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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투' 예산안…한국형 뉴딜 등 먹튀 없게 송곳 심사해야

2020-11-02 15:15 | 편집국 기자 | media@mediapen.com
국회가 오늘부터 한 달간 555조8000억원 규모로 편성된 사상 최대 초슈퍼 내년 정부예산안을 본격 심의한다. 거대 여당은 의석수를 무기로 일방적 통과까지 엄포를 놓고 있다. 야당인 국민의힘은 한국형 뉴딜을 문제 삼으며 삭감을 선언해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예산안 법정처리 기한은 다음달 2일까지다. 해마다 법정 처리 시한(12월 2일)을 넘겼던 예산안 심의가 올해도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국회예산정책처는 내년 신규 예산사업의 27%(1조1065억원)가 면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권고했다. 특히 '한국판 뉴딜'과 관련한 사업에 대한 지적이 눈에 뛴다.

국회 예산결산특위는 2일 예산안 공청회를 시작으로 4~5일 종합정책질의를 가진다. 9~10일 경제부처 심사, 11~12일 비경제부처 심사를 진행한다. 16일부터는 예산안조정소위가 가동돼 사업별 감액ㆍ증액 심사가 시작될 예정이다. 일정대로 진행은 사실상 힘들 것으로 보인다.

21조3000억 원이 반영된 한국형 뉴딜사업에 대해서는 국책연구기관들도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국회 예산정책처뿐 아니라 조세재정연구원은 온라인교육 강화나 그린뉴딜 사업의 목표와 구체성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뉴딜 사업의 70%가 재탕이고 신규 사업은 30%에 불과하다는 게 이유다. 

이대로라면 한국판 뉴딜에 투입되는 돈이 지역별·분야별 나눠먹기식 '눈먼 돈'이 될 것이라는 우려다. 국회가 세입을 정하고 세출 계획을 심의하는 것은 세금을 내는 국민을 대표해서다. 따라서 국가 예산은 세금의 규모와 용처를 정하는 고도의 정치 행위다. 국민의 혈세인 만큼 한 푼도 허투루 쓰여서는 안된다.

정부와 여당은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해 적극적 재정 정책이 불가피함을 내세우고 있다. 반면 야당은 재정 건전성과 낭비적 요인은 없어야 된다면 '현미경 심사'를 예고하고 있다. 미래를 위해 위기 극복과 재정 건전성, 어느 하나 소홀히 할 수 없는 같이 가야할 가치다. 

국회가 오늘부터 한 달간 555조8000억원 규모로 편성된 사상 최대 초슈퍼 내년 정부예산안을 본격 심의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달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2021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사진=청와대


고무줄 잣대를 갖다 대는 문재인 정부의 재정 건전성에 대한 의혹도 씻어야 할 과제다. 특히 돈 먹는 하마로 전락할 공산이 큰 사업에 대해서는 철저한 검증이 필요하다. 국회예산정책처는 내년도 신규 사업 가운데 1조1062억원에 이르는 26개는 그 효용성이 불투명하다고 한다. 송곳감사가 필요하다.

한국형 뉴딜 펀드를 조성하는 6000억 원은 실제 민간투자 수요가 있을지 불확실하다. 조세연구원이 2025년까지 국비 114조원이 투입되는 한국형 뉴딜은 재정혁신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이미 지적했다. 스마트팜 혁신기술개발 사업, 인공지능활용 학습진단시스템 등은 시간과 과다편성, 사업 중복 등의 논란을 낳고 있다. 예산낭비 요소가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다. 

맹탕 재정준칙을 내놓은 정부가 예비타당성 면제로 사실상 세금을 통한 선심성 예산으로 표몰이를 하고 있다는 지적도 엄중히 받아 들여야 한다, 예타 면제 규모는 2015년 1조4000억원, 2016년엔 2조8000억원에 불과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 첫 해인 2017년 17조원대로 뛰더니 매년 신기록을 경신중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 급증한 예타 면제 사업 규모는 올 들어 지난 9월까지 29조8692억원으로 30조원에 육박하고 있다. 지난해 35조9750억원을 훌쩍 뛰어넘을 것으로 보인다. 예산 낭비를 막고 재정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예타 제도가 본질을 벗어나고 있다. 정부의 '입맛대로' 흘러가고 있다.

국가적 차원보다는 '지역 숙원'에 불과한 사업들이 즐비하다. 선심성을 의심 받을 수밖에 없다. 특히 올해는 '한국판 뉴딜'에 지역뉴딜 사업이 추가돼 예타 면제가 더 남발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코로나 경제위기 극복을 앞세워 나라살림을 정책이 아닌 정치적으로 운영한다는 비난이 나오고 있다.

가장 우려되는 것은 내년 초슈퍼 예산안이 민간주도가 아닌 정부 주도라는 데 있다. 미증유의 코로나19 사태로 글로벌 경제의 공통 과제는 경제 회복이다. 특히 고용 문제는 우선 해결 과제다. 고용의 제일선에는 기업이 있다. 기업을 뒤로 하고 정부가 앞장서 고용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은 지속가능하지 않다.

이미 문재인 정부는 소득주도성장 기조 속에 주52시간 근무, 최저임금의 급속한 인상 등으로 노동중심의 기저질환에 암적 요인을 더했다. 자영업자는 속절없이 무너졌고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는 멀쩡한 일자리를 잃어야 하는 역설을 불렀다. 

기업에 활력을 불어 넣어 성장과 일자리를 유도해야 하는 것이 유능한 정부다. 정부가 나서서 공무원을 늘리고 담배꽁초 줍기, 강의실 불끄기 등 일회성 일자리를 늘리는 것은 결국 세금 낭비다. 국가의 경제적 성장과는 거리가 먼 포퓰리즘이다. 정부가 수백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해도 결국 그 일자리는 세금이다. 기업이 만들어낸 개인과 국가의 성장에 기여하는 일자리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문 대통령은 지난 국회 예산안 시정연설에서 “뼈를 깎는 지출구조조정을 병행해 재정건전성을 지켜나가는 노력을 소홀히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현실은 반대로 가고 있다. 상법·공정거래법·금융그룹감독법 등 규제 3법 처리를 요구하면서 기업을 옥죄고 있다. 외국에서는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다중대표소송제 로 기업 경영권을 위협하고 있다.

'기업 옥죄기'에만 혈안이 된 정부가 위기 극복을 빌미로 '확장 재정'만 외치자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은 "미래를 위한 골든타임을 전속력으로 낭비 중"이라고 비판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막대한 예산을 들인 공공일자리 정책에도 저소득층 근로소득이 30~40% 급감했다며 민간 일자리 창출로 방향전환이 시급하다고 경고했다. 

실패한 정책을 밀고 나가는 것은 집권자의 오기다. 국가의 미래를 담보하지는 않는다. 잘못된 정책으로 부동산 시장을 혼란에 빠뜨렸지만 오로지 남 탓이다. 공허한 메아리만 남발하고 있다. 규제·노동개혁 없이 '빚투' 돈 풀기 반짝 효과를 자화자찬하고 있다. 

이번 예산안은 그 어느 때보다 방만·부실사업을 철저히 가려내야 한다. 선거를 의식한 선심성 예산은 국민 세금 도둑임을 눈 크게 뜨고 지켜봐야 한다. 여당은 의석수로 밀어 붙이지 말고 야당은 매의 눈으로 국민 세금을 지켜내야 한다. 더 이상 국민의 세금으로 생색내고 국민에게 고통을 안기는 도루를 하지 않길 바란다. 

[미디어펜=편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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