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2020 KBO리그 정규시즌이 10월 31일 광주 NC-KIA전을 끝으로 720경기 대장정의 막을 내렸다. 코로나19로 인해 시즌 개막이 한 달 이상 늦춰졌고, 또한 대부분의 경기가 무관중으로 진행됐다. 하지만 정규시즌 종료일까지 순위를 알 수 없는 치열한 경쟁이 계속되며 그라운드는 그 어느 시즌보다 뜨거웠다. 그 중심에는 선수들의 활약과 다양한 기록들도 함께했다.
▲ 창단 첫 정규시즌 우승! NC의 저력
NC는 역대 3번째 단일 시즌 최장 기간 1위(5월 13일~10월 31일, 172일)를 유지하며 창단 이후 처음으로 정규시즌 우승을 차지했다. 시즌 초반부터 꾸준히 선두를 달려온 NC는 5월 26일 창원 키움전에서 18경기 만에 15승을 거두며 1992년 빙그레와 2000년 현대(19경기)보다 한 경기 앞선 역대 최소경기 15승 신기록을 세웠다.
NC의 압도적인 강세에는 새로운 얼굴들의 활약이 컸다. NC 투수 구창모는 전반기 출장한 13경기에서 9승 무패를 기록했다. 개막 이후 5월 한 달간 KBO리그 선발투수 중 가장 많은 35이닝을 소화한 구창모는 단 2실점(2자책)만을 허용하고 평균자책점, 탈삼진, 승리, 이닝 당 출루허용률 등 각 부문 선두를 차지하며 KBO 5월 MVP의 영예를 안기도 했다.
NC 강진성은 통산 5번째 연타석 대타 홈런 등 올 시즌 데뷔 첫 두 자릿수 홈런을 기록하며 뜨거운 타격감을 자랑했다.
NC의 후반기 질주 원동력은 안방마님 양의지였다. 올 시즌 NC의 주장이 된 양의지는 2020 KBO 미스터 올스타와 더불어 9월 한 달간 32타점으로 타점 부문 1위를 차지하며 KBO 리그 데뷔 후 첫 월간 MVP(9월)에도 선정됐다. 33홈런으로 2018년 기록한 본인의 한 시즌 최다홈런(23개)을 경신한 양의지는 시즌 30홈런-100타점, 통산 150홈런, 7년 연속 10홈런, 2000루타 등을 달성하며 NC의 정규시즌 우승을 이끌었다.
▲ 신인과 베테랑의 하모니
2020 KBO리그는 신인과 베테랑의 하모니가 돋보였다. 1차지명으로 KT에 입단한 고졸 신인투수 소형준은 5월 8일 잠실 두산전에서 본인의 KBO리그 데뷔 첫 경기를 승리로 이끌었다. 이후 두 번째로 등판한 경기에서도 승리하며 양일환(1983 삼성), 김진우(2002 KIA), 류현진(2006 한화)에 이어 통산 4번째 신인 데뷔전 이후 2연속 선발승을 기록했다. 9월 12일 수원 한화전에서 역대 9번째 고졸신인 데뷔 시즌 선발 10승을 기록한 소형준은 올 시즌 26경기에 출장해 13승을 올리며 SK 박종훈과 함께 다승 7위로 정규시즌을 마무리 했다.
KBO리그는 2017년 이정후(키움), 2018년 강백호(KT), 2019년 정우영(LG) 등 최근 세 시즌 동안 순수 고졸 신인이 연이어 신인왕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소형준이 이들의 뒤를 이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2020 KBO 리그에서 가장 주목 받았던 베테랑은 단연 LG 박용택이다. 송진우(한화, 21시즌), 김강민(SK, 20시즌), 권오준(삼성, 20시즌)에 이어 역대 4번째로 긴 19시즌 동안 LG와 함께했던 박용택은 통산 2236경기에 출장, 종전 KIA 정성훈이 기록한 2223경기를 13경기 차로 넘어서며 KBO리그 최다 경기 출장 신기록을 세웠다. 또한, 10월 6일 잠실 삼성전에서는 KBO리그 최초로 2500안타를 달성하는 등 정규시즌 마지막까지 팬들에게 유종의 미를 보여주며 LG의 가을야구 진출에 든든한 버팀목이 되었다.
▲ 기대를 뛰어넘은 외국인 선수들의 활약
한화 투수 서폴드는 5월 28일 대전구장에서 열린 LG와의 경기에서 17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했다. 2012 LG 주키치, 2015 NC 해커가 남긴 14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를 넘어 외국인 최다 연속 경기 퀄리티스타트 신기록을 세웠다. 두산 플렉센은 9월 22일 대전 한화전에서 시즌 처음이자 통산 30번째로 선발 전원 탈삼진을 기록했다. 팀 동료인 알칸타라는 10월 8일 문학 SK전에서 2회 9번의 투구로 세 타자를 범퇴시키며 통산 7번째 한 이닝 최소투구 탈삼진 기록을 세웠다. KIA 브룩스는 올 시즌 유일한 무사사구 완봉승과 함께 외국인 투수 데뷔전 이후 최다 연속이닝 무볼넷 신기록을 세웠다.
외국인 타자 부문에서는 KT 로하스가 압도적이다. 로하스는 올 시즌 65경기 만에 100안타를 달성하며 LG 박용택(2009), 롯데 김문호(2016)와 함께 역대 2번째 최소경기 100안타를 달성했다. 또한 5월 23일과 7월 21일 열린 LG와의 경기에서 역대 3, 4번째 좌우 연타석 홈런을 연달아 기록했다. 올 시즌 스위치히터로 맹활약을 펼치며 KBO 6월 MVP로 선정됐던 로하스는 홈런, 타점, 득점, 장타율 등 4개 부문에서 1위를 차지하며 KT의 창단 첫 포스트시즌 진출을 견인했다.
▲ 2020 시즌 주목 받았던 투수·타자…그 밖의 기록들
키움 이정후는 10월 16일 고척 두산전에서 48번째 2루타를 기록하며 2018년 한화 호잉의 47개를 넘어 시즌 최다 2루타 신기록(최종 49개)을 세웠다. 같은 팀의 김하성은 6년 연속 200루타, 20홈런-20도루, 30홈런-100득점-100타점 등의 기록과 함께 개막 이후 21연속 도루로 종전 LG 김재현(1994)의 KBO 최다 연속 도루 기록(19개)을 경신했다. 김하성, 이정후 등 주전급 선수들의 활약 덕분인지 키움은 8월 13일 고척에서 열린 한화와의 경기에서 KBO 역대 최초로 2위팀이 시즌 50승을 선점하는 기염을 토했다.
각각 KIA와 SK의 주장인 양현종과 최정은 기록도 주장급이었다. 올 시즌 11승을 올리며 현역 최다승인 통산 147승으로 시즌을 마감한 양현종은 역대 5번째 7년 연속 10승과 함께 역대 7번째 7년 연속 100탈삼진을 기록했다. 15년 연속 10홈런을 기록한 SK 최정은 6월 11일 잠실 LG전에서 최연소 3000루타를 달성하며 건재함을 과시했다. 특히 9월 13일 문학에서는 동생 SK 최항과 함께 롯데 박세웅을 상대로 홈런을 쳐내며 KBO리그 최초로 같은 팀 형제선수가 같은 투수를 상대로 홈런을 치는 진풍경을 만들어냈다.
올 시즌 누구보다 기쁜 순간을 맞이했던 선수들도 있다. 2015년 롯데에 입단한 오윤석은 10월 4일 사직 한화전에 선발 출장해 역대 처음으로 만루홈런을 포함한 사이클링 히트를 만들어내며 팀의 대승을 견인했다. 데뷔 7년차인 삼성 강한울은 9월 25일 잠실에서 열린 두산과의 경기에서 종전 오재원의 1040타석보다 505타석 더 늦은 1545타석만에 홈런을 쏘아 올리며 데뷔 후 최다 타석 소화 첫 홈런 신기록을 세우며 박수 갈채를 받았다.
2020 KBO리그는 코로나19로 어려운 상황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수많은 기록을 쏟아내며 전 경기를 소화했다.
[미디어펜=석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