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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은미-황선을 키워낸 '세뇌의 끝판왕'은 따로 있다

2014-12-05 10:32 | 편집국 기자 | media@mediapen.com

   
▲ 조우석 문화평론가
종북 토크쇼의 주인공 신은미(53)-황선(40) 두 여성의 황당한 발언을 놓고 많은 이들이 놀라워한다. 멀쩡해 보이는 이들이 저토록 시대착오적이고 철부지에 가까운 종북 행각을 어떻게 벌일 수 있는 것일까? 확신에 찬 반(反)대한민국 정서와 종북 의식은 대체 어떤 환경 속에서 만들어진 것일까?

그게 궁금할 정도로 두 여성의 '종북 굿판'은 기이하다. 참다못한 탈북 여성들이 끝장 토론을 제안했지만, 신은미-황선의 행각이 좌파 진영에 득이 될 것 같지도 않다. 민심이 싸늘한데다가 이달로 예정된 헌재의 통진당 해산 결정에도 역풍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크다.

그래서인지 한 신문은 얼마 전 "이제는 좌파들조차 그런 북한 찬양을 하지 않는다"고 점잖게 지적(조선일보 1일자 사설)했는데, 그 말에 공감한다. 통진당 의원 이석기의 경우처럼 두 여성은 정신적 갈라파고스, 즉 퇴행과 소멸의 상징이다. 하지만 신은미-황선을 예외적인 종북환자로 규정한 채 손을 터는 게 과연 잘하는 일일까? 둘을 종북 소극(笑劇)의 깜짝 단역을 맡은 못난이로 몰고 나면, 소망스러운 우리의 헌법공동체가 바로 복원될까?

   
▲ 재미교포 신은미 씨가 2일 오전 서울 중구 태평로1가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통일콘서트 종북몰이 신은미-황선 입장발표 기자회견’에서 입장발표를 하고 있다. /뉴시스

조정래 <태백산맥>의 반(反)대한민국 성향은 더 이상 비밀이 아니다

동의하기 어렵다. 습관처럼 그렇게 사안에 쉽게 접근하다가 일이 터지면 놀라길 반복하는 건 지난 20여 년 동안 불편한 진실에 눈 감아온 탓은 아닐까? 즉 한국사회에는 잠재적인 신은미-황선의 무리가 적지 않은데, 그들의 원조(元祖)가 따로 존재한다는 걸 우리는 왜 외면하는가? 지금의 구조를 방치할 경우 '신은미들'과 '황선들', 그리고 더 폭력적인 이석기 류(流)도 계속 등장한다는 게 이 글의 문제제기다. 

안타깝게도 친북-종북의 끝판왕은 사회적 존경과 함께 막강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그가 통권 1000만 권을 판매한 대하소설 <태백산맥>의 소설가 조정래(71)다. 조정래와 종북환자 사이를 연결 짓는 것은 결코 무리한 시도가 아니다. 논리의 비약 역시 아니다. 저들끼리 공유하는 반 대한민국, 종북 마인드는 놀랍도록 닮은꼴이다. 종북으로 규정하기 애매할 경우에도 견고한 NL정서 즉 '우리민족끼리' 신념을 공유한다.

신은미의 경우 "친미 친일도 하는데 친북은 왜 못하느냐?"하는 식으로 거칠 게 나왔던 걸 우리는 기억한다. 조정래는 그걸 작품 속에서 "6.25전쟁은 민족세력 대 외세의 싸움"이라고 단언했다. <태백산맥> 전체의 분위기가 그쪽인데, 조정래는 대하소설의 마지막인 제10권에서 주인공의 한 명인 지식인 김범우의 입으로 그걸 재확인한다. 소설 완간은 1989년도의 일인데, 그때 벌써 작가는 6.25가 민족해방전쟁이라고 선언한 셈이다.

같은 말을 해 논란을 빚었던 강정구의 발언(2005년) 훨씬 이전 상황이었는데도 조정래의 발언은 유야무야 넘어갔다. 문학의 옷을 걸치고 있었던 탓이다. 그 뿐 아니다. 소설에 표현된 조정래의 사회주의 혁명에 대한 신앙고백은 신은미-황선을 뛰어넘어 통진당 이석기의 멘탈을 구현했다.

<태백산맥>에 철두철미한 공산주의자로 묘사되는 염상진, 하대치 등의 발언과 신념이 그러했지만, 조정래가 그걸 자기 입으로 고백했다. 그의 발언과, 이석기의 RO 발언이 거의 같다는 것도 우연이 아니다.

말도 안 되는 사회주의 혁명론에서 끔찍한 김일성 수령 찬양까지

“그래서 혁명적 낭만성이라는 말도 있는 것 아닙니까? 붉게 타는 노을을 바라보며 혁명의지를 재충전하는 그들(사회주의 운동가)의 모습을 (저의 소설 <태백산맥>에서) 그려냄으로써 그들이 인간을 위한 혁명에 나섰다는, 그야말로 그들의 순결과 진정성을 그대로 표현해내려고 애썼던 것입니다.”(1991년 소설가 조정래의 좌담회 발언.)

“우리가 자주된 사상, 통일된 사상, 미국놈을 몰아내고 새로운 단계의 자주적 사회, 착취와 허위 없는 그야말로 조선민족의 시대의 꿈을 만들 수 있다. 그 꿈을 위해… 전국적인 범위에서 최종결전의 결사를 하자는 거다. 이 또한 얼마나 영예롭지 않은가!”(이석기 RO 녹취록)

이 모든 혐의보다 큰 것이 따로 있다. 신은미-황선 그리고 조정래 종북관의 끝자락엔 수령 숭배가 똬리 틀고 있는데, 그게 결정적이다. 평양 원정 출산녀 황선의 경우 종북 토크쇼에서 "김일성 주석의 업적 중 후계체제 완성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정일 사망 직후엔 상복(喪服)까지 걸쳤을 정도로 그녀는 종북 환자다. 신은미의 경우도 말할 게 없다.

하지만 신은미-황선의 종북을 압도하고도 남는 게 조정래의 수령 찬가다. 이 대목은 <태백산맥>의 핵심 주제이며, 이 소설의 이적성(利敵性)여부를 검토했던 예전의 검찰도 고민했던 대목이다. 그 이전 이 소설을 원작으로 한 감독 임권택의 영화 <태백산맥>이 나오던 해인 1994년 8개 우파단체는 검찰에 이 작가와 작품을 고발했는데, 고발장에서 김일성 숭배에 따른 이적성 여부를 정면에서 문제 삼았던 것도 당연하다.

   
▲ 전남 보성 벌교 '태백산맥 문학관'. /뉴시스

"이적성 없다"는 검찰의 2005년 무혐의 결정의 문제점

즉 6.25를 민족해방전쟁으로 규정했던 그는 <태백산맥> 10권에서 다시 박헌영을 숙청하고 그의 부하 이현상 등 남한 빨치산을 죽음으로 몰았던 김일성의 숙청과 권력투쟁을 대놓고 미화한다. 놀랍게도 박헌영이 김일성과 조선노동당을 위해 자진해서 처형되는 길을 선택한다는 말도 안되는 내용으로 이 소설이 마무리되는데, 이 대목이야말로 명백한 현대사 왜곡이자 전범(戰犯) 김일성에 대한 미친 숭배였다.

등장인물 김범우가 "이 결정(박헌영-이승엽 숙청)은 당의 장래를 위한 것이며, 또한 원대한 사회주의 건설을 위한 준엄한 역사선택인 것이오. 그 역사선택의 결과가 이번 일이오."라고 말하는 게 문제의 대목이다. 김일성의 중앙당이 그걸 결정하자, 박헌영 이승엽 두 동지는 "그 뜻을 파악하고 이의 없이 접수했다"는 표현도 등장한다.

조정래와 신은미-황선이 공유하는 영역은 이토록 차고도 넘친다. 그래서 안타깝고 화가 난다. <태백산맥> 이적성 여부를 10년 넘게 수사해왔던 검찰이 2005년 무혐의 결정을 내린 것은 좌파권력 앞에 무릎을 꿇었던 비극적 사건이었다. 그걸로 면죄부를 받은 이 끔찍한 소설이 천문학적 규모로 판매되며 이 땅 젊은이들을 황폐화시켰다. 검찰 결정과 상관없이 조정래와 <태백산맥>에 대한 질문이 계속되어야 하는 것은 그 때문이다.

반복하지만 신은미-황선 사건의 본질은 이 사회 위기의 거대한 뿌리인 지식-정보 오염의 문제다. 조정래 <태백산맥>은 지식-정보 오염에 결정적 요인이었고, 그런 분위기에서 자라난 오염되고 편향된 인사가 두 종북여성이었다.

더 심각한 건 청와대 교문수석 김상률 논란이 보여주듯 지식-정보 오염은 인문사회과학 전반에 확산됐고, 대다수의 지식인의 정신세계를 지배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구조를 외면한 채 청와대 권력투쟁에 관한 루머 문제로 모두가 정신 팔려있는 대한민국은 참으로 위태위태한 '위험사회'다. /조우석 미디어펜 논설위원,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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