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나광호 기자]최근 K-배터리의 약진이 두드러지고 있는 가운데 2차전지 핵심소재인 동박을 제조하는 전북 정읍시 소재 SK넥실리스 공장을 찾았다. 동박이 감긴 마더롤과 이를 운반하는 노란색 자율주행차량(AGV) 등을 볼 수 있었다.
배터리 음극에 들어가는 동박은 구리를 얇게 만든 막으로, 용해·제박·슬리팅 등의 공정을 거쳐 생산된다. 용해공정에서는 탱크에 담긴 황산 용액에 순도 99.95%의 구리선 등을 넣고 불순물을 제거해 전해액을 만든다. 도금을 균일·평탄하게 하고 강도와 연신율(재료가 끊어질 때까지 늘어나는 정도) 등 물성을 강화하기 위해 첨가제도 투입한다.
제박공정에서는 티타늄 드럼이 회전하면서 동박을 제조하고 있었다. 티타늄은 제품이 쉽게 떨어진다는 강점이 있으며, SK넥실리스는 10톤 가량의 무게를 지닌 드럼을 사용한다. 여기에 7m 길이의 마더롤이 감아지면 총 무게는 15톤까지 늘어나기 때문에 크레인을 활용한다.
이후 슬리팅 공정에서는 LG화학·SK이노베이션·삼성SDI·CATL·파나소닉 등 고객사가 요구하는 폭과 길이로 롤을 재단하고, 품질검사 및 포장 단계를 거쳐 제품이 출하된다.
김자선 SK넥실리스 생산팀장은 "전해액의 농도는 자동으로 조절되고, 첨가제의 경우 중앙연구소가 계속해서 개발하고 있다"면서 "드럼에서 제품을 생산할 때 약한 부분이 찢어지기 때문에 결함 없이 길게 제조하는 것이 어렵고, '자투리'는 용해공정으로 보내 재활용 한다"고 설명했다.
SK넥실리스가 생산 중인 전지용 동박/사진=SKC
전시실에서는 세계 최초로 양산에 성공한 두께 6μm(마이크로미터), 폭 1.34m, 길이 40km의 롤과 S-전지박 등으로 구성된 일명 'BEST' 라인업을 비롯해 SK넥실리스가 생산하는 다양한 제품 라인업을 한 눈에 볼 수 있었다.
전시실 중앙에는 관람객들로 하여금 제품이 얼마나 얇은지 만져볼 수 있도록 샘플 등을 비치했다. 지난해 양산한 4μm는 머리카락 30분의 1 두께로, 거의 힘을 주지 않았음에도 찢어지는 제품을 30km 길이로 만들 수 있는 기술력을 느낄 수 있었다.
지난 20일 한국기록원으로부터 '가장 길고 폭이 넓으며 얇은 동박 제조'로 최고기록 공식 인증을 받은 증서와 장영실상, 세계일류상품, 표창장 등 각종 트로피와 상장도 눈에 띄었다.
외부로 나오니 건설 중인 5~6공장 부지가 눈에 들어왔다. 이들 공장은 각각 내년 하반기와 2022년 상반기 가동 예정으로, 해외공장 건설을 위한 최적의 생산시스템을 찾는 테스트가 진행될 계획이다.
김 팀장은 "현재 연간 3만4000톤 가량의 생산력을 보유하고 있고, 5~6공장 증설이 완료되면 5만2000톤으로 늘어나게 된다"며 "더 얇고, 더 길고, 더 넓은 제품을 생산하기 위한 공장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영태 SK넥실리스 대표는 해외공장과 관련된 질문에 "정읍 내 여유부지가 부족하고 성장하는 전기차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 검토하는 것으로, 2025년까지 현재의 3~4배 수준으로 생산력을 끌어올린다는 전략을 수립했다"면서 "동남아는 원가, 고객과의 접근성은 유럽 쪽이 유리한 면이 있고, 올해 안으로는 장소가 결정될 것"이라고 답변했다.
고객사에 대한 질문에는 "동박 생산은 우리 뿐만 아니라 고객사의 기술력도 중요한 요소인데 국내 업체들이 외국 업체들보다 앞서 있다"며 "지금은 6μm 판매 비중이 높아지는 중으로, 4~5는 고객의 요구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개발한 것"이라고 대답했다.
전상현 SK넥실리스 생산본부장은 "동박은 얇을수록 2차전지의 경량화와 고용량화에 기여, 스마트폰·노트북 등 일상 행활 속 IT기기들을 보다 가볍고 오래 사용할 수 있도록 돕는다"면서 "전기차용 전지에도 얇은 동박 적용이 확대되고 있으며, 특히 드론에게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전 본부장은 "고객사 입장에서는 길고 넓을수록 롤 교체로 인한 로스를 줄이고 생산량이 증가하기 때문에 이같은 제품을 찾고 있다"며 "배터리를 반복적으로 충방전하면 배터리 변형 등으로 성능이 저하되는데 이를 막기 위해서는 동박의 물성도 중요하다"고 부연했다.
한편, 이날 Q&A 세션에서는 △중국 생산 증가에 따른 공급과잉 우려 △SK그룹 편입 이후 달라진 점 △제품 인장강도가 높아진 이유 등에 대한 질의응답이 오갔다.
[미디어펜=나광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