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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국, IMF 데뷔→코로나 은퇴…힘든 시기 겪었지만 팬들은 '라이온 킹'으로 행복했다

2020-10-26 17:24 | 석명 부국장 | yoonbbada@hanmail.net
[미디어펜=석명 기자] 이동국(41·전북 현대)이 올 시즌을 끝으로 은퇴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동국은 26일 개인 SNS에 "아쉬움과 고마움이 함께 했던 올 시즌을 끝으로 제 인생의 모든 것을 쏟았던 그라운드를 떠나기로 했다"며 은퇴 결심을 알렸다.

그럴 때도 됐다. 이동국은 K리그 현역 최고령 선수다. 불혹을 넘긴 적잖은 나이에 선수로 그라운드에 나선다는 게 보통 일이 아니다. 올해까지 현역 생활을 이어온 것 자체가 놀라운 일이고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이다.

이동국은 이번 2020시즌 10경기 출전해 4골을 넣었다. 예년에 비해 출전이 확 줄었고 골도 많이 넣지 못했다. 은퇴가 너무나 아쉽기는 하지만, 떠날 때가 된 것 또한 사실이다.

사진=이동국 인스타그램 캡처



이동국은 은퇴 심경을 전하는 글과 함께 자신의 선수 생활을 돌아보는 영상도 SNS에 함께 게재했다. 그러면서 프로 데뷔 연도였던 1988년, 그리고 은퇴를 하는 올해(2020년)의 특별한 상황을 언급했다.

그가 프로에 첫 발을 내디딘 1998년은 대한민국이 IMF 사태로 고통받던 시기였다. 은퇴를 선언한 2020년은 코로나19 사태로 대한민국은 물론 전세계가 고통받고 있는 시기이다.

프로 생활만 23년이나 한 베테랑 이동국이 은퇴를 결심하고 자신의 선수 생활을 돌아보면서 이렇게 IMF와 코로나를 굳이 언급한 데는 이유가 있어 보인다. 프로 스포츠 스타의 존재 가치가 무엇인지, 그 본질을 곰곰이 생각해 보게 된다.

많은 사람들이 IMF 하면 떠올리는 것이 골프여제 박세리의 투혼이다. 어려운 상황을 헤쳐나가기 위해 맨발로 물에 들어가는 것을 불사하며 기어이 목표(우승)한 바를 이뤄냈던 박세리는 IMF 극복의 하나의 상징이 됐다.  

이동국은 1998년 포항 스틸러스 유니폼을 입고 프로 데뷔해 데뷔 시즌부터 두각을 나타냈다. 정규리그 11골 2도움으로 신인상을 받은 것을 시작으로 이번 2020시즌까지 K리그 통산 547경기 출전해 228득점 77도움을 기록했다. 최다 골 부문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독보적 1위에 올라 있고, 300공격포인트를 넘긴 것도 이동국이 유일하다. K리그 간판 골잡이는 바로 이동국이었다.

축구를 보는 가장 큰 즐거움 가운데 하나인 '골'만 놓고 보면, 이동국만큼 많은 즐거움을 준 선수는 없었다.

특히 이동국은 2009년 전북 현대에 입단한 뒤 제2의 전성기를 꽃피우며 7번이나 우승컵을 들어올려 팀 기여도도 최고였다. 

사진=전북 현대 홈페이지



유럽 무대에서 뛴 경력도 있지만 기대만큼 활약하지는 못했다. 2001년 독일 분데스리가 SV 베르더브레멘으로 임대 이적했지만 6개월 만에 국내로 유턴했다. 2007년에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미들즈브러와 계약하며 다시 유럽 진출의 꿈을 이뤘지만 두 시즌 동안 정규리그 19경기에서 무득점(FA컵과 리그컵에서는 각각 1골씩 넣었다)에 그치고 K리그로 돌아왔다. 

태극마크를 달고는 영욕이 교차했다. 청소년대표, 올림픽대표팀을 거치며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간판 스트라이커로 성장했으나 가장 주목받고 중요한 월드컵에서는 제대로 활약한 적이 없다는 것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1998년 프랑스 월드컵 때 19세 나이에 대표팀 막내로 출전해 관심을 받았지만 2002 한일 월드컵 때는 히딩크 감독의 부름을 받지 못했다. 2006년 독일 월드컵을 앞두고는 무릎 십자인대 부상을 당해 또 월드컵 출전이 좌절됐다. 2010 남아공 월드컵에는 대표팀에 합류했지만 활약이 미미했다. 이후 그에게는 월드컵 본선 출전 기회가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그래도 이동국은 A매치 105경기 출전해 센추리 클럽에 가입했고 통산 33골을 넣었다.

이동국은 부상 등으로 엄청난 좌절을 겪으면서도 다시 일어나 뛰었고 한국 축구와 K리그의 '역사'가 되었다.

축구장을 벗어나서도 이동국은 많은 사랑을 받았다. TV 예능 프로그램 '슈퍼맨이 돌아왔다'에 출연, 5남매를 키우는 자상한 아빠로서의 이미지도 심어줬다. 현역 선수로서 외도(?)를 한 셈이지만 그는 한눈을 판 것이 아니었다. 그라운드에서는 경기에 최선을 다하는 선수로, 집에서는 아빠 노릇에 최선을 다하는 가장으로서 열심히 사는 모습을 보여줬던 것.  

이동국은 "23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그라운드 안팎에서 수많은 분의 격려와 사랑으로 응원해주신 모든 분에게 정말 고맙고 감사하다"고 인사했다. 진심일 것이다. 그리고 23년동안 많은 팬들은 '라이온 킹'으로, '대박이 아빠'로 인해 행복했다.

[미디어펜=석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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