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나광호 기자]지난해 4월말부터 1년반 가까이 이어진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영업비밀침해소송이 마지막을 앞두고 있으나 양사의 합의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전해졌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오는 26일(현지시각) 최종 판결문을 공개할 예정으로, △조기패소 예비결정 인용 △추가 행정명령 없는 소송 종결 △추가 조사 등 3가지 시나리오가 언급되고 있다.
첫 번째 시나리오는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셀·모듈·팩의 미국 내 수입이 금지되는 것으로, LG화학의 승소로 볼 수 있다. SK이노베이션이 미국 조지아 공장 등에 단행한 3조원 규모의 투자가 무위로 돌아가는 셈이기 때문으로, 연방법원에 항소는 가능하나,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수출을 할 수 없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60일 내로 거부권(VETO)를 행사할 것이냐에 대해서는 견해가 엇갈리고 있다.
ITC 결정에 대한 거부권 행사가 극소수였다는 점에서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견해도 있으나 일자리 창출을 최대의 치적으로 내세우는 트럼프 행정부가 이를 좌시할리 없으며, 대선을 코앞에 두고 조지아주 표심을 지키기 위한 시도조차 하지 않겠냐는 것이다.
서울 광화문 SK서린빌딩(왼쪽)·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사진=각 사
ITC가 예비결정을 번복하지 않으면서 수입금지에 대해서는 직접적인 판단을 내리는 대신 공청회를 개최,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모으는 방식을 택하는 방법도 있다.
앞서 조지아주 당국은 SK이노베이션이 일자리 창출 등 지역경제에 기여하는 바가 크다는 의견을 표명한 바 있으며, 배터리를 납품받기로 한 포드 역시 건설 중단에 대한 우려를 드러냈다. 반면, LG화학 공장이 위치한 오하이오주 측에서는 불공정경쟁을 막아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ITC가 예비결정을 뒤집고 재조사에 돌입하는 등 사실상 원점으로 돌아갈 수도 있다. 이는 SK이노베이션에 가장 유리한 시나리오로 풀이되지만, 또다시 기나긴 소송전에 돌입할 공산이 크다.
지동섭 SK이노베이션 배터리사업 대표가 최근 서울 강남구에서 개최된 '인터배터리 2020' 행사에서 LG화학 부스를 방문하고, '대화를 지속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발언하는 등 합의 가능성이 아예 없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양사가 수십차례 배포한 보도자료 등을 통해 감정싸움을 이어왔고, 합의금 규모에 대한 입장차가 너무 크기 때문에 남은 기간 이를 해결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LG화학이 안전성 강화 분리막을 비롯해 소송과 관련된 기술을 소개하는 등 전시회에서 양사가 서로를 저격하는 듯한 부스 구성을 한 것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그간 자사의 배터리를 사용한 전기차와 에너지저장장치(ESS) 등에서 화재가 발생하지 않았음을 강조하는 등 코나 일렉트릭(EV) 화재 이슈 등에 얽힌 LG화학에게 견제구를 던졌다.
업계 관계자는 "양사 모두 배터리를 미래먹거리로 보고 기술개발 및 대규모 투자를 벌였다는 점에서 양보가 어렵다"면서 "합의가 가능하다는 말을 여러차례 반복하고도 양사 CEO 회동이 실질적인 성과를 거두지 못한 이유"라고 말했다.
[미디어펜=나광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