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두산은 또 플렉센이고, KT는 LG처럼 신인투수를 낸다. 두산 베어스와 KT 위즈가 맞붙는 플레이오프 1차전 선발투수 매치업이 확정됐다.
두산과 KT는 9일부터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2020 KBO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5전 3선승제)에 돌입한다. 9일 1차전 양 팀 선발투수는 크리스 플렉센(두산)과 소형준(KT)으로 예고됐다.
두산이 외국인투수 플렉센을 내세우고, KT가 올 시즌 신인 소형준 카드를 꺼낸 것은 지잔 4일 두산-LG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과 흡사하다. 당시 두산의 선발투수가 바로 플렉센이었고, LG는 고졸 신인 이민호를 선발 등판시켰다. 플렉센은 6이닝 동안 삼진을 11개나 잡으며 무실점 호투했고, 이민호는 3⅓이닝 3실점하고 물러났다. 경기 결과는 두산의 4-0 승리였다.
이번 플렉센과 소형준의 선발 대결은 플렉센-이민호 때와는 분명 다르다.
플렉센은 두산에서 최근 가장 구위가 좋은 선발 투수인데다 준플레이오프 LG전 호투로 '당연히' 1차전 선발로 낙점됐다. 나흘을 쉬고 마운드에 오르기 때문에 컨디션 조절에도 문제가 없다.
LG가 이민호를 선발로 낼 때 상황은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었다. 외국인 투수 켈리는 키움과 와일드카드 결정전에 나서 등판이 불가능했고, 부상으로 공백기를 가졌던 윌슨은 2차전 선발로 내정돼 마땅한 1차전 선발감이 없었다.
하지만 KT의 소형준 1차전 선발은 의외이긴 하지만 고개가 끄덕여지는 선택이기도 하다.
소형준은 올 시즌 26경기 등판해 13승 6패, 평균자책점 3.86을 기록했다. 신인으로 특출난 성적이고, 신인왕 수상도 유력하다. 성적만 놓고 보면 1차전 선발로 손색이 없다.
하지만 포스트시즌 경험이 전혀 없고, 올해 갓 프로 데뷔한 신인에게 KT의 창단 첫 가을야구 첫 경기 선발을 맡기는 것은 파격적이라 할 수 있다. KT 팀내에서 소형준이 얼마나 큰 신뢰를 받고 있는지 알 수 있다.
KT에는 데스파이네, 쿠에바스 외국인투수 원투펀치가 있다. 그럼에도 이강철 감독과 코칭스태프가 소형준을 1차전 선발로 내세우는 것은 여러가지 면을 고려한 선택으로 보인다.
어떤 상황에서도 멘탈이 흔들리지 않는 소형준의 담대함, 신인임에도 위기 대처에 뛰어난 마운드 운영 능력, 최근 보여준 구위 등이 복합적으로 반영된 선발 낙점이다.
다만, 플렉센은 준플레이오프에서 LG 타선을 꽁꽁 묶으며 자신감까지 장착했다는 점에서 상당한 부담감을 안고 마운드에 오를 소형준보다는 좀더 편안한 심리 상태로 볼을 던질 수 있을 것이다.
플렉센은 올 시즌 KT를 상대로도 강했다. 2경기 등판해 1승, 평균자책점 0.90(10이닝 2실점 1자책)의 짠물 피칭을 했다.
소형준 역시 두산전에서는 강한 면모를 보였다. 가장 많은 6경기에 등판해 3승 1패 평균자책점 2.51(28⅔이닝 8실점)로 호성적을 냈다.
플렉센이 준PO에 이어 PO에서도 1차전 선발 역할을 훌륭히 수행할 것인지, 소형준이 가을야구에서도 돌풍을 일으킬 것인지, 흥미로운 일전이 다가온다.
[미디어펜=석명 기자]