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 올해 하반기 신규상장(IPO) 시장 최대어로 손꼽히며 많은 기대를 불러 모았던 빅히트의 주가 흐름이 여전히 지지부진한 가운데, 명확한 근거 없이 ‘매수’ 주문만 내는 증권사 리포트들에 대한 비판이 다시 한 번 제기된다. 국정감사에서도 매도의견 리포트가 단 0.07%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지적됐다.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매수 주문을 남발하는 국내 증권사들의 분석리포트에 대한 문제제기가 올해에도 이뤄졌다. 최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이정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 제출받은 '최근 3년간 증권사별 투자의견 현황' 자료에는 이와 관련된 내용이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다.
금감원 자료를 보면 지난 2017년부터 올해 8월까지 31개 국내 증권사에서 낸 매수의견 리포트 7만 8297건 중 '매도의견'은 단 55건에 불과했다. 비율로 따지면 0.07%에 해당하는 극소수의 보고서만이 해당 종목을 ‘팔라’는 조언을 했다는 의미다.
전체 비율을 보면 ‘매수’ 의견이 6만 9690건으로 전체의 89.0%를 독식했고, 그나마 ‘중립’ 의견이 8552건으로 10.9%를 차지했다. 반면 외국계 증권사 14곳은 최근 3년간 같은 기간 3만3023건 투자의견 리포트를 냈는데, 매수의견 2만3434건(71.0%), 중립의견 6597건 (20.0%), 매도의견 2992건(9.1%)의 분포를 보였다. 이들도 매수 쏠림이기는 마찬가지지만 그나마 국내 증권사들보다는 나은 모습이다.
증권사들이 매수 위주의 리포트만을 쏟아내는 데에는 한국 특유의 문화가 작용한다는 지적이 많다. 분석 주체와 분석 대상기업이 긴밀하게 연결돼 있는 경우가 많고, 행여 ‘매도’ 의견을 낼 경우 해당기업이 강한 불만을 제기하면서 해당 증권사와의 관계가 악화되는 경우가 생기는 식이다.
그렇다보니 보고서를 보고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 투자자들의 입장은 곤란해질 수밖에 없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사실상 ‘중립’ 사인을 매도 의견으로 봐야 하고, 매수 의견을 냈더라도 목표주가가 내려갔을 경우 사실상의 매도사인인 경우가 있다”며 일종의 ‘노하우’를 공유하기도 했다.
최근 들어 투자자들이 분석 리포트로 인해 가장 큰 혼란을 겪은 케이스라면 역시 신규상장 종목인 빅히트를 꼽을 수 있다. 올해 하반기 최대어로 손꼽힌 만큼 어마어마한 공모주 청약신청이 몰렸지만, 막상 상장 이후의 주가흐름은 좋지 않은 상태다.
지난 15일 상장 후 계속 해서 하락세를 면치 못한 빅히트는 상장 엿새째인 지난 22일에야 겨우 전일 대비 0.56%의 상승세를 기록했다. 그나마 23일인 오늘은 다시금 주가가 소폭 하락하고 있는 모습이다.
상장 전까지 빅히트에 대한 증권사들의 리포트는 ‘혼란’ 그 자체였다. 하나금융투자의 경우 빅히트 목표가를 38만원으로 잡아 업계 최고가를 제시했다. 반면 메리츠증권은 목표주가를 16만원으로 잡아 가장 낮은 전망을 냈다. 이밖에 삼성증권(20만원), 이베스트투자증권(21만2000원), IBK투자증권(24만원), 현대차증권(26만4000원) 등 대부분의 증권사들은 20만원대의 목표주가를 제시해 현재로서는 사실상 예측이 엇나간 모습이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개인 투자자들의 경우 증권사 리포트 이외에는 의지할 수 있는 정보의 소스가 극히 적다”면서 “과열을 우려할 정도로 주식투자가 열풍인 최근 상황에선 매수 사인을 남발하는 보고서들의 부정적 여파가 우려되는 게 사실”이라고 진단했다.
[미디어펜=이원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