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한진 기자]최태원 회장의 ‘뚝심’이 다시 한번 SK 반도체 사업의 ‘빅 점프’를 예고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국내 인수합병(M&A) 역사를 새롭게 쓰면 인텔의 낸드 사업을 전격 인수했다. SK하이닉스 인수부터 투자 등에 깊숙이 관여해온 최 회장의 결단이 이번 ‘메가 딜’을 이끌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SK하이닉스는 20일 인텔과 낸드 메모리와 저장장치 사업에 대한 양도 계약을 체결했다. 인수 총액은 90억달러(10조3000억원)로 국내 인수합병(M&A) 역사상 최대 규모다. 이전까지는 지난 2016년 삼성전자의 하만 인수(80억달러)가 최대였다.
최태원 SK 회장이 지난 2018년 10월 M15 준공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SK하이닉스 제공
SK하이닉스는 이번 인수를 통해 낸드 시장의 경쟁력을 대폭 끌어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SK하이닉스는 D램 분야에서는 글로벌 2위로 확고한 위치를 점하고 있으나 낸드 시장에서는 다소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글로벌 낸드 점유율은 삼성전자가 35.9%로 1위, SK하이닉스가 9.9%, 인텔이 9.5%를 차지하고 있다. SK하이닉스의 인텔 낸드 사업 인수가 완료될 경우 낸드시장 점유율이 약 20%에 육박하면서 2위까지 뛰어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향후 ‘반도체 코리아’가 글로벌 낸드 시장을 50%이상 점유할 가능성이 크다.
재계에서는 SK하이닉스의 이번 인텔 낸드 인수는 최 회장의 결단이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압축 성장이 가능한 M&A를 활용해 포스트 코로나 등 미래 시장을 겨냥한 포석이라는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M&A와 시설투자 등 대규모 자금이 투자되는 사안에서는 총수의 결단이 중요하다. 코로나19와 같이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라며 “각국의 규제 승인 등의 추가 절차가 남아있지만 SK하이닉스의 이번 이수는 회사의 미래를 바꿀 수 있는 사건”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최 회장의 결정은 SK하이닉스의 운명을 수차례 바꿔왔다. 지난 2011년 주변 임원들의 강력한 반대에도 SK하이닉스를 인수를 밀어붙여 굴지의 글로벌 반도체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SK하이닉스의 클린룸 모습 /사진=SK하이닉스 제공
반도체에 대한 최 회장의 열정은 과감한 투자로 연결되고 있다. 지난 2018년 10월 20조원을 투자해 청주에 낸드 생산시설인 M15를 완공했고, 이천에는 최첨단 반도체 공장인 M16도 증설했다. SK하이닉스는 2022년 이후 용인 클러스터 4개 팹에 120조원을 투자한다는 계획도 진행하고 있다.
최 회장은 M15 준공 당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 혁신으로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인 한국 반도체 경쟁력을 더욱 굳건히 유지해 나갈 것” 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한편 SK하이닉스는 이번 인수로 빅데이터 시대를 맞아 급성장하고 있는 낸드플래시 분야에서 기업용 SSD 등 솔루션 경쟁력을 강화해 글로벌 선두권 기업으로 도약한다는 구상이다. SK하이닉스는 2018년에 CTF 기반 96단 4D 낸드를, 지난해에는 128단 4D 낸드 플래시를 세계 최초로 개발하는 등 낸드 시장에서 빠르게 기술 경쟁력을 확대하고 있다.
[미디어펜=조한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