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견희 기자]미국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가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보다 우위를 점하고 있는 가운데 이들이 내건 '헬스케어' 공약이 국내 제약·바이오업계에 미칠 파장에 관심이 쏠린다.
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트럼프와 바이든 두 후보가 주장하고 있는 '약가인하' 정책이 국내외 제약·바이오 산업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두 후보가 표면적으로는 같은 공약을 내걸고 있지만 세부적인 방식은 사뭇 다르다.
트럼프 후보는 저가 신약 수입을 허용하고 다수의 복제약을 승인해 유럽 등 타 국가와 동일한 수준으로 약가를 낮추겠다는 입장이다. 업체 간 경쟁력을 제고시켜 의약품 자국력을 강화하고 대중 의존도를 줄이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바이든 후보는 약가 상승에 제한을 걸겠다는 입장이다. 신약 가격이 지나치게 높게 책정되지 않도록 독립 검토위원회를 설립하고 가격 상한선을 설정하는 것이다. 또 신약 연구개발을 투자·지원하는 동시에 고품질 복제약 사용을 장려하면서 가격 인상 시도를 차단한다는 계획이다.
허혜민 키움증권 연구원은 "두 후보 모두 약가 인하를 주장하고 있어 제약·바이오 업계에 긍정적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다만 타 국가 수준으로 약가를 책정하겠다는 트럼프 후보보다 구조 개선을 통해 약가 상승을 제한하는 바이든 후보가 영향이 적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트럼프가 대통령 재임에 성공할 경우 미국 신규 진출을 희망하는 저가 신약과 바이오시밀러 업체에게는 수출 확대 기회로 작용할 수도 있다. 이와 함께 복제약을 생산하는 위탁생산(CMO) 업체에는 호재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업계의 전망도 나온다. 약가인하 정책으로 복제약 판매가 늘어나는 만큼 글로벌 제약사 이외에 생산 인프라를 갖추지 못한 신생 제약사들의 위탁생산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김지하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두 후보 모두 약가인하 정책을 내세우고 있다는 점에서 시장 내 바이오의약품 복제약의 활성화로 흘러갈 수밖에 없다"며 "미국 내에서 사업을 영위 중인 셀트리온이나 셀트리온헬스케어, 삼성바이오에피스, 삼성바이오로직스등이 직간접적으로 혜택을 볼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김 연구원은 "드라마틱하게 오리지널 의약품을 보유한 경쟁사 대비 경쟁력이 생긴다는 게 아니라 전반적인 분위기가 청신호로 흘러간다는 것"이라고도 강조했다.
국내 기업들은 미국 대선 결과에 대해 조심스러운 분위기다. 국내 대표 CDMO 기업으로 꼽히는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장은 최근 열린 미국 샌프란시스코 연구개발 센터 오픈 기자간담회에서 '바이든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 될 경우 긍정적인 영향이 있냐'는 질문에 "미국 대선 결과를 비즈니스 상황과 연관 짓는 건 조심스럽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또 국내 바이오 업체 관계자는 "미국은 대선이 있기 이전에도 미국 식품의약국에서 약가인하 관련 정책을 펼치고 있었다"며 "따라서 이번 대통령 선거 결과가 미국 수출 기업들에게 큰 이변을 안길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트럼프・바이든 '오바마케어' 두고 평행선
'오바마케어'로 불리는 미국 내 건강보험개혁법에 관해서는 두 후보가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트럼프 후보는 오바마케어를 적극 폐지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어온 만큼 관련 정책을 축소, 폐지할 것으로 보인다. 의료보험 미가입자 벌금 조항을 삭제하고 시골 지역에 메디케어·메디케이드 서비스 지원을 위한 원격의료를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바이든은 오바마케어를 유지, 발전시키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현재 약 91.5% 수준인 미국인 보험 가입률을 97%까지 끌어올리고, 당뇨병이나 암·심장질환 환자가 보험 적용을 거부할 수 없게 한다는 방침이다. 또 보험 제공이 불가능한 소규모 사업체에 메디케어(노인의료보험제도)와 유사한 공공 옵션을 제공하겠다는 계획이다. 또 메디케어 대상 연령을 65세에서 60세로 낮춰 적용 대상을 확대하겠다고도 밝혔다.
이와 관련해 허혜민 키움증권 연구원은 "미국 대선에서 바이든 후보가 당선돼 오바마 케어가 유지될 경우 공보험 활용 증가로 의약품 가격이 저렴한 국산 바이오시밀러 사용이 증가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에서도 두 후보는 사뭇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트럼프 후보는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 '초고속 작전'을 추진하고 있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 될 시 각 기업들은 백신 개발을 단계에 따라 순차적으로 진행하지 않고 동시 진행하면서 최대한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코로나19 치료제 또는 백신을 개발 중인 미국 제약사로는 모더나, 일라이릴리, 존슨앤드존슨 등이 있다.
바이든 후보는 치료제·백신 개발에 대한 지원의 필요성을 공감하면서 검사·치료비와 의료용품 등의 지원도 함께 이뤄져야한다는 입장이다. 마스크 착용 의무화, 미국 국민 전체에게 코로나19 진단검사 무료 실시, 코로나19 치료 본인 부담금 인하 등 다양한 대책을 추진 중이다.
따라서 바이든 후보가 당선될 시에는 미국 식품의약국에 승인을 받은 의료기기・진단장비 업체에 대한 수혜도 기대해볼 수 있다. 코로나19 항원・항체 진단키트 등으로 FDA 승인을 받은 국내 업체로는 씨젠, 셀트리온, 수젠텍, SD바이오센서 등이 있다.
[미디어펜=김견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