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확대, 성장잠재력 확충 가능성 높여…국가 역량 내수 확대 주력 필요
수출중심 국가, 대외환경 변화 시 경제 변동성 클 수 있어
우리경제는 골든타임의 절벽 끝에 놓였다. 박근혜정부에서는 적자재정을 감수하더라도 경제혁신의 원동력을 수혈하겠다는 의지를 보이며 절박함을 호소했다. 투자처의 매력도가 떨어지면서 기업은 돈을 곳간에 쌓아놓으며 재투자의 기회를 잡지 못하면서 고용과 투자는 쪼그라들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협업은 위축되고 돈벌이는 나아지지 않으며 하방으로의 '낙수효과'는 실종됐다.
▲ 우리 경제의 장기 성장방향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과거와 같은 수출확대로 경기를 이끌어가는 것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다. 수출주도형 성장방식에서 내수주도 성장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뉴시스 |
이에따라 우리 경제의 장기 성장뱡향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금융위기 이후 낮은 성장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앞으로 경제의 돌파구가 될 뚜렷한 수요부문이 마땅치 않다. 수출 위주의 경제 성장이 우리 경기를 이끌어가는 중심축이 됐지만 이제 더 이상 과거와 같은 수출확대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수출주도형 성장방식에서 내수주도 성장으로의 전환이 절실히 필요하다는 것이다.
4일 LG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수도주도 성장은 △규모의 경제 △특화에 따른 분업혀과 △선진기술 학습효과 △경쟁환경 노출 △안정적 외화조달의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이에 반해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수출중심 국가들은 내수기반이 취약하기 때문에 수출주도형 성장을 이끄는 국가들은 세계경제 위기 등 대외변동 파고에 위험성을 노출할 수 있다. 수출 확대를 위한 급격한 외환시장 개방이 경제위기의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과도한 외자유입이 경상수지 적자 확대와 결합될 경우 대외신뢰도가 급격히 떨어지면서 외환위기로 연결될 수 있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실제 미국의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지난 1일(현지시각) 일본의 국채등급을 기존의 'Aa3'에서 'A1'으로 1단계 강등했다. 무디스의 이번 강등 조치는 지난 2011년 8월 이후 3년4개월만이다. 무디스는 일본 정부의 재정적자 감축 목표 달성과 디플레이션 방어를 위한 경기부양 조치가 효과를 낼 수 있을지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졌다고 경고했다. 아베노믹스의 부작용인 셈이다.
과도한 수출경쟁으로 삶의 질이 하락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저소득국가에서는 생산기지 유치를 위해 노동기준이나 환경기준 등 삶의 질과 관련된 보호장치들을 경쟁적으로 줄이는 밑바닥 경쟁(Race to the botton)일 발생할 수 있다.
수출이 경제성장을 높이는 효과에 대해서도 의문부호다. 수출주도 성장전략이 많은 개도국들에 의해 채택됐지만 모든 국가가 긍정적인 성과를 보이지는 않았다. 1970년대 이후 신흥공업경제국(NIES, Newly Industrializing Economics) 국가는 '동아시아의 기적'이라 불릴 정도로 고성장했다. 1980년대 수출지향전략으로 전환한 멕시코는 미국 시장에 인접해 있다는 유리한 조건임에도 이후 경제성장률은 이전보다 더 하락하는 결과를 낳았다.
중남미 국가들은 다국적 기업을 통한 수출가공산업에만 의존해 글로벌 차원에서 경쟁력 있는 제조기업을 육성하는데 실패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크루그만 교수는 "NIES국의 경제발전이 생산요소 투입 확대에 의한 것이었으며 지속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인디애나 대학의 버피(Buffie) 교수는 "아시아 수출중심국이 70~90년대 경험한 고도성장은 그들의 독특한 환경에 의해 가능한 것"이라며 "다른 국가에서는 실현하기 어렵다"고 경고했다.
중국의 추격, 일본의 반격 그리고…
최근 국가간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대규모 투자를 기반으로 기술격차를 좁혀오는 중국의 추격과 엔저를 기반으로 한 일본의 반격이 본격화됐다. 중국은 대규모 투자와 기술개발 노력으로 우리와의 기술 격차를 줄이고 있다. 소재·첨단부품, 고부가가치 소비재 부문에서도 우리시장을 빠르게 점령하고 있다. 중국의 생산능력이 크게 늘어난 철강, 화학 등 장치 산업부문에서 대중수출이 급격히 둔화됐다.
반도체의 대중 수출 증가율을 보면, 2000~2007년 48.7%였던 것이 2010~2013년 8.0%로 축소됐다. 같은 기간 철강은 14.8%에서 -0.9%로 오히려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석유화학 역시 22.4%에서 11.2%로 증가율이 후퇴됐다.
인위적인 엔화약세가 지속되면서 가격경쟁력을 되찾은 일본기업들의 공세가 무섭다. 아베 정부는 인플레 경제로의 진입을 위해 과감한 돈풀기 기조를 상당기간 이어갈 것으로 예상돼 엔화 약세기조가 끝없는 레이스를 펼칠 전망이다. 일본기업들이 아직까지 떨어졌던 수익을 높이는데 주력하고 있지만 점차 투자확대와 가격경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일본과 경합관계가 높은 자동차 부문의 충격이 클 것으로 예측된다. 철강, 화학, 조선 등 장치산업과 미래 첨단 산업 부문도 부정적이다.
주변국들의 통화정책에 따라 원화절상으로 수출가격 경쟁력 위축 현상이 우리 경제를 위협하는 것도 문제다. 세계적으로 제조업보다 서비스업이 강조되면서 원자재수요가 둔화되고 셰일오일 등 비전통석유 생산이 늘면서 원자재가격은 하향세 지속을 면치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는 전체 수입에서 원자재가 차지하는 비중은 75.5%에 달해 세계적으로 높은 수준이다. 원자재 수요는 가격에 대해 비탄력적이기 때문에 원자재 가격하향은 결국 우리나라 전체 수입 둔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높은 수출용 수입 비중, 만성적 내수부진도 수입이 늘어나기 어려운 이유다. 결국 수출부진에도 불구하고 수입도 함게 위축되면서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가 길어지게 마련이다. 현재 미국금리 인상 우려로 원화가 약세를 보이고 있지만 불안심리가 진정되면서 대규모 흑자로 원화가 다시 절상압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수출부진은 잠재성장률에 독(毒)
우리나라는 2000년대 들어 이미 경제의 성장활력이 급격히 떨어졌다. 평균 경제성장률은 1970년대 10%대에서 1990년대 외환위기 이전까지 8%대로 완만하게 낮아졌지만 위기 이후 빠른 둔화세를 보였다.
2000년대에 4%대로 급격히 하락했고 글로벌 금융위기를 맞이한 2010년대에는 3%대 성장에 머물고 있다. 이는 우리 경제를 이끌어오던 수출의 힘이 크게 약화된데 따른 것이다. 국민계정상 재화와 서비스 수출증가율은 1990년대 13.6%에서 2000년대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까지 11.4%로 낮아졌다. 위기 이후 반등효과가 사라진 2011~2013년 기간 중에는 5.8%로 큰폭 하락했다.
잠재성장률 측면을 보더라도 수출부진에 따른 충격이 크다. 수출제조업 부문이 위축되고 상대적으로 서비스 성장이 빨라지면서 우리 경제의 생산성이 빠르게 둔화되고 있다. 주력 장치산업의 세계적 공급과잉, 건설투자의 구조적 부진 등으로 자본투입도 확대되기 어렵다.
서비스 부문의 고용증가로 노동투입이 늘어나고 있지만 고용이 도소매, 음식숙박 등 전통적인 부분에 집중돼 부가가치 창출 효과가 크지 않다. 고령화도 직격탕이다. 2017년 이후 생산가능인구가 감소된다는 측면에서 수년 내 국내 경제의 성장 저하 추세가 급격해질 우려는 상당히 크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내수산업의 성장을 이끌어갈 수 있는 주력산업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같은 산업을 우리 경제의 핵심추진 산업으로 선정해 정책의 힘을 집중시킬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일례가 여가문화 산업이다. 장시간 노동으로 휴식의 필요성이 크고 높은 교육비, 주거비 등의 경제적 여유가 적다는 점, 인프라 부족 등으로 여가활동에 따른 비용이 높은 점 등이 여가문화 산업이 발전하지 못하는 원인이다.
내수서비스 확대를 위해 7대 서비스산업이 선정된 바 있지만 정책의 힘을 분산시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교육, 금융, 물류 등 우리 경제의 잠재적인 성장능력을 높일 수 있는 중요한 서비스 부문으로 생산성 증대가 절실하지만 양적인 측면에서 내수시장이 빠르게 커질 수 있는지는 불투명하다.
수출과 내수의 동반 성장을 꾀하는 쌍끌이 경제를 만들어야 한다. 미국, 일본, 중국의 경험을 보더라도 수출을 통해 창출된 소득이 내수확대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내수기반이 아직 부족한 상황에서 수출이 크게 위축될 경우 내수성장이 어려움에 처할 수 있다.
과학기술의 토대를 높이기 위한 원천기술 연구개발(R&D) 투자 확대, 민간부문의 제조업 혁신을 유도하는 환경 조성 등으로 수출제조업의 경쟁력 확대노력은 지속돼야 한다. 내수지원 정책이 수출경쟁력을 과도하게 떨어뜨리지 않도록 적절한 조화가 필요하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노후대비 보장을 강화해 안정적인 소비심리가 유지되도록 복지기능 확대에 따른 사회안정망 강화도 중요하다.
이 수석연구위원은 "최근 내수확대 정책의 프레임 아래 서비스부문의 수출을 늘리려는 정책이 자주 제시되는 것을 볼 수 있다"며 "국제 비교우위가 낮은 산업을 육성하는 결과롤 가져오는 만큼 우리 국민들이 필요로 하는 소비를 충족시킬 수 있는 시장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