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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집, 못하는 원장은 바보 안하는 원장은 등신"

2014-12-03 09:53 | 김규태 차장 | suslater53@gmail.com
   
▲ 이은경 사회복지법인 큰하늘 어린이집 출연자 

어린이집 보내지 마세요! 다 고치고 나면 보내세요!

현재 대한민국은 사회 전 분야에서 공정 사회 실현 및 비리 추방운동의 목소리가 높다. 다만 힘이 실리지 않은 소수의 음성이라 허공만 맴돌고 있다.

우리나라는 아직도 사회의 많은 영역에서 부정과 비리가 횡행하고 있고 많은 국민들이 그러한 부정과 비리가 국가 발전을 저해한다고 느끼고 있다. 그러나 그 어느 분야보다 심각한 비리가 판을 치고 있지만 많은 이들이 문제의 심각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 영역이 있다. 바로 국가목적사업인 영유아 보육사업 분야다.

여기저기서 비리가 터져나오고 문제제기를 해도 어린이집을 비롯한 영유아 보육시설의 부정, 비리, 부패는 조금도 개선되지 않고 있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많은 이들이 어린이집에서 얼마나 많은 비리가 일어나는지, 그러한 비리가 얼마나 만연해 있는지 모르고 있다.

어린이집의 역할은 국가 보육, 즉 공보육을 수행하는 것이다. 그러나 어린이집의 95퍼센트가 개인의 자본을 바탕으로 세워진 현실을 깡그리 무시하고 무조건 공보육을 수행하라고 요구하는 것 자체가 모순이다. 그러한 모순이 비리와 부정을 낳았고, 그러한 모순을 이용하는 세력에 의해 부패가 뿌리내렸다. 그리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영유아에게 돌아가고 있다.

무한 희생과 봉사를 감수하며 공보육을 수행하라는 정부의 요구는 어리석었고 민간 파트너이자 중간 공급자인 어린이집의 대처는 영악했다. 정부의 무리한 요구를 그대로 따를 수 없는 어린이집이 선택한 방법이 바로 부정이요, 부패요, 비리다.

보건복지부와 여성가족부의 일방적 지시와 명령에 순종해서는 도저히 살아남을 수 없는 어린이집 원장들은 ‘알아서 각자 해먹는 것’을 택했고, 그러한 일이 오랫동안 반복되면서 이제는 죄책감마저도 느끼지 못할 정도가 되었다. “다른 어린이집도 다 하는데 어디 나만 하나. 못하는 원장이 바보고 안 하는 원장이 등신이지.” 이렇게 자신들의 그릇된 행위를 정당화하는 자위와 조롱과 비웃음만 난무했다.

   
▲ 어린이집은 매매거래가 안되는 비영리법인이다. 전문사기 브로커들이 선량한 주부와 학원장, 퇴직교장들을 속이고 버젓이 어린이집을 불법매매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 어린이집을 불법매매해온 악덕 브로커가 수십억원의 재산을 축적한 후 어느시 의회선거에 당선되는 사례도 나와 충격을 주고 있다. 

전국 약 4만 5000여 어린이집 중 국공립 어린이집은 고작 6퍼센트에 불과하다. 약 3000여 곳이 전부다. 각종 자료 표기상 국공립 어린이집이라고 하지만 실제로 국립 어린이집은 없다. 0퍼센트다. 지자체에서 설치한 구립 시립 어린이집도 모두 개인, 법인, 단체 등에 위탁 운영되고 있다. 국공립 어린이집 확대를 근 20여 년간 외쳐도 전국 어린이집 대비 6퍼센트, 약 3000여 곳에 불과한데, 그나마 그 6퍼센트도 직접 운영이 아닌 위탁 운영되고 있으니 참으로 슬픈 현실이다.

2013년 12월, 경찰이 어린이집을 대상으로 대대적인 수사를 벌였다. 경찰 수사 결과는 대한민국의 보육 기반인 어린이집에서 일어나는 온갖 비리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증표이자 비리를 방치, 묵인한 자들이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나는 저서를 통해 어린이집에서 일어나는 각종 비리와 그러한 비리의 근본 원인인 제도적 모순을 고발하고자 한다. 원장들을 비롯해 어린이집 종사자나 담당 공무원 등 관련된 사람들이 돌을 던진다면 피하지 않고 당당히 맞을 것이다. 그 돌을 내가 맞아 고쳐진다면, 고쳐질 수만 있다면 기쁜 마음으로 맞겠다.

사실 원장을 비롯한 어린이집 종사자들은 오히려 내게 고마워해야 한다. 앞으로는 부끄러운 일을 하지 않고 떳떳하게 어린이집을 운영하더라도 일정한 수익을 올릴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고 법을 고치자는 것이니 그 누구보다 환영하고 응원해줘야 마땅하다.

어린이집 창업하지 마세요! 다 고치고 나면 하세요!

지금도 유치원 선생님, 어린이집 선생님을 꿈꾸는 학생들이 많다. 또 관련 학과를 졸업하고 영유아 보육시설에 취업해 설레는 마음으로 일하고 있는 사회 초년생도 많다. 그러나 아쉽게도 이들이 꿈꾸는 영유아 보육 현장은 없다.

또한 여성이 하기에 참 괜찮은 일 같은 데다 안정된 수입도 올릴 수 있을 것 같고 내 자녀 양육에도 도움이 될 것 같아서 보육교사가 되고자 준비하는 늦깎이 주부, 엄마 학생도 있다. 이들에게는 참 미안한 말이지만, 그들이 머릿속에 그리는 어린이집은 현실 세계에 존재하지 않는다. 비정상인 구조가 고쳐지지 않는 한, 꿈에 부풀었다가 좌절하고 또 좌절하면서 내가 걸어온 길을 그대로 따라올 수밖에 없다.

구조 자체가 부정과 비리와 부패를 조장하는데, 정부는 개개인의 양심과 의지로 투명하고 신뢰할 수 있는 운영, 믿고 맡길 수 있는 보육을 하라고 요구한다. 불가능하다. 아무리 도덕성이 높은 사람이라도 생존과 생계가 위협받으면 ‘가치’도 ‘정의’도 다 순식간에 내팽개치기 마련이다.

현재 어린이집의 물적 기반은 개인 자본이다. 실정이 이러한데도 투명성과 공공성이 확보된 공교육이라는 공적 요구를 100퍼센트 수행하라고 요구한다. 똑같이 공공서비스를 제공할 것을 요구받는 교육 시설이나 의료 시설과는 달리 어린이집은 절대 빈곤 상태에 놓여 있는데도 말이다.

개인 자본을 투입하고 운영 재정을 부담한 다른 공공서비스 영역과는 달리 유독 어린이집에 대해서만 보건복지부는 비영리로 공보육을 수행하라는 무리한 요구를 한다. 이 태생적이고도 구조적인 모순을 모른 채 어린이집을 먹고사는 생계형 사업으로 접근, 창업을 시도하면 그 순간 브로커들의 먹잇감이 된다.

감히 단언한다. 비리와 부정을 양산하는 이러한 모순을 고치기 전에는 어린이집에 아이를 보내서도, 어린이집 창업을 꿈꿔서도 안 된다.

거두절미하고, 영유아 정책을 원점에서 전면 재검토할 대책반을 꾸려야 한다. 정부 펀드를 조성해 보육 기반 자금을 사적 자본에서 공적 자본으로 바꿔야 한다. 또 목적사업 수행이 도저히 불가능한 어린이집은 정산 후 문을 닫을 수 있도록 합법적인 퇴로를 열어줘야 한다.

오랜 세월 정직하게 영유아 국가목적사업을 도운 민간 협력자를 찾아내 그 기여도에 걸맞은 보상을 해야 한다. 이제 보건복지부도 민간 파트너를 통치의 대상이 아닌 협치의 대상으로 바라보려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이은경 사회복지법인 큰하늘 어린이집 출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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