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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차별 복지는 도둑질의 정치가 부른 '독이 든 성배'

2014-12-08 10:15 | 편집국 기자 | media@mediapen.com
제임스 뷰캐넌과 더불어 공공선택론의 창시자인 고든 털럭 교수가 지난 11월 3일 92세의 나이로 영면했다. 털럭 교수는 외부성(공공재), 소득재분배, 지대추구 등에 관한 매우 큰 이론적 기여를 해왔다. 자유경제원은 털럭 교수의 학문세계와 한국에 주는 시사성을 짚어보고자 3일 자유경제원 회의실에서 <고든 털럭 교수의 학문세계와 한국에 주는 시사성>이라는 주제로 고든 털럭 교수 추모 토론회를 개최했다. 털럭 교수의 추모 토론회는 세계에서 최초이다. 아래 글은 패널로 참석한 황수연 경성대 행정학과 교수의 발제문 일부를 발췌한 것이다.

민주주의는 과반수결이라고 많은 사람들은 생각한다. 하지만 과반수결이 얼마나 많은 문제점을 지니고 있는지 우리 국민들은 알아야 한다. 물론 독재 체제에 비하면 과반수 민주주의는 너무나 큰 축복이다.

그렇지만 독재 체제가 아니면 민주주의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진정한 의미의” 제3의 길이 있다. 그것이 시장이다. 털럭은 우리에게 민주주의 대신 시장을 더욱 더 많이 사용해야 한다는 것을 가르친다.

민간 시장의 기업 활동에 정부가 개입하면 지대 추구가 번성한다. 정부가 시장 개입 권한을 가지고 있으면 기업과 이익 집단은 생산적인 활동에 종사하기보다 정치적으로 특혜를 얻는 데 아까운 자원을 쓴다. 그 결과로 나라가 가난해지게 된다.

밤샘 새워 가며 열심히 연구 개발해서 좋은 제품을 만들기보다 정부로부터 보조금을 받아 돈을 벌 생각을 한다.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길이 있는데 왜 그 길을 마다하고 어렵게 연구 개발하려 하겠는가? 민간 시장에 대한 정부 개입은 우리나라를 덜 부유하게 만드는 길이라는 점을 털럭의 연구로부터 배울 수 있다.

   
▲ 지난 11월, 새정치민주연합 친노계열 의원 80여명은 신혼부부에게 1억원짜리 주택한채를 주자는 공약을 내놓았다. 홍종학의원(맨왼쪽)이 제안하고, 우윤근 원내대표, 문재인원(맨오른쪽)등이 가세했다. 신혼부부들에게 주는 무상주택에 100조원의 국민세금이 소요된다. 이 공약은 언론과 국민 여론의 악화를 야기하여 없던 일이 되었다. 

우리나라는 복지에 과도하게 돈을 쓰고 있다. 나라가 잘못된 길로 가고 있다. 복지 문제를 민간에 맡기지 않고 정부에서 민주주의로 처리하면 많은 문제가 발생한다. 정부가 복지를 실시하면, 지대 추구가 발생한다. 서로가 서로로부터 빼앗는 분배 정치가 기승을 부리게 된다. 빼앗기는 사람은 생산을 할 유인이 없다. 빼앗는 데도 아까운 자원을 쓰게 되어 사회적으로 부가 감소한다.

도둑질의 정치가 기승을 부리면 그 나라에는 장래가 없다. 복지는 개인과 가족, 친지 등 민간에, 자선 단체에 맡겨야 한다. 정부가 복지를 세금 걷어 하면 정치적으로 힘 있는 집단으로 복지가 간다는 점을 털럭은 지대 추구 이론을 통해 설득력 있게 설명한다.

우리나라의 많은 학자들과 일반인들은 시장에서 이루어지는 소득 분배의 불평등을 시정하기 위해 정부가 강제적으로 소득 재분배를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즉, 시장에서의 소득 분배가 야기하는 외부성을 제거하기 위해 정부가 개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털럭은 정부에 의한 소득 재분배로 부유한 사람들로부터 가난한 사람들에게로 소득이 이전되는 것이 아니라 정치적으로 힘이 약한 집단들로부터 정치적으로 힘이 강한 집단으로 소득이 이전됨을 밝히고 있다(Tullock, 1997). 민간의 지대 추구 때문이다.

소득 분배에서 이런 측면에 대해서 여타 학자들은 관심이 없거나 간과하였다. 이렇게 볼 때 소득 분배 및 재분배와 외부성, 지대 추구는 관련되어 있다. 털럭은 '공공재, 재분배 그리고 지대 추구'라는 책에서 이런 주제들 사이에 어떤 관련이 있는지 종합적으로 검토하는 작업을 수행하였다.

   
▲ 자유경제원이 3일 자유경제원 회의실에서 주최한 <고든 털럭 교수의 학문세계와 한국에 주는 시사성> 고든 털럭 교수 추모 토론회의 전경. 

원칙적으로는 경제도 복지도 시장에 맡겨야 한다. 그렇지만 불가피하게 민주주의를 사용해야 할 경우도 있다. 꼭 정부가 해야 할 필요가 있는 일들이다. 그런 경우 민주주의의 사용이 불가피하지만, 그렇다고 과반수 규칙을 사용하는 것이 정당화되지는 않는다. 털럭은 민주주의를 사용해야 되는 경우에도 단순 과반수결이 아닌 가중 다수결이 바람직함을 힘들여 설득한다.

먼저, 각각의 의사 결정 규칙을 사용했을 때 외부 비용과 의사 결정 비용이 발생한다는 것을 가르치면서 문제 따라 이러한 두 가지 비용의 합이 최저가 되는 의사 결정 규칙을 고르라고 주장한다. 다음, 많은 경우에 이 두 비용을 고려할 때 적절한 의사 결정 규칙은 가중 다수결이고 주장한다. 이러한 가중 다수결을 사용하면 오늘날 보는 포퓰리즘, 민중주의를 많이 억제할 수 있다.

그러나 아직도 우리의 인식에 단순 과반수결을 벗어나지 못하는 편견이 있는 현실을 털럭은 고려한다. 그래서 대안으로 그는 양원제를 사용할 것을 역설한다. 오늘날 이따금씩 헌법 개정의 가능성이 운위되지만, 필자가 듣는 그런 헌법 개정은 우리의 삶을 낫게 만드는 헌법 개정과 아무 관련이 없다.

우리의 삶을 낫게 만들기 위해서는 양원제의 도입과 같은 헌법 개정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 때 양원제는 두 원의 기준이 다르게 구성되어야 한다. 그래야 보강된 다수결의 효과를 가질 수 있다. 이러한 양원제를 사용하면, 포퓰리즘, 민중주의를 많이 억제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특히 이명박 정부 때 지방 행정 통합을 강행하려고 하였다. 행정광역화 혹은 통합을 주장하는 근거는 규모의 경제와 외부성이었는데, 털럭의 이론에 따르면 이것은 옳지 않다. 이에 대해 털럭은 정부에는 군사, 외교, 오염 통제 등 소수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규모의 경제라고 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고, 설사 규모의 경제가 있는 경우에도 행정 광역화가 답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왜냐하면 설사 규모의 경제가 있는 경우에도 외부 위탁의 가능성을 고려해 보아야 하기 때문이다. 또 외부성이 있는 경우에도 작은 정부들 사이의 협정으로 처리하는 것이 바람직하기 때문이다(털럭, 2002). 이러한 것은 로버트 L. 비시와 빈센트 오스트롬(2012)과 같은 블루밍턴학파 공공선택론의 주장과 같은데, 전통적인 통합 개혁 운동은 이와 달랐다. 요컨대, 정부 업무는 작은 정부, 낮은 정부 단위에서 처리되어야 한다.

털럭(2002)은 지방 분권화가 많이 된 나라들, 연방제를 실시하는 나라들이 평화와 번영을 누림을 알려준다. 그는 지역 간, 집단 간 갈등이 지리적, 사회학적 연방제로 해결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그 결과 더욱 평화로운 사회가 된다.

가장 부유한 나라들은 대부분 정부의 크기가 작고 분권적이며 연방제를 실시하는 나라들이다. 이런 제도가 중앙 집권적이고 정부 크기가 큰 제도보다 더 효율적이고, 그러므로 경제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그 결과 국민들은 잘 살게 된다.

결국 규모의 경제가 존재하는 경우에도 외부 위탁할 가능성을 먼저 검토해야 하고 외부성의 경우에도 작은 정부 단위들 사이의 협정으로 문제를 풀려고 노력해야 한다. 정부 단위는 가능하면 작고 분권화되어야 한다. 이렇게 철저하게 지방 분권화가 실시되고 연방제가 실시되면 지역 갈등이 크게 줄어든다. 또 효율에 도움이 되므로 대한민국이 잘 살게 된다.

   
▲ 자유경제원이 3일 자유경제원 회의실에서 주최한 <고든 털럭 교수의 학문세계와 한국에 주는 시사성> 고든 털럭 교수 추모 토론회에서 발표하고 있는 황수연 경성대 행정학과 교수 

북한의 체제와 관련해서는 털럭의 '전제 정치'에서 시사점을 얻을 수 있다. 털럭의 주장에 따르면 북한의 독재 체제가 전복될 수 있는 길은 전쟁과 쿠데타뿐이다. 그런데 북한의 체제가 전쟁으로 타도될 가능성은 참으로 낮아졌다.

핵을 가지고 있는데다가 강력한 군대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털럭에 따르면, 전쟁과 관련해서, 독재자가 강한 군대를 유지하면 그 독재자가 외국에 의해 타도될 가능성은 낮지만, 대신 독재자가 그 군대에 의해 타도될 가능성은 높아진다. 이렇게 보면 군의 쿠데타가 유일한 길이다.

그런데 국민의 여론과 사상이 비록 간접적이고 장기적이지만 전제 정치의 타도에 영향을 미친다. 국민의 여론과 사상이 전제 정치를 반대할 때 드물지만 독재자나 군주는 민주 정치로 체제를 바꿀 가능성이 있다. 군인이나 고위 관료에 의한 쿠데타로 독재자나 군주를 몰아낼 때에도 국민들의 여론이나 사상이 민주주의를 옹호하는 것이면 전제정이 민주정으로 바뀔 수 있다. 따라서 국민들의 사상을 자유민주주의 사상으로 무장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금 우리나라에서는 복지에 과도하게 돈을 투입하고 국방은 저절로 이루어지는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털럭은 '미국의 외교 문제: 간결한 역사'에서 유럽이 강대국의 지위에서 물러앉은 것이 정부에 의해 이루어진 과도한 복지 정책 때문이었을 지적한다. 복지 국가는 우리가 부강해지는 것을 막음을 설득력 있게 설명한다. /황수연 경성대 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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