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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별세]남달랐던 경영철학·신념 '삼성 신화' 일궜다

2020-10-25 12:19 | 조한진 기자 | hjc@mediapen.com
[미디어펜=조한진 기자]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꾸자.” 25일 별세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대표적 어록이다. 이 회장은 강력한 카리스마와 추진력을 바탕으로 삼성을 글로벌 기업 반열에 올려 놓았다.

이 회장의 진두지휘 아래 삼성은 초고속 성장을 거듭했다. 취임 당시 10조원이었던 매출액이 2018년 387조원으로 약 39배 늘었으며, 이익은 2000억원에서 72조원으로 259배, 주식의 시가총액은 1조원에서 396조원으로 396배나 증가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사진=삼성전자 제공


이 회장은 삼성의 외형 성장은 물론, 내실 강화에도 주력했다. 선진 경영시스템을 도입하고 도전과 활력이 넘치는 기업문화 만들어 경영체질을 강화며 세계 일류기업의 면모를 갖추도록 했다.

삼성의 운명을 바꾼 ‘신경영 선언’

1993년 이 회장은 ‘삼성 신경영’을 선언하고 경영 전 부문에 걸친 대대적인 혁신을 추진했다. 우선 이 회장은 혁신의 출발점을 '인간'으로 보고 '나부터 변하자'라는 슬로건을 내걸었다.

인간미와 도덕성, 예의범절과 에티켓을 삼성의 전 임직원이 지녀야 할 가장 기본적인 가치로 본 이 회장은 양을 중시하던 기존의 경영관행에서 벗어나 질을 중시하는 쪽으로 경영의 방향을 바꿨다.

 이같은 노력을 통해 삼성은 1997년 한국경제가 맞은 사상 초유의 IMF 위기와 2009년 금융 위기 속에서도 성장을 지속했다.

2020년 브랜드 가치는 623억달러로 글로벌 5위를 차지했고, 스마트폰, TV, 메모리반도체 등 20개 품목에서 월드베스트 상품을 기록하는 등 명실공히 세계 일류기업으로 도약했다.

이건희 회장이 1993년 신경영 선언을 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제공


'인간중시'와 '기술중시' 경영철학

이 회장의 신경영 철학은 현실에 대한 명확한 인식과 자기반성을 통해 변화의 의지를 갖고, 질 위주 경영을 실천해 최고의 품질과 최상의 경쟁력을 갖는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인류사회에 공헌하는 세계 초일류기업이 되자는 것이다.

이는 삼성의 경영이념인 '인재와 기술을 바탕으로 최고의 제품과 서비스를 창출하여 인류사회의 발전에 공헌한다'에 잘 나타나 있다.

실제 이 회장은 학력과 성별, 직종에 따른 불합리한 인사 차별을 타파하는 열린 인사를 지시했고, 삼성은 이를 받아들여 '공채 학력 제한 폐지'를 선언했다. 삼성은 이때부터 연공 서열식 인사 기조가 아닌 능력급제를 전격 시행하고 있다.

이 회장은 인재 확보와 양성을 기업경영의 가장 중요한 과업으로 인식했다. 삼성의 임직원들이 세계 각국의 다양한 문물을 배우고 익힐 수 있도록 지역전문가, 글로벌 MBA 제도를 도입해 5000명이 넘는 글로벌 인재를 양성했다.

여기에 이 회장은 인재제일의 철학을 바탕으로 '창의적 핵심인재'를 확보하고 양성하는데도 힘썼다.  인재 육성과 함께 이건희 회장은 기술을 경쟁력의 핵심으로 여기고 기술인력을 중용함으로써 기업과 사회의 기술적 저변을 확대했다.

이건희 회장이 2005년 구미 사업장을 찾아 현장 경영을 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제공


‘반도체 코리아’의 기반 마련

이 회장은 사업에서는 반도체 산업이 한국인의 문화적 특성에 부합하며, 한국과 세계경제의 미래에 필수적인 산업이라 판단했다. 1974년 불모지나 다름없는 환경에서 반도체사업에 착수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 회장의 진두지휘 아래 삼성 반도체는 시장의 역사를 바꿨다. 이후 끊임없는 기술개발과 과감한 투자로 1984년 64메가 D램을 개발하고 1992년 이후 20년간 D램 세계시장 점유율 1위를 지속 달성해 2018년에는 세계시장 점유율 44.3%를 기록했다.

이후 2001년 세계 최초 4기가 D램 개발, 세계 최초 64Gb 낸드 플래시 개발(2007), 2010년 세계 최초 30나노급 4기가 D램 개발과 양산, 2012년 세계 최초 20나노급 4기가 D램 양산 등의 '기술이 있었다. 또 '기술에 의해 풍요로운 디지털 사회를 실현할 수 있다'는 이 회장의 믿음에 의해 가능했음

이건희 회장이 2018 동계올림픽 개최지 발표를 지켜보고 있다.


사회공헌과 스포츠에도 굵직한 족적

이 회장은 사회공헌활동을 기업에 주어진 또 다른 사명으로 여겼다. 이를 삼성 경영의 한 축으로 삼도록 한 것도 이 회장이다.

삼성은 국경과 지역을 초월하여 사회적 약자를 돕고 국제 사회의 재난 현장에 구호비를 지원하고 있다.

삼성은 1994년 삼성사회봉사단을 출범시켜 조직적으로 전개하고 있으며, 특히 기업으로서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첨단장비를 갖춘 긴급재난 구조대를 조직해 국내외 재난 현장에서 구호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여기에 맹인 안내견 등 동물을 활용하는 사회공헌에도 관심을 쏟았다.

이 회장의 독특한 경영철학은 임직원들에게도 많은 영향을 미쳤다. 매년 연인원 50만명이 300만 시간 동안 자발적으로 고아원, 양로원 등의 불우 시설에서 봉사하고 자연환경 보전에 땀을 흘리고 있다.

이 회장은 IOC 위원으로서 스포츠를 국제교류와 세계평화에 기여하는 중요한 촉매제로 인식했다. 1997년부터 올림픽 톱 스폰서로 활동하는 등 세계의 스포츠 발전에 힘을 보탰다.

특히, 이 회장은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해 꾸준히 스포츠 외교 활동을 펼쳐 2011년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에서 열린 IOC 총회에서 평창이 아시아 최초 동계올림픽 개최지로 선정되는데 크게 기여했다.


[미디어펜=조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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