거나 피해자들을 구제하는 내용을 담은 ‘채용비리처벌 특별법’ 제정을 추진중이다. 금융권 채용비리 사건은 지금까지 법적으로 범죄형태로 특정하고 있지 않아 법망을 피해갔다는 게 류 의원의 입장으로 채용 절차의 공정성을 확립하기 위해선 이를 강제할 법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배진교 정의당 의원에 따르면 주요 시중은행 가운데 유죄 확정 판결을 받고 그대로 은행에 근무 중인 부정채용자는 61명 중 41명에 이른다. 또한 은행들은 채용비리로 인한 피해자 구제 등 후속조치를 전혀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채용비리 이슈가 불거진 직후 은행연합회는 지난 2018년 ‘은행권 채용절차 모범규준’ 제정을 통해 공정한 채용절차를 약속했다.

모범규준 31조에 따르면, 부정합격자 처리와 관련해 지원자가 부정한 청탁을 통해 합격한 사실이 확인된 경우 은행은 해당 합격자의 채용을 취소 또는 면직할 수 있다. 그러나 실제 은행에서 채용취소나 면직 조치가 이뤄진 사례는 단 한 건도 없었다.

이미 발생한 사건에 대해서는 소급 적용이 어렵고, 강제사항이 아닌 권고사항이란 이유에서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도 지난 13일 금융감독원을 대상으로 한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채용비리에 대해 “송구하게 생각한다”면서도 “금감원이 이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권한 이런 것은 없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은행권에선 처음으로 우리은행이 채용비리 부정입사자 채용취소에 대한 법적 검토에 착수한 상태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채용비리로 현재 재직 중인 직원에 대한 법률적 검토에 착수했고, 종합적인 검토 결과를 고려해 채용 취소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부정입사자에 대한 후속 조치는 진전을 보이는 상태이지만, 이미 발생한 피해자들에 대한 구제가 실제 이뤄지기는 어렵다는 게 은행권의 설명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피해자 구제책에 대한 법적 장치가 마련되면 그때는 얘기가 달라지지만, 현재로선 피해자들을 가려낼 객관적 자료가 모두 파기돼 피해자로 특정되지 않은 상태여서 이미 발생한 피해자들에 대한 구제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종합 인기기사
© 미디어펜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