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나광호 기자]유럽연합(EU)·중국에 이어 일본도 '2050 탄소제로'를 선언하고 미국 민주당도 관련 공약을 내놓은 가운데 국내 산업계의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국회 기후위기그린뉴딜연구회와 더불어민주당 미래전환·K뉴딜위원회 그린뉴딜분과 소속 의원들은 27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한국도 이같은 선언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날 우원식·김성환·양이원영·이소영 등 15명의 의원들은 "국제에너지기구(IEA) 분석에 따르면 현재 가장 많이 투자되고 있는 에너지는 재생에너지로, 전체 투자의 66%를 차지하고 있다"며 "석탄화력과 원자력은 각각 12%·8%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이어 "에너지 수입의존도와 화력발전 비중이 높은 일본의 선언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탄소제로 선언을 늦추는 것은 에너지다소비 산업이 주력인 우리 경제에 잘못된 신호를 주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이들은 "그린뉴딜을 단순 경제위기 극복 수단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패러다임이 전환되는 계기로 만들겠다"며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탈탄소 사회 이행 기본법'을 빠른 시일 내에 제정하겠다"고 발언했다.
또한 "녹색산업을 통해 빠른 추격국가를 넘어 녹색 선도국가로 거듭날 수 있도록 국회와 정부가 책임을 다해야 한다"면서 "정부는 파리협정 의무에 따라 올해 UN에 제출하는 장기저탄소발전전략(LEDS)에 2050 탄소제로를 포함시키고, 구체적인 이행계획 및 녹색산업에 대한 종합적인 발전전략을 수립·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7일 국회 소통관에서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오른쪽에서 2번째) 등이 '2050 탄소제로 선언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미디어펜
반면, 철강·석유화학·시멘트·반도체·디스플레이 등 5대 업종협회는 '2050 장기 저탄소 발전전략 제2차 산업계 토론회'를 열고 저탄소 사회 전환을 위한 비용 추정 및 대책도 없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임재규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철강·석유화학·시멘트 등은 자동차·IT·건설 등에 중간재를 공급하는 소재산업으로, 이들의 경쟁력 저하는 제조업 전반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며 "우리는 세계에서 제조업 비중이 2번째로 높은 국가로, 다른 나라들 보다 치밀한 전략을 준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민동준 연세대 교수도 "국내 기업들이 해외에서 에너지와 자원을 수입해 제품을 만들고 이를 다시 해외로 수출할 수 있는 것은 생산효율성을 극대화해 원가경쟁력을 확보했기 때문으로, 과도한 비용부담은 결국 국내 기업의 원가경쟁력을 약화 고용 감소는 물론 제조업 전체의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김기영 한국석유화학협회 본부장은 "제조업 기반이 약한 EU도 저탄소 사회로의 전환을 위해 향후 10년간 1300조원에 달하는 재원을 조성한다는 방침으로, 2050 LEDS 대책과 관련해 정부-산업계간 소통과 협력이 확대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다른 전문가들도 "철강·석유화학·시멘트 3개 업종만 400조원에 가까운 전환비용이 필요하다"면서 "기존 설비의 매몰비용을 포함하면 요구되는 재원이 훨씬 많아질 것"이라고 부연했다.
한편, 정부는 지난 17일 대국민토론회에서 산업부문 전환수단으로 수소환원제철과 CCS(이산화탄소 포집·저장) 등을 제시했으며, 다음달 공청회를 거쳐 12월까지 LEDS 정부안을 UN에 제출할 예정이다.
[미디어펜=나광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