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백지현 기자] 금융지주 회장의 연임 문제를 둘러싸고 금융당국의 두 수장이 서로 다른 입장차를 보였다. 은성수 금융위원장과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금융감독체계 개편방안 및 예산 문제에서도 극명한 온도차를 보였다.
(왼쪽부터)은성수 금융위원장,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사진=미디어펜
은 위원장은 23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을 대상으로 한 국회 정무위원회 종합 국정감사에서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연임에 예금보험공사가 찬성한 점을 문제 삼은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의 지적에 “저희가 개입해서 은행장과 지주회장을 결정하면 또 다른 폐해가 있다”면서 “주주들이 이사회에서 결정할 문제”라고 답했다.
강 의원은 “우리금융 주주인 예보가 손 회장 연임과 관련해 우리금융 이사회의 결정을 존중한다고 발표하면서 손 회장의 연임에 찬성표를 던졌다”며 “이런 태도는 사실상 금융위의 입장이나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강 의원은 “금융당국이 부패한 금융지주들을 방관했기 때문에 부실펀드 사태 등 큰 피해가 계속해 발생하고 있는 것”이라며 “무소불위의 황제처럼 군림하고 있는 금융지주 회장들의 폐해를 막기 위한 앞으로의 대책 등을 답변해 달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은 위원장은 “과거를 돌이켜보면 금융위가 개입해 폐해를 일으킨 부분도 있어 가급적이면 주주들이나 이사회에서 결정하는 부분이 좋다고 본다”면서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과거로 회귀하는 것이 아니라 주주와 이사회가 금융지주 회장들을 잘 감시하도록 하는 것이 맞는 방향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어 “제가 직접 개입하지는 않지만 금융지주 회장들과 은행장들에게 이 같은 지적들을 전하고 있다”면서 “법 제정과 함께 대화 또는 사회적 감시 같은 것들이 동시에 작동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윤 원장은 “금융지주 회장들의 책임과 권한이 비례하지 않는다는 지적에 크게 공감한다”면서 “한 금융지주 회장에 대해서는 연임 직전 법률 리스크에 대해 지적한 적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윤 원장은 “현재 지배구조법 개정안이 올라가 있는데 방향을 잡아주면 금감원도 거기에 발맞춰 쫓아가겠다”면서 “예를 들어 임추위에 지주회장들이 참가하는 것은 더 이상 없었으면 좋겠고, 셀프 연임에 대해서도 좀 더 강하게 규제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두 수장은 금융감독체계 개편방안 및 예산 문제에서도 극명한 온도차를 보였다.
은 위원장은 “금감원이 업무를 독립적으로 하는 것은 당연히 존중한다”면서 “그러나 금감원의 예산을 독립시키는 것은 조금 다른 얘기”라고 말했다.
은 위원장은 “금감원에 검사와 감독업무를 위임하고 있지만 금감원의 예산부분은 누군가가 감독을 해야 한다”면서 “금감원의 예산과 인원부분은 누군가는 그것을 승인하는 절차가 있어야 하기 때문에 독립성과는 관계가 없다”고 설명했다.
반면 윤 원장은 “해외의 여러 가지 금융감독 독립성에 관한 문헌들을 보면 제일 먼저 꼽히는 것이 예산의 독립이다”며 “예산의 독립은 굉장히 중요한 문제”라고 주장했다.
윤 원장은 “금감원은 금융위가 가지고 있는 금융정책 권한 아래 금융감독의 집행을 담당하는 상황이라 예산문제도 그렇고, 조직인원 문제도 예속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감독규정을 갖고 있지 못해 시장에 있는 상황 같은 것들을 즉시 우리들의 의지대로 감독집행에 반영하기가 참 어렵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